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가 소매치기하는 나라

모든 것이 공존하는 '인도'에서 내가 깨달은 사실

by 철없는 철학자
인도라는 나라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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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한 번이라도 가볼까 한 나라에 다녀오게 된 첫 번째 동기는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인 대학 동기의 권유. 사나이로 태어나서, 그리고 철학도로서 인도를 한 번 다녀와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결국 나는 그의 꾐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성인의 시작을 멕시코와 쿠바라는 험지를 통해 시작한 나는 이제 사회인으로서의 시작을 앞둔 시점에서의 경건한 의식을 인도라는 곳에서 치르게 된 것이다.


카스트 제도라는 신분제도가 아직까지도 잔재해 사람들 사이의 신분을 명확히 나눠버리는, 또 기차를 한 번 타려고 해도 등급에 따라 명확한 차이가 존재하는 이곳 도에서 내가 느낀 것은 역설적으로 '모든 것이 공존하는 차별이 없는 세상'에 대한 관점이었다.

실제로 인도는 정말 멋지고, 또 모든 것들이 다채롭게 조화되어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는 접하기 힘든 것들이 호텔 문 밖부터 관광지 근처까지 모든 곳에 산재되어 있다. 내가 한국에서 생각하고 또 가지고 있었던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는 경우도 굉장히 많았다.


그러한 인도에서 내가 직접 체험한 '차별 없는 세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려드리고자 한다.



1.

기본적으로,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다.


처음 뉴델리 공항에 내려서 인도라는 국가를 받아들일 때에 나를 맞이한 것은, 다름 아닌 모든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와 택시 호객꾼 들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정신없는 틈 속에서 우리는 호텔까지 지하철과 도보를 이용해 가기로 하였고, 꽤나 잘 정돈된 공항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을 이동한 뒤에 역에서 내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겪게 될 시련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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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 친구들'이라는 게임을 아는가? 귀여운 캐릭터들과 달리, 이 게임의 내용은 그리 만만치 않다. 주인공 동물을 여러 장애물들을 피해 도로를 안전하게 건너게 해야 하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아슬아슬하고 무서운 게임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게임의 실사판을 인도에서 마주했다. 절대로 양보해주지 않는 차들과 무용지물인 횡단보도 앞에서 친구와 나는 10분을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어야 했다. 기본적으로 인도가 차도와 구분되지 않는 것도 괴기했으나, 반대편 골목으로 건너가려고 횡당보도에 진입하는 순간 3대 이상의 오토바이와 5대의 자동차, 그리고 10회 이상의 클락션의 외침이 우리의 귓가를 때리고 지나간다.


거리로는 500m도 채 되지 않는 거리를, 우리는 장장 30분이 넘게 걸려서 도착할 수 있었다. 호텔에 도착해서야 한 숨을 푹 내쉬며 안도했던 것은 비밀이 아니다.

이처럼, 인도에서 경험한 첫 번째 '비차별'은 우리에게 시련과 도전의 기회를 동시에 체험하게 해 주었다.


스크린샷 2025-01-22 오후 11.22.12.png 놀랍게도 여기가 횡단보도다... 신호등은 커녕 페인트 칠도 잘 보이지 않는다


2.

동물과 인간 사이에도 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타지마할'

'마할의 왕관'이라는 뜻으로, 무굴 제국의 5대 황제 샤자한이 아내의 죽음을 기리며 만든 무덤.


그 자체로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타지마할은, 인도에 관심이 없는 일반 사람이더라도 무조건적으로 알고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이 무덤은 '아그라'라는 도시에 있는데, 매번 보드게임이나 매체를 통해서만 접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두 눈으로 직접 실제로 보니, 정말 아름다우면서도 형용하기 어려운 아우라를 뿜어댔다. 괜히 타지마할, 타지마할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곳 아그라에서 내가 진짜 눈여겨본 풍경은 따로 있었다. 바로 아그라 기차역 주변에서 마주한, 조금은 생소한 친구들이었다.


