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심스를 추모하며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경제는 어떻게 될까?" 단순해보이는 이 질문은 거시경제학자들이 수십 년간 씨름해온 (그리고 지금도 씨름하는) 난제다. 지난 3월 14일, 이 질문에 답하는 방법 자체를 바꿔놓은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심스(Christopher Sims)가 세상을 떠났다.
"금리를 올리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물가가 내려간다." 지금은 정설로 받아드려지는 이 명제를 세우는데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중앙은행은 경제를 보고 금리를 결정하지만, 경제도 금리를 보고 움직인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인과관계가 양방향으로 얽혀 있다. 금리가 오르니까 물가가 내린건지 데이터만 보면 정책의 효과를 구별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복병이 있다. 경제주체들은 미래를 예상하며 행동한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것 같으면, 기업과 가계는 금리가 오르기도 전에 이미 지출을 줄이기 시작한다. 이른바 기대(expectations)의 문제다.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는 1976년에 이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사람들의 행동 패턴은 정책이 바뀌면 함께 바뀌기 때문에, 과거 데이터로 추정한 경제모델을 이용해 새 정책의 효과를 예측하는 건 근본적으로 틀렸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루카스 비판(Lucas critique)이다. 거시경제학자들은 한동안 이 비판 앞에서 무기력했다.
심스는 1980년 논문 "Macroeconomics and Reality"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그가 제안한 방법은 VAR(벡터 자기회귀 모형, Vector Autoregression)다. 쉽게 말하면, GDP·물가·금리 같은 여러 변수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과거 데이터에서 직접 읽어내는 방법이다. 이론적 선입견을 최소화하고, 변수들 사이의 관계를 데이터에서 드러나도록 했다.
물론 데이터가 저절로 인과관계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심스가 해결해야 했던 핵심 과제는 "식별의 문제(identification problem)"였다. 수많은 충격들이 동시에 경제에 가해지는 상황에서, 오직 통화정책만의 고유한 효과를 어떻게 뽑아낼 것인가. 그는 경제 구조에 대한 최소한의 합리적 가정(structural assumption)만을 이용해 이 문제를 풀었다. 예컨대 "중앙은행은 같은 달의 GDP 데이터를 아직 모른 채 금리를 결정한다"는 식의, 경제적으로 설득력 있는 제약 조건들이다(GDP데이터는 분기별로 사후에 업데이트되므로, 통화정책이 먼저 결정되어 GDP 등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물이 충격반응함수(impulse response function)다. 금리를 1% 올리는 충격을 경제에 가했을 때, GDP와 물가가 이후 몇 년에 걸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시간의 흐름으로 보여준다. Christiano, Eichenbaum, Evans(1999)가 심스의 방법으로 추정한 결과를 보면, 통화정책의 효과가 즉각적이 아니라 길고 느린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것, 지금은 상식처럼 들리지만 이를 데이터에서 엄밀하게 보여준 것이 심스의 공헌이었다. 이 공헌으로 심스는 201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다.
1942년에 태어나 프린스턴대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크리스토퍼 심스는 3월 14일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질문 — 통화정책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은 지금도 거시경제 학계를 괴롭히는 질문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심스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그 후속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R.I.P., Christopher Sims.
참고로 최근 방법론에 대한 논의는 Nakamura & Steinsson의 "Identification of Macroeconomics"라는 논문과 Ramey의 핸드북을 참고하기 바란다. 거시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 특히 거시정책의 효과에 관심있는 경제학도라면 꼭 읽어야할 필독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