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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탓을 하고 싶을 때

by bonfire


오늘도 학원 문을 열었다. 형광등 아래에서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며, 나는 또 하루를 시작한다. 10시간 넘게 말하고, 설명하고, 웃고, 때론 화도 내며 하루를 보내지만,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늘 제자리다. 400만 원. 내 빚의 총액이다.

가끔은 남탓을 하고 싶다. 왜 나는 이 구조 속에 갇혀 있는 걸까. 왜 부모님은 나에게 이런 삶을 물려줬고, 왜 정치는 늘 나 같은 청년을 뒷전으로 미루는 걸까. 뉴스 속 정치인들은 서로를 비난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나는 그 틈에서 조용히 살아간다.

하지만 철학자 스피노자는 말했다. “자유란 이해에서 비롯된다.” 남을 탓하는 순간, 나는 내 삶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춘다. 탓은 쉬운 감정이다. 하지만 이해는 어렵고, 그래서 가치 있다.

가족과 함께 일한다는 건 복잡한 감정이다. 사랑과 책임, 기대와 부담이 뒤엉킨다. 때론 내가 가족의 꿈을 대신 살아가는 것 같고, 때론 그 꿈이 나를 지탱해주는 유일한 이유가 된다.

나는 26살이다. 아직 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벌써 늦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나이에도 삶은 무겁고, 선택은 어렵다.

정치에 관심이 많다. 관심이 있다는 건, 아직 세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란다. 그리고 그 바람이 나를 남탓이 아닌, 나 자신의 변화로 이끌기를 바란다.

오늘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 자리에 있는가. 그리고 이 고민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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