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쓰레기통이 된 사람들

말의 온도가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며

by 안효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는 말보다,

누군가를 무너뜨리지 않는 말이 더 귀해진 시대."



요즘 온라인을 보면, 누군가의 마음이 마치 쓰레기통처럼 취급받는 걸 자주 본다.

누군가는 힘들다고 소리치고,

또 누군가는 그 감정을 받아내느라 묵묵히 상처를 입는다.

아이러니한 건,

정작 감정을 쏟아내는 쪽은 자신이 얼마나 타인에게 감정의 무게를 던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은 말한다.

"나도 힘들어서 그래."

하지만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자신의 고통이 정당하다고 해서,

남의 평온을 침범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요즘 그런 선이 자꾸만 무너지는 것 같다.


힘들다고 말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다만,

그 말의 끝이 누군가의 마음을 짓누르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감정을 나누는 것과 떠넘기는 건 다르다.

누군가의 평온 위에서 자신의 상처를 덜어내는 행위는 결국 또 다른 폭력이다.

요즘의 세상은 그 구분을 잊은 사람들로 너무 가득 차 있는 듯하다.


불안이 만들어 낸 이기심

이기주의는 이제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시대의 불안이 만들어 낸 생존의 언어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나도 힘들다"는 문장으로 모든 행동을 합리화한다.

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면죄부가 되어,

타인에게 상처를 남기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만든다.


공감은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를 자기연민이 대신 채운다.

이해보다 불신이, 다정함보다 냉소가 익숙해진 사회.

감정이란 단어는 이제 나눔의 언어가 아니라, 투사의 도구가 되었다.


누군가는 마음이 답답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내뱉고,

누군가는 그 감정을 받아내느라 무너진다.

이 불균형은 조용히 사람 사이의 신뢰를 갉아먹고,

결국 우리 모두를 조금씩 외롭게 만든다.


감정을 던지지 않는 용기

우리는 타인의 감정에 무감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말은 넘쳐나지만, 진심은 점점 줄어든다.

모두가 "나도 힘들다"는 말 뒤에 숨어버렸고,

그 속에서 서로를 이해할 여유는 사라졌다.


이제는 누군가의 감정을 받아주는 것보다,

감정을 던지지 않는 용기가 더 필요할 때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 자유가 타인의 평온을 무너뜨리는 순간, 그것은 폭력이 된다.


세상은 점점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견디게 만드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속에서 나는 다짐한다.

적어도 나는 -

누군가에게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지도,

누군가를 그런 존재로 만들지도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