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의 노벨 화학상 사례와 AI의 진화
AI를 활용해 인류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묻는다면, 이 다큐멘터리는 그 질문에 가장 정직한 사례로 답한다. 단순한 기술 다큐가 아니라, 인류와 AI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처럼 느껴졌다. 보는 내내 소름이 돋았는데, AI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은 무료이니 꼭 시청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다큐영상: 링크).
2016년 10년전, 알파고(Alphago)로 알려진 딥마인드는 이세돌 9단의 대국을 통해, 전 세계에 AI발전에 대해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최고의 바둑기사였던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1의 승리를 거둬, 인공지능의 바둑의 전략이 "굉장히 창의적"이다라고 평했다. 특히, 알파고가 두었던 "제3의 수(78수)"는, 인간이 두지 않던 묘수로, 이후의 바둑의 패러다임을 바꾸기도 했다. 충격을 빠뜨렸던, 딥마인드 기업의 AI 능력은 지금은 어떻게 변화해있을까?
10년후인 2026년 딥마인드 기업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아니 딥마인드의 AI는 어떻게 진화해왔는가?
딥마인드 기업은 이후 생화학·분자생물학 영역에서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단백질 구조 접힘 문제를 인공지능으로 풀어낸 것이다. 인간이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쳐 접근하던 문제를 반복 학습을 통해 해결했고, 그 결과를 전 인류에게 공개했다. 이는 기술적 성과를 넘어, 생물학의 지형 자체를 바꾼 사건이었다. 2024년 노벨 화학상은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M. 점퍼, 그리고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데이비드 베이커에게 공동 수여됐다. 수상 이유는 단백질 설계와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에서의 획기적인 연구 성과였다.
데이비드 베이커는 계산 기반 단백질 설계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고, 허사비스와 점퍼는 AI 모델 알파폴드2(AlphaFold2) 를 개발해 50년 넘게 풀리지 않았던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를 해결했다. 이 모델은 현재 전 세계 190개국, 200만 명 이상의 연구자가 사용하고 있으며, 연구자들이 확인한 거의 모든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이 두 연구가 생물학·의학·화학 전반에 걸쳐 막대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AI가 기초과학의 난제를 해결하고, 인류의 지식 지형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이번 수상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현재 과학자들이 알고 있는 단백질은 약 2억 개에 달하지만, 오랫동안 그 구조는 하나하나 실험으로 밝혀야 했기 때문에 거의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딥마인드의 알파폴드(Alphafold)는 아미노산 서열만으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해, 인류가 생명의 ‘설계도’를 대규모로 처음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 전환점이었다.
단백질 구조를 아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약 개발로 비유하면 더 명확해진다. 대부분의 약은 우리 몸 속 특정 단백질에 정확히 결합해야만 효과를 낸다. 마치 자물쇠와 열쇠처럼, 단백질의 구조를 모르면 약은 제대로 작동할 수도, 부작용 없이 설계될 수도 없다. 그동안 신약 개발이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알파폴드는 이 ‘자물쇠의 모양’을 미리 보여줌으로써, 약을 설계하는 출발선 자체를 앞당겼고, 질병을 치료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는 약 뿐만아니라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인 단백질 구조문제 연구 등에도 도움을 주며, 환경 및 기후변화 분야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백질 구조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질병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일이다. 딥마인드의 성과는 수많은 질병 연구의 출발점을 단축시켰고, 인류 보건사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열었다. 이 지점에서 딥마인드 팀이 노벨상을 받게 된 결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어떤 선택을 했는가’ 였다.
그들은 이 지식을 독점하지 않았다. 공개했고, 공유했고, 인류 전체의 자산으로 돌려놓았다. 기술이 인류를 위해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아래는 알파폴드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링크)
최근 딥마인드와 아이소모픽 랩스가 발표한 AlphaFold 3는 단백질 구조 예측을 넘어서 DNA, RNA, 리간드 등 생체 분자들의 구조와 상호작용까지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는 차세대 AI 모델이다. AlphaFold 3는 단백질뿐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의 분자 구조를 이해함으로써 신약 개발, 유전체·분자 상호작용 연구, 질병 메커니즘 해명 등 생물학 전반의 연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단백질 접힘 문제를 해결한 AlphaFold의 성공을 기반으로, 의학·재료과학·약물 설계 등을 혁신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AlphaFold 기술은 SARS-CoV-2 바이러스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바이러스 단백질의 정확한 구조를 알게 되면서,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작동 원리와 인간 세포와의 상호작용을 이해할 수 있었고, 이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했다.
