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사탕 Dec 14. 2023

인공와우 수술까지(1편)



길고 긴 터널을 지나온 것 같은 시간이었다. 2015년, 처음 청력을 잃고 나서 어떻게 살았냐고 물어보면 가끔 생각한다. 우리에게 몸에 두 개씩 있는 기관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말이다.




1. 처음 청력을 잃었던 사건




처음 비인두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고, 8년즈음 지났을 때, 심하게 중이염이 왔다. 그 사이 양쪽 귀 모두 튜브를 하고 있어야 안에 찬 물이 나와서 들릴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꾸준히 서울 귀전문 병원에 다니면서 양쪽 모두 튜브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중이염이 왔는데, 항생제 약으로는 안되고, 항생제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해서 거의 한 달을 넘게 아침 저녁으로 응급실에 가서 항생제를 맡겨놓고 주사를 맞았다. 그래도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건, 그냥 그럴 수도 있겠지 단순하게 생각했던 나의 무심함 탓이었다.




한 달이 넘었는데도 염증은 끝나지 않았고, 직장에서 1달동안 하와이에 연수가 있었는데 놓치기 싫어서 항생제 약을 가지고 연수를 떠났다. 당연히 귀 상태는 더 안좋아졌고, 다녀와서 바로 중이염 수술을 했지만, 좋아지지 못했다. 2차 수술까지 했지만 결국 청력을 잃었었다. 




2. 나머지 귀도 안 들릴 수 있다!


 


왼쪽 귀의 청력을 잃은 건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오른쪽 귀가 잘 들렸으니까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2022년, 늘 튜브를 넣던 병원에서 어느날 고막에 구멍이 생겼고, 천공이 점점 커져서 튜브를 넣을 수 없게 되었다. 물도 차지 않는데 소리가 확 들리지 않았다. 한쪽 귀만 들리는 데 그쪽도 청력이 떨어지니 조금 답답해졌다. 그래도 버틸만은 해서 의사샘의 도움을 받아 경증 청력장애인 신청을 하고, 조금이라도 고막이 재생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결국 몇 달을 기다려도 고막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고막재생수술을 하기로 하고 큰 대학병원을 몇 군데 다녔다. 하지만 어디에도 방사선 치료를 받은 나에게 고막재생수슬은 좋은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큰 병원은 다시 포기하고, 예전부터 계속 다녔던 귀전문 병원에서 수술을 결심했다. 다행히 선생님은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해주었다. 하지만 수술 후 나의 마음은 완전히 무너졌다.




3. 회복하기 까지의 힘든 과정




수술을 한 후 1달 정도 지났을 때까지는 그 전과 비슷해서 보청기를 하면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점점 더 답답해지기 시작했고 걱정스러웠다. 조금 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결국 병가를 모두 몰아서 내고 2달 정도 집에서 쉬기 시작했다. 들리지 않는 증상은 더 심해졌고 아예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르지 않는 이상 가까이서 말하는 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 때의 무서움이란 말할 수 없었다. 이게 귀머거리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집에서 있는 한 달동안 가족들과도 대화를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음성언어번역기를 놓고 듣거나, 큰 목소리로 소리지르듯이 대화를 했다. 결국, 수술했던 병원에서 청력이 떨어진 검사 결과를 보시고, 재생한 고막에 다시 튜브를 넣어서 물을 빼자고 하셨다. 맞다. 다시 고막 안에 물이 가득 찼던 거다. 튜브를 넣는 순간, 다시 소리라는 것이 들렸다. 그 때는 눈물이 났다. 이렇게 들릴 수 있었구나 싶었다.




하지만, 희안하게도 청력이 엄청 회복되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사람의 음역, 우리가 많이 듣는 소리 음역 부분이 조금 올라간 정도였다. 그래도 보청기를 하지 않아도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니 마음이 놓였다.




4. 왼쪽 귀 인공와우 수술 결심




그 즈음, 안들리는 왼쪽귀를 인공와우 수술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귀전문병원 선생님이 계속 말씀하시는데 고민이 많이 되었다. 2천만원이 넘는 병원비, 맞벌이라 지원도 거의 받을 수 없어서 이게 정말 괜찮을까 결정할 수도 없었고, 하고 나서 후회하지 않을지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오른쪽 귀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언제 다시 안들릴지 알 수 없었고 그 때는 정말 듣지 않고 살아야 하는 거였다. 그래서 결국 왼쪽귀의 인공와우 수술을 결심했다. 성공할 수 있을까? 그 긴 기간을 또 지나갈 수 있을까? 직장을 어떻게 버텨내야 할까? 그 많은 비용은 어떻게 해야 할까? 등등 걱정은 끝나지 않았다. (2편에서)




작가의 이전글 절박하고도 유쾌한 생물 다양성 보고서를 읽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