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교환학생 수요 끄적끄적
삶을 살아가다 보면 다양한 시련들이 우리를 괴롭힌다. 그것은 신체적인 고통이 될 수도 있고, 경제적인 불안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피로함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좀 독특하다. 그런 것들 보다도, 생산적이지 못한 나를 오랜 시간 지켜보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한다.
어쩌면 가장 행복하여야 할 시기에, 무언가 생산적인 것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함에 쉬이 휩싸인다. 그렇다고, 내가 교환 생활을 하는 내내 놀러만 다니다거나 유튜브 따위만 보면서 허구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 비해 반절 정도밖에 이해되지 않는 현지 강의를 수강하는 것이나, 가끔 책을 읽는 시늉을 내비치는 것만으로는 스스로에게 느껴지는 죄책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미래에 대해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물론 많은 이들이 교환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 경험하는 사소한 것들이 다 나의 자산이 되고 소중한 추억이 된다고들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결핍을 느낀 나는 아닌 밤중에 핸드폰을 던져놓고 노트북 앞에 고요히 앉아본다.
"만다라트 계획표, 실천하기. hwp"
그때 불현듯, 교환오기 직전에 만들었던 한글 파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파일을 클릭해서 들어가니, 미처 완성하지 못했던 나의 미래에 대한 당찬 계획표가 보였다. 그 당시에는 네덜란드에서 살 집을 구하는 데 온 시간과 신경을 다 쓰고 있었기 때문에 완성하지 못했다지만, 지금은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3x3 표를 두 개를 만들어놓고, 각가의 중앙에 해당하는 칸에 '얼마 안 남은 교환동안 꼭 하고 싶은 일', '2024년 1학기 떳떳하고 멋진 내가 되기 위해 할 일'을 작성해 넣었다. 그리고, 그 제목은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한 작은 발걸음'으로 정했다. (내 고등학교에서는 인사를 '빛과 소금이 되겠습니다'로 했었다..!)
한편, 그렇게 내가 작성하기 시작한 만다라트 계획표는 오타니 쇼헤이가 써서 유명해진 형식으로, 만달라(Mandara) 목적을 달성하다+기술(Art)을 섞어서 일본의 한 디자이너가 만들었다고 한다. 하나의 중심 주제를 중심으로 연꽃이 활짝 피듯 아이디어를 발상해 내며 자신의 계획을 다양하게 구체화할 수 있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런 면에서 이 계획표를 채워 넣는 행위는 나에게 큰 힘이자 위로가 되었다. 항상 이런저런 불안함에 생각만 하고 딱 딱 정리가 되지 않았던 내게 단지 박스를 채워 넣는 단순한 일이었음에도 분명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이 안정되어 가는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항상 생각만 많고 정리하는 습관이 부족했던 나의 특성에 매우 적합하게 맞아떨어진 것도 큰 것 같았다.
어찌 되었든 나는 우연히 발견한 하나의 파일을 통해 어쩌면 갈피를 잃고 더 헤멜 수도 있던 소중한 시간에 있어서 나침반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교환생활 만다라트를 통해서는 내가 진짜 유럽에 와서 하고 싶었던 일들 중에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해 주었다. 또, 내년을 계획한 만다라트를 통해서는 내년에 내가 신경 써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정해줌에 따라서 내가 차차 미리 준비해야 할 실질적인 것들이라던 거나, 그런 게 아니더라도 정신적으로 좇아야 할 애티튜드를 확립하는데 충분한 도움이 되었다.
여러분들도, 가끔 갈피를 찾지 못해서 본인이 무력해졌다고 느끼고, 또 그 무기력함이 여러분을 괴롭힌다고 생각이 들 때 '목표를 달성하는 기술'을 꼭 채워 넣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