스크린샷 2025-01-22 오후 11.06.55.png 귀여운 친구들 정말 정말 많이 있었다


자이푸르로 가기 위해 기차역에 조금 일찍 도착한 우리는, 남은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기차역 주변에 있는 곳을 구경하기로 결정했다. 마침, 아그라 성의 성곽이 눈에 띄었고, 그 주변을 산책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기차역 옆 길을 건너고, 다양한 상인들과 낮잠을 자는 시민들, 요가를 하는 노인 분들을 보며 걷고 걸었다.

그렇게 채 5분도 지나지 않을 무렵, 우리는 차도에서 불과 10여 m밖에 떨어지지 않은 나무 한 그루 앞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언뜻 봐도 열 마리가 넘는 귀여운 다람쥐들이 나무 한 그루를 오르내리고 있었고, 동시에 원숭이 네댓 마리는 나무를 타며 내려와 햇빛을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심지어, 엄마로 보이는 한 원숭이는 아기에게 모유를 수유하면서 세상 가장 인자한 미소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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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도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그들의 모습에, 어쩌면 이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이 정상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3.

마지막으로, 삶과 죽음에도 구분이 없다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에서는 일종의 신성한 제사 의식 같은 것들이 매일밤 펼쳐진다. 수많은 사람들은 그 의식에 함께하기 위해 이마에 주황색 점을 찍은 채 먼 길을 걸어오거나, 혹은 배를 타고 그 주변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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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이토록 평화로워 보이는 갠지스 강에선, 밤이 되면 수많은 시체를 태우는 불의 연기가 주변을 가득 메운다.

그리고 바로 갠지스 강 옆, 그곳에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화장터이다. 수백 년 전부터 한 번도 그 불씨가 꺼지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다는 이곳에서는 삶이라는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들의 시체를 온전하게 태워내기 위한 작업이 매일 이뤄진다.

그렇게 몸이 태워지는 사람들은 삶 속에서 다양한 사연을 가졌을지 모른다. 때로, 누군가는 자신은 아직 마라톤을 절반 밖에 뛰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고, 또 누군가는 함께 마라톤을 뛰는 사람을 도와야 해서 아직 완주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가 죽음 앞에서 초연하게 그것을 받아들인다. 주변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죽음 자체나 아니면 화장의 현장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다. 죽음도 삶의 일부인 것이고, 결국 불에 태워져 '어머니의 품'이라 불리는 갠지스 강에 돌아가는 것뿐이기 때문일 거다.



지금까지, 인도라는 국가에서 직접 경험한 '구분되지 않는 세 가지'에 대한 체험을 여러분께 공유드렸다.


첫 번째 공존에서는 무질서와 카오스와 같은 상황 속에서 불편한 감정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두 번째 체험 속에서 비록 다람쥐에게 물리고, 원숭이에게 음료수를 빼앗기는 직접적인 피해가 있었음에도 오히려 이렇듯 자연과 하나 되는 인간 세상에 호감을 느끼는 전환점이 되었다.

그리고, 갠지스 강에서 사람들이 죽음을 담담하고도 초연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는 인도라는 국가가 내게 주는 교훈은 확실해졌다. 우리가 항상 이분법적으로 구분 짓고 그중 하나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원숭이가 나의 소중한 스프라이트를 빼앗아가는 장면을 다시 보자.

스크린샷 2025-01-22 오후 11.05.31.png 언뜻 보면, 친한 친구가 같이 기차여행을 떠나기 전, 하이파이브하는 것 같지는 않은가?

비록 이때의 원숭이는 나의 달콤한 사이다를 탐냈기 때문에 저런 장면이 나온 것이었지만, 언뜻 보면 함께 걸어가는 친구 같기도 하지 않은가?...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건 무리가 있더라도, 이 사진이 가능하다는 건 원숭이가 기차역에도 들어올 만큼 그 사회 자체가 모든 생명에 친화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테다.



서로 성질이 같지 않아 보이는 것과,

우리와는 삶의 패턴이 다른 어떤 것과,

절대로 공존할 수 없어 보이는 그 무엇


과도 차별을 두지 않는 '인도'라는 나라 속에서, 우리는 '함께하는 삶'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

...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가치를 내면화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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