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아리를 튼 뱀

푸른 뱀의 해, 우리 모두 최소한 뱀은 되어보자

by 철없는 철학자

한동안 쉼을 이어왔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그간 철없는 철학자로서 세상에 대한 식견과 시야를 넓히기 위한 휴식의 시간을 마치고 2025년부터는 일주일에 하나 이상의 글을 작성할 것이다. 매주 키워드 하나를 선정해, 그 단어를 통해 세상과 독자 여러분을 잇는 조그만 창문을 내어드리고자 한다. 푸른 뱀의 해가 된 올해, 첫 번째 키워드는 '뱀'이다.


오늘의 키워드: 뱀




제목 "또아리를 튼 뱀"

- 푸른 뱀의 해, 우리 모두 최소한 뱀은 되어보자


여러 가지 사회문화, 정치적인 이슈들이 플랫폼을 도배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많은 생각들을 가지게 된다. 양심을 팔아먹은 것 같은 사람들이 우리를 대표한 답시고 서울 한복판에 똬리를 틀고 앉아있는 것을 봐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런 똬리를 튼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갖다 주며 응원해 주는 답답한 인간 개체분들도 더불어 살아가야 할 동지로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자신의 이익과 기득권 등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남의 희생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인간들을 보게 된다. 그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땅 가까이에 숨어 있다가 자신이 필요할 때에 쓱 나와 먹을 것을 잡아가는 뱀을 닮았다. 성서에서 뿐만 아니라 구전되는 여러 가지 서적에서도 뱀은 ‘사악한’ 동물의 상징이다.

그렇게 자신의 한 공간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을 보고 있으면, 우리는 그것이 꼴 보기 싫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게 된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우리의 뇌는 그것을 건드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만으로 가득 차게 된다. 그것은 단순히 그들이 사악하기 뿐만 아니라, 괜히 신경을 건드렸다가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밤 12시가 넘어서도 코인노래방이 성업을 하는 대한민국에서 오후 7시 넘어 휘파람을 부는 것은 금지된다. 뱀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러한 뱀들을 포용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해 봐야겠지만, 적어도 내가 그런 뱀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하나다.


잠깐 동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온 보아뱀을 보면 뱀이 코끼리를 삼킨 장면에서 뱀의 몸통이 코끼리의 형상을 띤 것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뱀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표적으로 삼은 대상을 통째로 삼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뱀은 자신이 무엇을 먹었는지를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된다.

다시 돌아와서, 현대 사회의 악인들을 살펴보면, 자신이 잘못을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서도 부정하곤 한다. 마치 있었던 일이 없어질 수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마냥. 즉, 닭을 잡아다가 맛있게 잡수시고 오리발 내밀며 모르쇠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뱀은 아무리 사악하다지만, 적어도 양심은 있다. 자신이 험악하게 다른 누군가를 해치는 한이 있더라도 솔직하게 그것이 무엇인지는 인정한다. 적어도, 코끼리를 먹고 너구리발을 내밀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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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은 비록 남을 해할지언정, 적어도 자신이 먹은 것에 대한 사실은 여과 없이 보여준다."



결국, 인간 군상에 대한 나의 작은 바람은 하나. 사악한 뱀이 되고자 한다면, 적어도 ‘뱀’이 가진 특성은 온전하게 갖추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성무선악설을 믿으면서도 인간의 본성은 성악설에 더 가깝다는 것이 인간 본성에 대한 대세라면, 적어도 인간의 악한 충동은 때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 악한 행동은 어쩔 수 없이 인간사회에 발을 들일 것이고, 사악한 뱀이 똬리를 틀고 음모를 꾸미는 일은 분명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뱀도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서는 그대로 보여주는 만큼 우리가 인간이라면, 적어도 자신이 행한 사실에 대해서만큼은 오리발 내밀지 말자.


그래야 우리가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인간 대접은 해줄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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