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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 철학자 Nov 23. 2023

나의 길을 걷다

네덜란드 교환학생 수요 끄적끄적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god의 <길> 중 일부


어린 시절, 창체 시간이었을 거다. 내가 존경하던 선생님들 중 한 분이었던 그는 우리에게 뜬금없이 노래가삿말을 채워보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갑자기 창체 시간에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선생님 말씀이니 곧잘 따라서 노래를 들으며 가삿말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노래는 내가 힘들 때마다, 또 갈피를 잡지 못할 때마다 나를 위로해 주는 최애곡이 되었다. 


최근 들어 드는 고민과 생각들을 바라보자면, 이 노래를 또 한 번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덧 당차게 출발했던 교환학생 생활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그 와중에서 낯선 환경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였다. 


과외까지 할 정도로 자신 있었던 영어는, 그것을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아무것도 아닌 실력처럼 여겨졌고 나름대로 몸 담아왔던 철학에 있어서도 언어와 문화의 차이 때문에 낯설게만 느껴지기도 했다.


 공부 외적으로도 이런저런 가시가 내 마음을 괴롭히기도 한다. 어른이 되면서 또 군대까지 다녀오면서 이제는 '사람'에 대해 많이 알았다고 생각했었지만, 이곳에 와서 또 한 번 사람들 각각의 서로 다름에 대해 내가 덜 적응되어 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나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려 시도 않는 내 의지에 대해서 반성을 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곧바로 나는 이 모든 방황스런 고민의 근원은, 절실한 목표의 부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내가 진짜로 행복하게 열정을 불태우면서 살았던 시기는, 대개 확고하고도 절실한 목표가 존재했다. 때로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수년을 애태우며 그 쟁취를 위해 마음 졸이며 학교를 다니기도 했었고, 때로는 축구라는 스포츠를 잘하고 결실을 내기 위해 나 혼자 남몰래 연습하던 때도 있었다. 내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 중 하나로 꼽는 고교 기숙사 시절에도, 단순히 재밌는 친구들과 다양한 체험활동 외에 'SKY 철학과 진학'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존재했다. 


물론, 정처 없이 이런저런 경험들을 쌓아가며 삶 그 자체를 하나의 의미로 여기고 살아가는 시간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은 열정을 불태워서 충분히 나 스스로를 타오르게 만든 뒤에 쉼이 필요한 시기에 부여도 충분하다. 적어도, 지금 시기는 이제 내게 다시 새로운 동기부여를 주어야 할 때다.


이에 마음속 안개에 갇혀 그 출구를 못 찾고 있는 내게, '인턴'이라는 새로운 시작이자 열정을 던져줘 보려 한다. 예전부터 영화-방송 계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했던 나 자신에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헤쳐나가야 할 여러 가지 장애물들을 이제부터 하나씩 깨부수기 위한 준비를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부단히 한 발자국씩 나아가다 보면, 쓸데없는 걱정이나 상념 따위는 나를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열심히 좇을 때 가장 멋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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