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없는 철학자 Sep 14. 2023

호수 한가운데서 다시 태어나다

네덜란드 교환학생 수요 끄적끄적

안녕하세요? 철없는 철학자입니다.

그간 교환학생 준비로 지속적으로 진행해오던 글 프로젝틀 잠시간 쉬었으나, 이번 교환학생 기간 내내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네덜란드 틸버그라는 공간에서 제가 느끼고 체감한 것돌을 매주 수요일마다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


2023.09.13 수요일


어느덧 교환학생 생활이 시작된 지도 어언 3주가 지나가고 있었고, 개강을 기준으로만 놓고 봤을 적에도 벌써 2주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그 사이 프랑스, 스위스 등 다양한 국가를 시간을 쪼개 여행하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친구들과 사귀었으며 한편으로 스포츠 센터에 등록하면서 평소 한국에서는 접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운동들을 즐겨보기도 하였다.


오늘은 13일의 수요일이었고, 여행을 자주 다니는 주말이 아니었기에 평소와 같이 아침운동을 시작으로 가볍게 학교에 산책을 하러 다녀왔다. 원래도 수요일에는 수업이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같이 듣는 친구들과 함께 '이 수업은 도저히 한국인들에게 적절하지 않다'라는 판단을 내린 상황이었기에 평일 중에서는 가장 여유로운 오늘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라도 집 밖을 안나서면 안 되는 나로서는 무언가 특별한 계획이 필요했다. 그리고, 유일하게 수업에서 친해진 폴란드에서 온 친구 Nadia가 얼마 전 와챕을 통해 자신이 다녀온 비밀스러운 수영장소를 자랑한 것이 떠올랐다. 항상 외국에 오면 근교에 있는 자연 속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이 또 하나의 로망이었던 나는 당장 그녀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렇게 나는 그녀와 그녀의 친구 Maja와 함께 틸버그 주변에 있는 작지만 아름다운 호수로 향했다.


가는 길은 아주 순조로웠고, 네덜란드의 운하를 보며 빨간 지붕 집들 사이를 자전거를 타고 가로지르니 이 보다 상쾌할 수 없었다. 햇빛은 경쾌했고, 바람은 살랑거리며 나의 기분을 상기시켜 주었다.

틸버그 시내를 점차 벗어난 우리는, 고속도로 옆을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며 우리의 목적지로 향했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나를 안내한 Nadia는 자전거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외의 장소에서 멈췄고, 그곳에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란히 줄지어 서있는 푸른 나무들 사이로, 더 푸른 호수의 물빛이 햇빛을 받아 그 윤슬을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 마치 아무도 알지 못하는 신비의 장소에 찾아온 영화 속 탐험가가 된 것만 같았다.



준비해 온 수영복을 곧바로 꺼냈고, 간단히 몸을 푼 뒤 바로 물속으로 뛰어들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감정은 고조되었다.. 아마, 반 자동적으로 감정이 이끄는 대로 몸을 움직였던 걸로 기억한다. 물은 시원했고, 깨끗했으며 누가 봐도 영롱한 색깔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한 번 와봤던 나의 친구는 이미 본격적으로 수영할 준비를 마치고 물의 한가운데에 들어가 있었다. 이미 호수의 매력에 흠뻑 빠져 주변의 모든 풍경을 영화 속 한 장면으로 여기고 있던 나는, 그 영화 속 여주의 부름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렸을 적 배운 수영 실력을 총동원하여 그녀가 부르는 곳까지 힘차게 나아갔다.


그러나 모든 영화 속 비극은 가장 행복할 때 시작된다고, 그 헤엄침이 나의 인생의 종착역이 될 뻔했다는 것을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평형과 자유형을 섞어 그녀가 있는 곳까지 헤엄쳐간 나는,  내가 간만큼 더 수영을 해서 멀어져 간 그녀를 발견하게 되었다. 밖에 있던 친구가 나뭇가지를 던졌고, 그것을 가져오는 콘텐츠를 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어느덧 그녀는 틸버그의 명화 속에서 한 폭의 그림이 되기를 작정한 것이었다.

따라가기에는 버겁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나는 옆에 떠다니던 나뭇가지를 들고 원래 있던 물가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집었다.


그때부터였을까. 한쪽 팔의 힘을 나뭇가지를 쥐는 데 사용한 나머지 몸의 균형은 흐트러졌고, 그나마 알고 있던 수영도 방향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당황했고, 나뭇가지를 내던지고 물에 뜨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을 젓고 팔을 휘둘렀다. 그러나 몸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나의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땅이 발에 닿지 않는 상황에서 물이 코에 들어가니 본격적으로 몸이 고장 나기 시작했다.

마지막 자존심이었을까, 차마 살려다라는 소리는 지르지 못하고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온몸의 힘을 풀고 누운 상태로 물에 뜰 수 있었다. 안정도 잠시, 이미 지친 나였기에 열심히 배영을 통해 물가로 헤엄쳤다. 아니, 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인지, 팔의 균형이 안 맞는지 나는 점점 물가와 멀어지고 있었다.

물에 뜬 채로 물가로 돌아가 숨을 고를 수 있다는 한줄기 희망은 사라졌고,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나는 한없이 초조해졌고, 그렇게 다시 몸에 힘이 들어간 순간 동시에 호수의 물도 나의 코로 침입했다. 밖에서 그토록 아름답게만 보였던 호수의 물이, 점점 나의 숨통을 조여 오고 있었다.


큰일 난 건가,,


이대로 죽는 건가 싶었다.


필사적으로 마지막 발차기를 통해 방향전환을 시도하던 그때,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Nadia였다. 나보다 한참 동생인 그녀에게 건장한 남성이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만도 했지만, 생사의 갈림길에서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내민 손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붙잡았고, 그녀의 도움 속에서 나는 물가로 안전히 돌아올 수 있었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웠다고... 한다 ㅎㅎ;;)



-----------


오늘 일을 돌이켜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나의 뇌리에 스쳐갔다. 다시금,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깨달았고, 생각보다 인생은 어느 순간에 급격한 방향 전환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점(언제 죽을지 아는 사람은 정말 아무도 없을 거다)을 절실히 체감했으며, 준비되지 않은 섣부른 무모함은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교훈을 가슴 한가운데에 새겨 넣은 하루였다.


그리고, 한 동안 쉬었던 브런치 글 작성의 끄적임을, 다시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오늘 일을 계기로 얻게 된 사소하지만 중요한 또 하나의 교훈이자 결심,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삶에 임해보자는 것..! 그렇게 열심히 살기로 한만큼 앞으로 교환학생 기간 동안 매주 수요일,, 한 주간의 깨달음이나 에피소드를 브런치 속에서 여러분과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그래왔듯, 앞으로의 기간 동안도 꾸준히 글을 연재하려 하니 여러분의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열심히 삶에 임하고 계신 모두들!

작가의 이전글 삶에 흠뻑 젖어든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