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샌, 요새 안 바쁘요?"
할머니는 이샌 아저씨가 안 바쁘길 바라는 것 같았다.
"무신 일입니까? 할매."
"그기 참......"
"와요? 무신 일인데예?"
할머니가 손이 시린 것처럼 두 손을 여러 번 비볐다.
"우리 아가 여이 가꼬 싶따고 하도 졸라쌌네요."
"아아. 여이요? 연? 허허허. 그래요? 가마 이써보자."
키 큰 이샌 아저씨가 담 너머에서 잠시 계산을 하는 것 같았다.
"그라믄 지금 조합에 잠깐 댕기 와야 대니까, 가따와서 하나 맹글어 드릴께예."
"아 그래줄랍니까? 미안해서 우짜노. 내가 담배값이라도 좀."
줄 사람도 받을 사람도 없이, 얕은 담을 사이에 두고 어색한 손들이 허공을 헤매 다녔다.
이샌, 왜 그 아저씨를 이샌이라고 부르는지 난 알 수가 없었다.
다들 그렇게 부른다.
이샌 아저씨는 소문난 재주꾼이다. 못 만드는 게 없다.
그 집 형들은 외날 썰매를 타고 다닌다. 빨라서 따라갈 수가 없다.
썰매를 지치는 내 키 보다 더 큰 막대기 하며, 너무 멋지다.
막대 끝에는 엄청나게 긴 못이 박혀서 한 번 찍히면 얼음판이 꼼짝도 못 한다.
며칠 째 할머니를 조르고 있다.
방패연이 갖고 싶다고.
말 안 해도 다 해주던 할머니가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둑에서 아이들이 연을 날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가, 춥따. 어서 지베 가자. 으이?"
난 할머니가 내 말을 알아들을 때까지 한 자리에 서서 하늘에 떠 있는 수십 개의 연을 한참 쳐다봤다.
"개심니꺼? 할매요."
밖에서 이샌 아저씨 목소리가 들렸다.
귀한 손님이라도 찾아온 듯 할머니가 급하게 방문을 열고 나갔다.
섬돌엔 할머니 슬리퍼 하나가 짝을 잃고 누워있었다.
이샌 아저씨가 연을 들고 있었다. 방패연.
맨날 담장 너머로만 보다가 마당에 서있는 이샌 아저씨를 보니 키가 더 커 보였다.
"함 날리바야 대는데 요새 좀 바빠가꼬예."
이샌 아저씨 손에 창호지와 대마무로 만든 방패연이 들려있었다.
난 마루에 서서 이샌 아저씨와 할머니 사이에 오가는 말이 어서 끝나기만 기다렸다.
드디어 방패연이 할머니 손으로 옮겨왔다. 나도 연이 생긴다.
"연 안 날리바째? 우리 집 아들이 요새 연날리러 댕기나 모리겠네. 해임들한테 좀 배아야 대는데."
형들을 잘 안다.
큰 형은 나랑 똑같은 방패연이고, 작은 형은 가오리 연이다. 가오리연은 꼬리가 정말 길다.
나도 하마터면 가오리연을 갖고 싶을 뻔했다.
'네. 아저씨 저 잘 날릴 수 있어요. 걱정 마세요.'
나는 할머니 등 뒤에서 크게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우야. 잘 가지고 놀그래이. 저 그만 감미대이. 할매."
"아이고, 이샌 이리 신세를 만날 져서 우짜꼬."
"허허 밸 말씀을 다하심미더. 아이라예. 개시소."
할머니가 대문 밖까지 이샌 아저씨를 따라 나갔다.
나는 할머니의 미안함과 이샌 아저씨의 그 무언가로 만들어진 연을 날릴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도 이제 방패연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