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필자에게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급격하게 세대가 바뀌고 있다는 자각이다. 정치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세대 간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적 진영이나 사회적 이념, 가치관이 어떻든 한국 정치와 사회, 그리고 경제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끼쳤던 x86세대들에게 퇴진과 양보를 요구하는 다음 세대들의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아마도 그 다음 타깃은 당연히 필자를 포함한 x79세대(90년대 학번인 70년대생, 흔히 말하는 X세대 또는 응사와 응칠 세대) 일 것이다. MZ세대들이 이 두 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꼰대'라는 느낌도 담겨 있는 듯 한데, 아마도 이들 세대가 사회의 기득권을 독차지하고 더 이전 세대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세대 간 격차가 더욱 급격하게 드러나는 분야가 IT분야가 아닌가 싶다.
농작물이 자라려면 씨를 뿌리고 모종을 키우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 그리고 그 농작물을 개량하기 위해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한 사람이 사회인으로 독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5~20년은 소요된다고 한다. 하지만 IT분야는 빠른 세대교체가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분야인데다 다른 분야보다 빠른 변화 속도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그만큼 의견 개진이 자유로운 편인 까닭이다. 그리고 지금 IT분야는 블록체인과 코인, 그리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뒷받침하는 메타버스의 시대로 급격하게 접어들고 있다. 코인 경제에 대한 의문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지금도 전 세계 적으로 하루에도 수백 개(아마 더 많겠지만)의 코인이 쏟아진다고 하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매일매일 새로운 서비스가 기획, 개발되고 또 사라진다. 그만큼 만드는 자와 쓰는 자의 반응도 빠르고, 판단을 위한 시간은 부족하다. 주어진 환경이 이러다 보니 정석적 방법보다 지름길을 찾는 경향이 있다. 수십 년 전에는 프로그래머들이 기본 문법에 기초하여 직접 머리를 쥐어짜며 코드 한 줄 한 줄을 만드는 업무 방식을 중시했다면, 지금은 프레임워크라고 불리는 이미 만들어진 기능들을 응용하는 쪽으로 역할이 강조되는 것 같다. 세대의 교체와 함께 비즈니스의 어젠다도 급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더욱 세대 간의 가치관과 일하는 방식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와중에 놓치는 것, 그리고 세대 차이라는 키워드에 숨겨두지 말아야 할 것도 여전히 남아있다. 필자는 바로 이것을 설명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속도와 시간에 밀려나지 말고, 정확한 방법을 찾은 후에 빠른 방법을 익혀야 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의역하자면, 옛 것을 안 후에 새로운 것을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속도전을 강조하는 IT분야에서 역설적으로 더욱 중요한 개념이다. 최소한 개발이나 기획을 하려면 이전에 만들어진 서비스나 제품들이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 왜 저런 기술을 썼을까?라는 고민이 먼저 필요한 것이다.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나빴는지 뜯어볼 줄 알아야 하고, 그런 후에 자신만의 서비스를 만들어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프랜차이즈인 스타워즈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는 Dark Side와 Light Side 간의 치열한 대결이며, 포스의 어두운 측면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가 항상 곁들여진다. 그랜드 마스터인 요다는 이 Dark Side는 쉽게 빠져들고 쉽게 힘을 얻을 수 있지만, Dark Side에 빠져드는 것이 진정한 강함을 얻는 것이 아니라고 수 차례 경고한다. 오히려 어렵고 지난한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은 Light Side의 포스이다. 동양적인 표현으로 말하자면, '정파'를 지키고 '사파'에 빠지지 말라고 할 수 있겠다. 혹시라도 내가 빠른 길을 찾다가 Dark Side에 현혹되는 것은 아닐까 다시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혹시 창업을 준비한다면, 수익모델을 만들고 BEP(Break Even Point;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도 나에게 투자한 투자자부터 함께 일을 한 사람들,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인 책임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혹시라도 나만 잘 되면 된다는 IT 창업자가 있다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기를 바란다. IT 창업은 개인적이고 나만의 가치를 추구하더라도 그 모습이 이기적이면 안된다.
더불어, 필자를 포함한 기성세대에게 고한다.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충실히 다하고 후속 세대에게 본을 보이고 있는가? 일부 후속세대들이 한탕주의에 몰두하고, 일확천금 주의에 빠지는 것이 우리의 실패, 그리고 우리의 꼰대질에 대한 반작용은 아닐까? 우리는 좋은 어른이 되고 있는지 그리고 후속세대에게 역량의 교육과 함께 윤리적인 사고를 함께 할 수 있도록 본을 보이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배경에 우리 세대의 경험과 역사가 반영된 것은 아닐는지 모를 일이다.
모쪼록 오늘도 성실히 노력하는 모든 IT산업 종사자에게, 그리고 앞서 이끌고 뒤에서 밀면서 함께 길을 따라가는 모든 세대들에게 제다이의 인사를 전한다. "May the force be with you"
* 이 글은 필자가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파인드비에 2022년 6월 20일 기고한 글을 수정 및 재구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