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일 차/ 아르수아~오 페드로우소)
오늘(10.27) 코스는 아르수아(Arzua)를 출발하여 ▷ 오 페드로우소(O Pdrouzo)까지 19.3Km를 4시간 30분 동안 3만 4 천보를 걸었다. N-547번 도로를 여러 번 들락거렸는데 이 도로는 차량이 상당히 많아서 위험했다. 순례길은 자동차 도로 옆으로 같이 가거나 터널을 통과하기 때문에 안전에 신경을 써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8시에 비옷을 착용하고 출발했다. 비가 내린 뒤라 어디가 맨땅이고 어디가 쇠똥 무더기인지 구분이 안 된다. 하지만 순례길 주변에 비를 먹금은 숲들이 아름다웠다.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숲 터널로 순례자들이 빨려 들어간다. 역광으로 순례자의 실루엣에 카메라를 꺼내 든다.
점심 먹기 위해 들린 레스토랑에서 옆자리 앉은 76세의 독일 노인과 대화를 떠듬떠듬 나눈다. 내가 순례길에서 최고령이라는 자부심으로 걸어왔는데 나보다 어르신을 만났기 때문에 내 자부심은 반 토막이 나더니 실종하고 말았다. 다행히 그는 4일 전 사리아부터 순례를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 자부심을 데려와 머리에 올려놓았다. 나 보다 25일을 덜 걸은 셈이라서 다시 용감하게 순례길에 들어섰다.
윤동주는 「길」을 이렇게 노래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맞닿은 곳에도
길이 있다.
발이 닿지 않는 곳에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목에 있는 어떤 알베르게에서 "지혜의 벽'을 보았다. 스페인어와 영어로 된 11개의 질문이 20여 미터 가량 전시되어 순례자들의 눈길을 끌어모은다. 지혜의 벽에 11개의 질문을 게시한 작가는 Lerno Brunout(1957년 4월 8일, 더플/벨기에)라 했다.
그의 홈페이지를 보면 그는 독학한 언어학자, 역사학자, 철학자로서 40세에 신비한 경험을 한 후 성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1978년부터 스페인에서, 2014년부터는 갈리시아 아르수아에서 살았단다. 그는 거의 25년 동안 산티아고 길 등 스페인의 다양한 트레일에서 북미 그룹과 함께 도보 여행 가이드로 일했다고 한다.
11개의 질문은 숙소에서 해답을 찾아보았다. 그 결과 이 책의 제19장에서 33장까지 언급한 1987년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천주교 교단에 제출한 질문과 3개가 겹치고 있다. 여기서는 나머지 질문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질문 1. 당신은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에도 의문을 제기합니까?
개인의 자유와 타인의 자유의 갈등을 해소하려면? 타인의 다양한 관점과 신념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 중점을 두는 동시에, 자신의 생각과 신념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인 의문은 개인의 성장과 지식 확장에 도움이 되며, 다양한 시각을 탐험하고 열린 사고를 도모할 수 있다.
질문 2. 종교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은?
종교란 인간이 초자연적 존재나 힘에 대해 가지는 신앙, 믿음, 예배, 교리, 그리고 관습의 총체를 말한다. 종교는 1) 신앙 2) 의례와 예배 3) 도덕적 규범 4) 성경과 경전 5) 공동체 6) 세계관 등을 구성요소로 하고 있다.
종교는 역사와 문화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인간의 정체성, 사회 구조, 가치 체계 등에 큰 영향을 미쳐 왔다. 각기 다른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가진 다양한 종교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각기 고유한 신앙 체계와 실천 방식을 가지고 있다. 종교의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도덕적 가치 전달, 사회 단결 촉진, 구조적 지침 제공 등이 있을 수 있는 반면에, 종교의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종교 간 갈등, 편견, 교리적 분쟁으로 인한 분열 등이 현실적인 과제로 나타나고 있다.
질문 3. 과학은 우리에게 구원을 가져 다 주었을 까요?
과학은 우리에게 혁신과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도전적이고도 윤리적 문제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과학의 발전은 인간이 질병 치료, 편리한 생활. 커뮤니케이션의 향상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리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환경 파괴, 과학기술 남용, 윤리적 문제 등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과학은 우리네 삶의 질적 수준을 향상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을 활용하는 방법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질문 4. 모든 종교와 철학은 인간의 중요한 가치를 보호하고 있는가?
모든 종교가 인간의 중요한 가치를 보호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종교는 인간의 중요한 가치를 보호하고 증진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종교가 추구하는 가치는 1) 도덕성과 윤리 2) 공동체와 소속감 3) 삶의 의미와 목적 4) 정신적 지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모든 철학이 인간의 중요한 가치를 보호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철학적 사조와 이론은 인간의 중요한 가치를 탐구하고 보호하는 데 기여해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철학은 인간 존재의 의미, 도덕적 가치, 사회적 정의, 인식론적 문제 등을 깊이 탐구하며,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다.
철학이 보호하거나 증진하려고 하는 인간의 중요한 가치는 1) 도덕성과 윤리 2) 인권과 정의 3) 자유와 자율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질문 5. 공산주의 국가에 산다면 무신론자가 되어야 하는가?
공산주의 체제 국가에서는 종교에 대한 접근 방식이 국가의 정치적 이념과 정책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산주의 이념은 무신론적이며, 종교는 종종 국가의 이념과 충돌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공산주의 체제 국가에서 종교를 다루는 방법은 칼 막스의 종교관에 집착하고 있다. 그는 "종교는 억압받는 피조물의 '한숨'이며, 무정한 세상의 '심장'이며, 영혼 없는 상태의 '영혼'이라고 표현했다.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다."라고 말했다. 종교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사람들에게 의미와 위로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해방을 지연시키는 이중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정부나 법원이 종교의 영역에 개입하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일까? 개입해야 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개입이 가능할까? 개인의 신념 및 정치적 성향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불교국가라 하더라도, 종교적 신념은 개인의 자유로운 의지에 의해 형성되어야 한다. 불교에 대한 학습과 이해를 통해 스스로의 신념을 찾아볼 수 있지만, 종교적 신념은 개인의 선택에 따라야 할 것이다.