AlphaFold 3는 구조 정보가 부족했던 희귀질환 연구에도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낭포성 섬유증의 원인이 되는 CFTR 단백질의 변형 구조를 파악함으로써, 해당 단백질의 기능을 회복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맞춤형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 다큐멘터리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성과 자체보다도, 그 성과에 이르게 한 사고 방식에 있었다.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 데미스 허사비스는 전형적인 컴퓨터공학자나 AI 연구자의 경로를 밟지 않았다. 어린 시절 체스 선수였고, 대학 입학 전에는 게임 회사에서 일했고, 이후에는 케임브리지에서 뇌 신경계와 인지과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의 출발점은 ‘코딩’이 아니라 인간의 뇌가 어떻게 학습하고 판단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이 점이 결정적이었다.
만약 그가 처음부터 알고리즘과 최적화만을 배웠다면, 인간의 뉴런과 학습 방식을 닮은 인공지능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오히려 인간의 사고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기에, 반복 학습과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배우는 인공지능이라는 발상이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지금은 개발자와 엔지니어를 생산해왔던 시대에서 AI로 인해, 그들은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로 흘러 가고 있다. 그럼 우리에는 어떤 인재들이 필요로 하는가? 인류사에 남을 혁신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초과학과 철학,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이 가진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결국 AI는 인간을 닮거나 자연을 닮은 창조물이 현재 인류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인류가 스스로 새로운 지적 존재를 만들어내는 순간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
다큐를 보며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 이다.『호모 데우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더 이상 자연 선택에만 의존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확장하고 생명을 설계하려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이 인간의 지적·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인간이 스스로 지능을 창조하는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다큐멘터리를 보며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은, 알파폴더의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인간이 직접 명령하지 않았음에도 인공지능이 스스로 테스트하고 학습하며 우리가 흔히 ‘창의적’이라고 부르는 행동을 수행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이 장면을 보며 자연스럽게 이런 물음이 자리 잡았다. 이것은 고도화된 도구일까, 아니면 사고하는 존재의 출현일까? 인간이 설계한 알고리즘이 이제 인간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사고의 결과를 산출하는 순간, 우리는 단순한 도구를 넘는 무엇을 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인간 역시 복잡한 생화학적 알고리즘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창의성’이라고 부르는 것도 축적된 정보와 경험의 처리 과정이라면, 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인공지능은 인간과 유사한 창의적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이 불편한 이유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닮아서가 아니라 인간의 사고와 창의성 역시 우리가 믿어온 것보다 훨씬 데이터 기반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기술의 진보라기보다, 인간을 다시 이해하게 만드는 하나의 거울처럼 느껴졌다.
나는 기후변화와 국제개발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생성형 AI(인공지능)이 등장한 이후, 이 기술을 이 분야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논의는 데이터를 활용한 자동화나 효율성 개선에 머물러 있었다. 이 다큐를 보며 질문이 달라졌다.
기후과학 역시 가설 설정–실험–검증–발견이라는 반복적인 싸이클 위에서 작동한다. 이는 인공지능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데이터가 많고, 증명이 필요하며, 반복 학습이 요구되는 분야일수록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딥마인드가 생물학의 지형을 바꿨다면, 기후위기 대응에서도 인류사에 남을 전환점이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방향으로 이 도구를 사용할 것인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AI 진화는 막대한 데이터센터 구축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는 AI가 점점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에너지 집약적 기술’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데이터센터 확장이 화석연료 기반 전력에 의존할 경우, AI는 기후위기 대응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탄소 배출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위험이 크다. 결국 AI는 기후변화 해결의 해법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관리되지 않을 경우 그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다. (MIT News, 2025)
기후변화, 가짜 뉴스, 스캠, 군사적 활용 등 AI의 부정적 영향이 분명해지는 시대에, 이 딥마인드의 알파폴드(AlphaFold) 사례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AI의 미래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선택의 문제라는 것. 인류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가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하나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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