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용기가 없어서

그래서 삶을 연명합니다

by gum

이것은 게으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게으름이 몸집을 부풀려 우울의 자리에 침범한 자의 이야기입니다.


글쎄요. 저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분명 초등학교 때까지는 엄청나게 활발한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된 이유가 뭘까요? 음, 아마 심한 사춘기를 겪은 이후일 겁니다.


사춘기란 무엇인가요.


단순히 몸이 자라는 시기가 아니라, 마음이 ‘자기 자신을 처음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시기랍니다. 하지만 저는 그 시기를 제대로 넘기지 못했습니다.

코로나가 곂치며 집 밖을 나가지 못하였으며, 부모님으로 인한 이민 생활로 인해 사람을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독일이라는 곳은 저에게 낫선 곳이었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이곳에서 살게 된 저는 무엇을 선택하였을까요?


저는 부지런한 사람이었습니다. 살기 위해 열심히 독일어를 공부했습니다. 몸이 아파도, 정신이 피로해도 꾸역꾸역 학교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독이 되었죠.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저라는 존재는 어찌보면 맞지 않은 색의 옷을 입은 오리였습니다. 아름다운 털을 꼽은 채 춤을 추는 백조와는 달리, 어지러운 깃털을 날리는 저는 오리였습니다.


아, 그래. 털을 바꾸자. 그러면 저들과 비슷해 질거야.


다음 단계는 식이장애였습니다.

비만이었던 저는 다이어트를 결심하였습니다. 공부로 인해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였던 저는 극단적인 식단을 선택하였죠.

저는 그렇게 163cm에 38kg라는 절망적인 숫자를 보았습니다.


부모님과는 매일이 전쟁이었습니다. 싸우지 않는 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싸움의 끝의 승리자는 부모님이었지요. 저는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말했다싶이, 저는 독일어를 잘 하지 못했습니다. 독일어를 사용하는 상담사들은 제게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3개월이라는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야만 했습니다.


퇴원을한 저는 48kg라는, 적지만 정상 범위에 속하는 몸무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 물론 이때도 부모님과 많이 싸웠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더 몸무게를 찌웠으면 하셨거든요.


그리고 이 해 여름, 저희는 조부모님을 뵈기 위해 한국으로 갔습니다.


예. 문제가 찾아왔습니다.

저를 본 조부모님들께서는 저를 찌우기로 마음을 먹으셨고, 부모님까지 합세하여 기여코 저를 52kg까지 찌우기를 성공하셨습니다.


부모님은 좋아하셨습니다. 거의 2년만에 보는 제대로 된 미소였달까요.


하지만 나는?


나는?


나는?


.......


터져버린 입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음식을 권유하는, 함박 미소를 짓는 부모님을 보며 차마 그것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64kg라는 최고 몸무게를 기록했습니다.


몸이 무거워지면 무거워 질수록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먹은 음식은 곧 에너지가 되야할 터인데, 몸에 힘이 없었습니다.


저는 또 다시 다이어트를 결심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방법은 지난 번과는 달랐습니다.


부모님이 건네는 음식을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그대신, 저는 그것들을 모두 토해내기로 결심하였죠.


목이 아픕니다. 피가 납니다. 심장이 빠르게 뛰며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습니다.


저는 다시 52kg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부모님께 먹토의 사실을 들키고 말았죠.


심장이 뜁니다.

눈 앞이 까맣게 물듭니다.

머리가 뱅글뱅글 돕니다.


아빠가 물건을 던지는 군요. 팡이비었습니다. 붉게 물드는 화장지를 보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것은 게으른 자의 일기입니다.

이것은 겁쟁이의 일기입니다.

죽지 못하여 삶을 이어가는 자의 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