질문 6. 천국과 지옥은 믿는 사람만 가는 곳인가?
이는 제20장에서 다룬 이병철 회장의 질문 12번과 유사하다. 일단 대답을 하자면 그렇지 않다. 천국과 지옥, 그리고 연옥 혹은 환생에 대한 신념은 종교나 철학에 따라 다양하다. 믿음이 천국이나 지옥으로 가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며, 종교나 철학의 해석, 문맥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 종교나 신념체계에 대한 개인의 선택과 신념에 따라, 이러한 개념들이 다르게 해석되고 믿게 된다.
질문 7. 종교의 교리에 대한 믿음은 그것을 옹호하는 권위에 대한 믿음인가요?
종교의 교리에 대한 믿음은 종종 그 교리를 전파하거나 권위에 대한 믿음과 연결될 수 있다. 종교는 때때로 교리를 전달하고 해석하는 권위 있는 인물, 성서, 전통, 교회 등을 중시한다. 그러나, 모든 종교적 믿음이 종교적 권위에 의존한다는 것은 아니다.
믿음의 근본은 종종 개인적인 신념, 영성적 체험, 도덕적 가치, 세계관 등에 있다고 본다. 종교적 믿음은 다양한 영향을 받고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되며, 교리를 옹호하는 권위는 그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질문 8. 과학 이론에 대한 믿음은 그것을 옹호하는 권위에 대한 믿음일까요?
과학 이론에 대한 믿음은 관찰, 실험, 검증을 통한 증거와 논리적 추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과학은 객관적인 방법을 통해서 현상을 탐구하고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며, 이는 실험의 재현성과 검증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과학 이론은 항상 개선과 수정의 여지가 있으며, 새로운 증거나 연구 결과에 따라 조정/변경될 수 있다.
질문 9. 예수님께서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고 말씀하신 것은 무슨 뜻일까요?
이 예수님의 말씀은 요한복음 8장 32절에 나오는 구절로 기본적으로는 진리를 알게 되면 영적, 도덕적, 그리고 심리적으로 자유로워진다는 뜻이다. 이 말씀은 진리를 깨달음으로써 얻게 되는 다양한 종류의 자유를 의미하며, 예수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구원과 참된 자유를 강조하는 말이다.
질문 10. 원인과 결과에 대한 신의 섭리에 대한 믿음은 기적에 대한 믿음과 상충되는 현상인가?
종교적인 신념이나 철학에 따라 믿음과 기적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원인과 결과의 섭리에 대한 믿음은 세계의 규칙적인 순서와 규율을 이해하려는 시도로, 예를 들면 인과관계, 도덕적 보상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반면에 기적은 종교적인 맥락에서 예외적이고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현상을 나타낸다.
많은 종교에서는 신의 섭리를 통해 세상이 운영되고 있지만, 동시에 신은 기적을 통해 이 섭리를 초월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다. 따라서, 믿음의 결과와 기적이라는 두 가지는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신념의 다양성과 함께 공존할 수 있다.
질문 11. "부자가 낙원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이 더 쉽다"는 말뜻은?
이는 제24장에서 다룬 이병철 회장의 질문 16번과 유사하다.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나 변화가 어려움을 강조하려는 비유이다. 이 말씀은 어떤 면에서는 불가능에 가깝고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비유한 것이다. 재산이나 돈에 대한 집착이 새로운 영적인 경험에 대한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물질적인 것들에 대한 집착을 극복하고 영적인 가치에 주목하라는 가르침이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자기의 흔적을 문자로 남기고 간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럴듯한 낙서나 구조물로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위안을 준다. 돌무덤, 돌탑 쌓기, 바위에 그린 화살표, 올리브 나뭇가지에 매단 울긋불긋한 리본들, 전깃줄에 등산화 걸어두기, 등산화에 꽃나무 심어 놓기, 지팡이 땅에 꽂기, 땅바닥에 짱돌로 이정표 만들기, 나뭇가지로 엉성하게 만든 십자가, 웃기거나 진지한 낙서, 어중간 한 만화, 못생긴 이정표, 미라로 남은 인분 덩어리, 숙소 방명록에 소감 등으로 흔적을 남기며 지나간다.
순례길에 한국문화가 심심찮게 깔려있다. 예컨대, 알베르게 앞에는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팻말도 보이고, 베란다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는 알베르게, 폐차 버스의 차체에서 그려진 태극기 등등을 발견하고 반가움에 긍지를 가진다. 어떤 알베르게에는 서울까지 거리를 9,723km로 표시하기도 했다. ”한마디 말에도 큰 사랑“이라고 쓴 헝겊도 보인다.
전봇대를 닮은 철십자가 밑에 조약돌에 새겨진 맹세를 읽으며 그들의 생각을 엿본다 "힘들어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쓰여 있다. 엄청 들어서 좋은 말, 소원을 비는가 하면, 애인에게 사랑을 다짐하는 문자도 보인다.
어떤 바에는 우리나라 순례자가 쓴 자유시를 표구를 해서 걸어 둔 카페도 있다. 식당 앞에 12시부터 영업을 알리는 문구가 한글로 표기되어 있다. 한국식당 앞에는 신라면 햇반, 비빔밥이라는 간판이 우리를 들뜨게 하며 나라를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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