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발 유가 상승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3월 16일, 브렌트유 - 유럽 기준)를 넘었다. 우리나라는 이 같은 유가 충격(oil price shock)에 취약하다.
한국은 원유를 사실상 전량 수입한다. 전체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3.7%에 달하며, 원유는 국내 생산이 없어 100% 해외 조달이다. 유가가 오르면 경상수지를 압박하고, 수입 물가를 통해 추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어떤 정책으로 대응할까?
이론적으로 유가 충격은 공급충격(supply shock)이다. 총수요-총공급 도표에서 총공급을 좌측 이동시키며, 총생산(GDP)을 하락시키고 물가를 자극한다. 즉,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 이에 대해 정책당국은 상충관계(trade-off)에 당면하게 된다. 총생산을 늘리기 위해 수요 진작 정책을 집행할 경우 물가를 더욱 높일 위험이 있다. 한편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총생산을 더욱 낮추게 된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수도 없는 노릇.
이에 대해 정부는 두 가지 정책을 내놓았다. (1)석유가격최고제와 (2) 전쟁추경. 물가를 잡는 동시에 총수요를 진작시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공급충격이 유발할 상충관계를 정확히 파악한 것.
(1) 석유가격최고제
3.13일 정부는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석유가격최고제를 발동했다.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으로 상한을 설정했다. 이는 현재 소비자 물가의 상승을 막는 역할도 하지만, 물가인상 기대를 관리하는 차원도 있다. 인프레이션 기대는 실제 인플레이션 상승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중 하나다. 가장 자주 체감하는 물가인 주유소 가격에 상한을 걸면, '물가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2) 전쟁추경
또한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에너지 비용 급등에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과 수출기업 지원이 골자다. 기준금리라는 뭉퉁한 통화정책이 할 수 없는 미세하게 타켓된 재정정책을 사용하는 것.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다면 총수요를 진작시켜 공급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이다. 특히 거시금융회의에서 한은은 "물가 및 금융·외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추경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며칠전 한국을 방문한 IMF 수석부총재 댄 카츠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 "최근 시장 변동성 확대와 실물경제 영향에 대한 신속한 정책대응을 높이 평가"했다. 정부정책을 통해, 한국경제가 공급충격이라는 폭풍을 잘 이겨나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