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교환생활 수요 끄적끄적 - 앤트워프 편
이번 브런치는 네덜란드 바로 밑쪽에 붙어있는 벨기에, 그중에서도 '앤트워프'를 당일치기로 다녀온 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수도는 브뤼셀이지만, 여러 가지 여건 상 앤트워프라는 도시가 오늘 다녀오기는 제격이라는 판단이 들었고, 그렇게 실천했다.
내가 머물고 있는 네덜란드 틸버그에서 1시간 30분여를 기차를 타고 가면, 어느덧 벨기에 국경을 넘어가며 또다시 새로운 통신망을 잡고 있는 휴대폰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앤트워프 센트럴 역에 내리면, 과장 없이 그야말로 하나의 관광 명소에 온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적당히 고즈넉하면서도 세련되게 정돈된 벽의 색깔, 멋있는 아우라를 풍기며 제갈길을 가고 있는 시계탑과 현대적인 조형물들은 이 도시가 얼마나 예술적인 곳인가에 대해 느끼게 해 준다.
1) 벨기에에서 본연의 와플을 맛보다
그 어떤 기차역보다 예뻤던 앤트워프 중앙역을 빠져나온 뒤, 나를 맞이해 준 건 놀이공원에서나 볼 법한 대형 관람차였다. 엔트워프의 전경을 가장 낭만적으로 즐길 수 있는 20 각형이었지만, 런던아이처럼 원래 가고 싶었던 곳도 아니었거니와 어차피 내 첫 행선지의 옥상에서 전망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간단히 생략했다.
관람차를 뒤로하고, 나는 가장 유명한 박물관 중 하나인 MAS museum으로 향했다. 벨기에와 유럽에 관한 역사적인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는 이야기에 관심이 간 것도 사실이지만, 생각보다 평범한 전시라는 리뷰가 많아서 굳이 만 오천 원을 들이는 투자를 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어차피 전망대는 무료이기 때문. 옥상에서는 항구에 정박해 있는 수많은 배와 아름다운 성당들, 그리고 아까 보았던 관람차까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동유럽처럼 빨간 지붕이 많다거나 런던처럼 현대적인 건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볼 만했다.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에 금방 내려오게 된 나는, 드디어 친구들이 그토록 추천했던 벨기에 와플을 먹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원래 생각했던 와플 가게가 생각보다 멀었고, 주변에 다른 와플집을 탐색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선택지에 놀랐다. 느낌 상으로는 한 블록에 하나는 있었던 것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와플 집'이라는 곳을 선택했고, 생각보다 더 작은 가게에 놀랐다. 거의, 우리나라 붕어빵 집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겠어'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갓 나온 따뜻한 와플을 먹고 나니 그 생각이 싹 사라졌다.
너무 담백하고, 맛있었다..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마음이 조금 허했던 나였지만, 세상에서 가장 작은 와플가게에서 건네받은 쫄깃한 와플의 온기에 눈물이 찔끔 날만큼 찡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2) 천국의 미소를 띤 네로와 파트라슈를 만나다
와플을 먹으며 기운을 회복한 나는 앤트워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한다는 성 마리아 성당으로 향했다. 그곳이 유명한 이유는 성당 그 자체의 위엄도 있지만, 그곳에 걸려있는 그림과 그 앞에 있는 조각상 때문에 더 유명하기도 한 곳이었다.
랄랄라 랄랄라 랄라라 랄라 랄랄라~ 파트라슈~~!!
어릴 적,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이라면 누구라도 단 한 번은 보았을 명작, 바로 '플란더스의 개'일 것이다. 주인공 네로가 할아버지와 함께 사들인 강아지 '파트라슈', 그리고 그런 진심을 알고 네로를 항상 충실히 따르는 파트라슈와 여자친구 아로아가 함께 꾸려나가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빌런은 등장하고, 모함 속에서 네로와 파트라슈가 집을 떠나게 된 뒤 그들이 르뱅스의 그림 앞에서 맞는 결말은 언제 보아도 사람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날 아침에 앤트워프로 떠나기 전 유튜브롤 켜고 본 요약 영상을 보는 나도 마찬가지였고, 예외는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나 '볼트'라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나로서 그 감정은 더욱 북받쳐 오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을 보니, 어릴 때의 기억과 네로의 불쌍함, 파트라슈의 충성심 등이 복합적으로 나의 감정을 자극해 왔다. 여행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고개를 뒤로 젖혀 눈물을 숨기려 해 보았지만, 3초 뒤 물방울 두 덩이는 내 귀 옆을 통해 떨어졌다.
지금 도착한 성당이 있는 이곳, 앤트워프가 <플란더스의 개> 배경이 되는 곳이라는 점을 이번 여행을 통해 처음 알았다. 심지어 애니메이션 속 마지막 장면인 네로와 파트라슈가 죽었던 그 성당에 내가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심지어 그토록 네로가 보고자 했던 르뱅스의 그림은 나는 단돈 몇 유로에 이토록 쉽게 보고 있다는 사실에 감정이 또 몽글몽글해졌다.
성당에서 나온 뒤, 마지막으로는 네로와 파트라슈가 함께 보드블록 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역시나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나의 차례가 되었고, 사진을 찍기 위해 조심스레 그들이 눈을 감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까이서 가보니, 놀라웠던 건 잠들어버린 그들의 형체와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그들의 얼굴은 편안하게 웃고 있었다는 점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들은 왜 웃고 있을까. 과연 그들은 마지막 순간 행복하게 생을 마감했을까...
그들은 정확한 심리는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알 수 없겠지만, 결론은 그 누구보다 행복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죽어가고 있는 사람, 생물의 감정을 감히 예측하기란 어렵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염원했던 그림을 본 뒤 가장 사랑하는 개와 함께였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죽기 직전에는 적어도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그들의 얼굴을 보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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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로 다녀온 엔트워프는 비록 다른 관광지처럼 모든 사람들이 알법한 건물이나 박물관과 같은 명소가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하루치 이상의 따뜻함을 부여받은 성스러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