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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Jun 27. 2023

#PART2-6 동맹자 구하기


고독한 비서의 생활은 어찌 보면 타노스가 핑거스냅을 튕기며 외쳤던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상사의 일정에 맞추어야 해서, 스케줄과 일신상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다가올 프로젝트의 진행 및 향후 방향성을 모른 척하기 위해서, 인사이동의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 그런 여러 가지 이유들로 선택적인, 하지만 필수적인 고독을 선택한다. 그렇게 몇 년 지나가다 보면 고독은 친구가 되고, 회사 생활은 마치 나 혼자 산다의 연장선처럼 그런 방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혼자라고 외로워 말자. 주위를 둘러보면 나와 같은 사람들이 분명 몇몇 있을 것이다. 그들 또한 여러 가지 이유로 스스로 선택적 고독에 처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고, 다행히도 그들 중에는 능력과 인품이 좋지만 대세의 라인에서 멀어지게 되면서 일종의 자연인? 이 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눈여겨보았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동맹을 맺어보자. 


고독한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게 되어 있다. 상황적 이유로 선택적 고독에 처한 서로와 따뜻한 이웃이 되어 각자의 자리에서 응원하며, 앞으로 함께 나아갈 원동력으로 삼자.


그러나 비서에게 동맹이 필요한 이유는 사실 좀 더 구체적인데 그중 몇 가지 살펴보자면,


첫째, 오늘의 스트레스를 내일로 가져가지 않기 위해 - 수다로 스트레스 해소를 시키기 위해서이다. 스몰토크는 긴장을 풀기 위해서, 또는 기분전환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친분도 없는 사람과 작은 것이라도? 나누기는 불안하기 때문에 나의 수다를 그저 수다로 받아들여줄 그런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친절을 베풀거나 상사의 개인사까지 알려고 하는 그런 사람들은 경계하도록 한다. 무엇인가 얻어내려고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것이 나와 상사의 안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몸담고 있던 어느 회사의 임원 A는 직급이 상무였는데, 모시던 사장님의 개인적 스케줄까지 알려달라고 하고, 사장님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있다. 소속팀 상무였기 때문에 굉장히 위압적으로 느껴졌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하겠다고 예의 있게 말씀드리고, 나와서는 ‘당연히’ 사장님의 일정 보고는 하지 않았다. 


나의 상사는 오직 한 명이라는 것을 뼛속까지 명심했기 때문이다. 상사의 모든 것은 보안이 우선이다. 그리고 가볍게 여긴 상사의 스케줄과 인적사항 노출이 어딘가에서 잘못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하도록 하자.


둘째, 정보수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서가 어느 정도 관리자급에 들어가면 간단한 의사결정과 상사에게 업무진행에 도움을 줄 수 있을만한 정보를 제공할 때가 오지만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사람들이 원하는 건 무엇인지, 상사의 정책에 피드백은 어떤지 등을 데스크에 앉아 있는 비서는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경우 특히, 동맹자들의 내용 공유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반영할 수 있다.


 그러나 동맹자들의 내용 공유는 참고만 할 뿐 다각도로 검토하여 반영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들의 주관적인 입장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고, 그 주관적인 것이 전체적 의견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여러 부분에서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동맹자들은 인적네트워크로써 적시적소에 contact point을 연결해 줄 수 있다. 평소에 여러 부문에 동맹자들이 있다면 업무추진 시에 불필요한 로스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나의 업무 로스가 줄어들수록 상사의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모든 부분에 동맹자를 구할 수 없을 때는 기획과 인사 최소 두 부분에 집중하자. 기획은 전사적인 흐름을 읽어주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는 곳이고, 인사는 인재들의 경력관리를 하고 있는 곳이기에 이 두 팀에만 동맹자가 있어도 회사의 모든 곳을 연결할 수 있고, 상사가 필요한 정보에 닿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상사의 추천으로 그룹에서 시행하는 연세대학교 MBA프로그램을 수료할 수 있었는데, MBA는 약 8개 그룹사에서 선발된 인재들이 약 6개월 정도 경영과 재무, 인사와 조직, 회계 등을 교육받고 조별로 부여된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회사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시뮬레이션과, 현업에서도 적용하는 경험을 제공하여 미래 동역자들로써의 준비과정을 갖게 되는 곳이다. 


그전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프로그램에 선발되었다는 것만으로 비서로써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동기들과 각 회사에서 가지고 있는 고민들과 해결점 등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면서 우정을 다지고 서로의 동맹자가 되어 줄 수 있었다.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누군가는 팀장으로, 지점장으로, 그 역할을 해 나가고 있고 관리자로써의 고민과 리더십의 방향 등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강한 유대감을 가지고 지내고 있다. 필요한 정보를 서로 제공해 주고, 연결하며 종종 상사의 뒷담화을 주고받기도 하면서 돈독한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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