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놔두어도 성장하는 것들
한 달 전쯤부터 난 <아이비>를 수경 재배해 오고 있다. 집에서 이미 키우고 있던 아이비가 너무 풍성해져서 가지치기를 했는데, 굵고 튼튼한 가지는 차마 버릴 수가 없어서 수경재배로 뿌리내리기를 하기로 한 것이다.
하나였던 화분이 두 개가 되는 매직을 경험해 보고자 나는 작업에 돌입했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
깨끗이 씻어놓은 우유병에 물을 가득 담고, 아래쪽 잎을 정리한 아이비 가지 두 개를 꽂는다.
이제 기다리면 하면 된다.
참~~ 쉽다.
하지만 우주 최고의 안달쟁이인 내가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 한주가 지나고 2주일이 넘도록 매일 눈을 부릅뜨고 째려봐도 뿌리는커녕 솜털 하나 삐져나오지 않았다.
그날부터 이걸 버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시험대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기분이었다.
무슨 일이든 쉬운 것이란 없다.
내 것은 보잘것없어 보이고 움츠려 들어 있는 것 같다.
남들은 다 되는데 내 것은 아무것도 안 보인다.
“어서 결과를 내놓으란 말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안달을 하며 뿌리를 잡아 뽑을 순 없지 않은가?
기다림은 너무 지루하지만, 인내를 가지고 믿고 기다려주면 결국에는 한껏 성장한 모습을 드러내 준다.
기특하게도…
성장하는 모든 것들은 똑같다.
매일 가지의 밑동을 들여다보던 나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고, “그냥 물에 꽂아서 이파리나 보는 거야~" 라며 마음에서 놔버리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것은 나의 집요한 관심에서 해제될 무렵, 물속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겪고 있었다.
내가 몰랐을 뿐 사실 그동안 줄곧 변화하고 있었던
아이비…
매끈하던 가지에서 가느다란 실뿌리가 삐져나오기 시작하더니, 그 뿌리는 점점 풍성해지고 훨씬 굵어졌다.
드디어 나의 아이비에도 뿌리가 힘차게 뻗어 나온다!!
이제 새로운 화분에 옮겨 심어도 건강하게 잘 자라게 될 것이다.
문득 경험자들의 조언이 떠올랐다.
“한 달 정도면 뿌리가 나와요~~ “
어차피 한 달이 지나면 나오는 거였다.
가만히 놔둬도…
한편, 가지를 내어주었던 아이비에서는 얼마 전부터
노란 새순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이스 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