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을 보고
'인도 영화' 하면 발리우드(Bollywood)의 전형적인 영화가 떠오른다. 노래하고 춤추며 러닝타임이 긴 영화들. 그 중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세얼간이> (Three Idiots. 2009)가 제일 친숙할 것이다.
<세얼간이>는 치열한 경쟁과 엄격한 계급이 지배하는 인도 사회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말고 재능을 따라가면 성공이 뒤따라온다는 다소 교훈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다. 알이즈웰(All is well)이라는 노래에서 인도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셋이 드러난다. "걱정하지마 다 잘될거야. 중요한건 마음이야"
최근 개봉한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세 명의 평범한 여자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세얼간이>의 세 명의 일류대학 남자 졸업자에게 묻는다. "정말 그렇게 모든 것이 잘 흘러갈까요? (All is well? Really?)"
프라바와 아누는 간호사다. 꽤 전문성 있는 직업이지만, 결국에는 부모님이 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는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에 포획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한번도 보지 못한 남자와 결혼한 프라바는 결국 뭄바이에 혼자 남겨졌다. 돈을 벌기 위해 독일에 간 남편의 존재는 어느날 뜬금없이 배송된 '독일산 밥솥'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빛의 도시 뭄바이에서 희망 없는 어둠으로 살아간다.
아누라는 프라바의 룸메이트로 어린 간호사다. 아직 결혼하진 않았지만, 연애를 하며 행복한 가정생활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보인다. 상대(쉬아즈)가 이슬람교도인 것. 힌두교 집안에서 이슬람교도와 연애 결혼을 허락할리 만무하다. 저멀리 보이는 빛은 희미하고 손에 닿지 않을 것처럼 요원하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파르바티, 나이 지긋한 병원 요리사다. 평생 일하며 살았던 집을 악덕 재개발자들에게 빼앗기게 생겼다. 남편을 잃고 소유권을 증명할 법적서류도 없는 상황. 평생의 보금자리에서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 평생을 바쳐 손에 쥐었다고 생각했던 빛이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세 주인공이 빛으로 삼은 것들은 그들에게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무엇을 빛으로 상상했든지, 그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비로소 스스로는 빛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빛은 삶의 희망이기도 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프라바, 아누라, 파르바티, 그리고 쉬아즈가 해변가의 한 포장마차에서 저녁시간을 보낸다. 포장마차를 둘러싸고 있는 알록달록 파티전구가 눈에 띈다. 그리고 그 위로 별들이 반짝반짝 하늘을 수놓는다. 마치 더 이상 멀리서 그리고 외부에서 빛을 찾지 않게 된 것처럼, 그들은 하하호호 웃으며 수다를 떤다. 그들은 그렇게 스스로 빛이 됐다.
포장마차에는 헤드폰을 꾹 눌러쓰고 있는 젊은 십대 남자 알바가 일한다. 손님들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래에 취해 춤추며 일하(는둥 마는둥하)고 있다. 그 자아도취의 모습에서 <세얼간이>의 주인공들의 사랑스런 모습이 아른거리는 것은 나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