대학생 시절 소개팅을 자주 했다. 소개팅은 메이크업 베이스로 누런 얼굴 톤을 보정하고, 없는 눈썹을 그려 넣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아무리 상대가 내 타입이 아니더라도 헤어지는 순간까지 예의를 지키는 것은, 교양있는 대학생이라면 응당 갖추어야 할 덕목이었다.
거의 매일 운동을 한다. 운동은 그날의 날씨와 기분과 장소에 적합한 운동복을 골라 착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깔맞춤한 양말과 운동화를 고르는 센스는, 성인이라면 응당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거의 매주일 교회에 간다. 예배는 꾸안꾸 메이크업을 하고 가장 정숙한 디자인의 옷을 골라 입는 것으로 시작된다. 교회로 향하는 차 안에서 금방이라도 가족들을 향해 터져 나올 것 같은 것은 잔소리를 꿀꺽 삼키는 것은, 기독교인이라면 응당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거의 매일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은 너져분히 늘어진 머리를 묶고 아애패드를 켜는 것으로 시작된다. 거의 일 분 간격으로 느껴지는 인스타 피드와 릴즈 확인 욕구를 누르는 것은, 쓰뱉러라면 응당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성공적인 커플 매칭을 위해선 피부 관리와 재정 관리를 미리미리 해 두어야 한다. 매일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운동하는 몸과 기술을 갈고 닦아 놓아야 한다. 신령과 진정의 예배를 위해서는 주중 일상을 예배자의 정체성으로 살아내야 한다.
글쓰기라는 영역은 어떠한가. 글을 싸지 않고 쓰기 위해서는 평소 자신만의 견해를 정립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현상의 이면을 들춰보고 분석할 줄 아는 통찰력은 필수다. 큰 그림을 보는 안목과 디테일에 주목하는 섬세함도 요구된다. 자신을 객관화 하고 사고의 오류를 발견해 내는 메타 인지도 장착해야 한다. 쉽게 동의되고 소화되는 지식 뿐 아니라, 익숙치 않고 일정한 이상의 노력을 요구하는 지식 축적에도 힘을 써야 한다. 편식은 육체에만 해로운 것이 아니라 정신에도 해롭다.
하루하루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언제 이걸 다하냐고? 그래서 글쓰기가 어려운 거다. 남들이 모르는 단어 좀 안다고, 유혹하기 쉬운 문장 좀 구사한다고, 비틀어 보는 시선 좀 가지고 있다고 쉬이 써지는 게 아니다.
모두 다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대부분의 일들은 하루 아침에 성취되는 것이 아니니 심호흡 한 번 하라고 타이르는 거다. 소개팅 한번 실패 했다고, 운동 하루 빼먹었다고, 예배 한번 쨌다고 과도하게 낙심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 교만하지 말자고, 평소에 차근차근 벽돌 하나씩 잘 쌓자고, 스스로 다짐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