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수속을 받기 위해 봉사단은 먼저 짐을 올려놓는데 기준량 초과란다.
"아뿔싸 , 어쩌란 말인가?"
"순간 짐을 두고 가야 하나? "
"미리 체크를 못한 직원을 탓해야 하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침착하게 봉사자들을 다독거리며
우선 짐을 개별 기준량에 맞춰 나누었다.
초과한 물품 비용문제가 걱정되었는데, 항공사 관계자에게 봉사물품임을 설명하자 다행히 통과를 시켜주었다. 휴 ~~ 한숨을 돌리며 인도네시아 해외봉사단은 인천공항을 벗어날 수 있었다.
#머나먼 일정
아침새벽부터 광주에서 출발한 우리는 긴 비행시간을 거쳐 저녁 무렵 자카르타에 도착한다. 잠시 숙소에서 눈을 붙인 후 인도네시아 적십자사를 방문하고 우리는 소형비행기로 스마랑에 도착한다.
이 비행기는 탑승인원이 10명 내외이고 큰 헬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나마 조종사가 영국인이라고 해서 안심이었다. 그래도 어찌나 무섭던지 1시간 내내 기압골에 비행기가 요동칠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했다.
이렇게 하루반을 걸려 힘겹게 도착한 우리는 또 차량으로 먼 길을 향했다.
#지진
드라마로 유명한 휴양지 발리와 다르게 인도네시아는 화산폭발과 지진이 끊이지 않는 나라다.
그 말을 증명하듯 인도네시아 봉사단 2기가 자카르타에서 학교봉사를 할 때다.
교실 안에 있었는데 갑자기 몸이 휘청거리고 건물이 흔들렸다. 순간 우리는 당황했지만 그곳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난리가 났다. 강도 5.9가 넘는 지진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도된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지진발생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약간의 진동만을 느꼈고 우리 봉사자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해외봉사는 이렇게 예기치 못한 상황을 접하기도 하는 것이다.
#물과 위생
식민지를 겪은 인도네시아 대도시는 거의 선진국과 같은 시설을 가지고 있지만 농촌은 크게 달랐다. 60~70년대 우리 농촌과 비슷하다. 좀 더 열악하다. 아프리카처럼 식수는 깨끗하지 못하고 대소변은 노상방뇨 수준이다. 비 위생적인 생활습관 때문에 수인성 질환으로 생명을 잃기도 한다.
우리가 방문한 마을도 그랬다. 대부분 흙바닥에서 생활하고 화장실은 집부근 웅덩이옆에 두고 있었다. 그 웅덩이 물을 식수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 다른 마을은 먹을 것이 부족한지 돌아다니는 고양이나 닭을 보면 비쩍 메말라 보였다. 마을 뒤편은 쓰레기가 가득 찼다. 오염된 하천과 지하 배수관에서는 악취가 심했다. 우리는 사탕과 과자, 상처에 바를 연고까지 내주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마냥 뛰어다니며 우리를 졸졸 따랐다.
물과 위생문제는 아프리카에서만 아니라 동남아시아국가에서도 이처럼 심각했다. 우리 사회는 한 때 '우물 파기' 릴레이가 이어지기도 했다. 적십자에서도 오래전부터 네팔, 라오스, 인도네시아에서 물과 위생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인도네시아 적십자사 직원은 우리가 방문한 마을을 가리키며 앞으로 이곳에 화장실과 수도가 만들어질 거라고 설명해 주었다.
아파트에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 대부분은 재래식 화장실을 모를 게다. 과연 집 밖에 웅덩이 화장실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학교 봉사
해외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학교봉사를 빼놓을 수가 없다. 아이들과 학교의 환영은 열렬했다.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베트남에서도 학교와 아이들은 우리를 대대적으로 반겼다.
대부분 해외봉사를 가면 하는 일이 학교 봉사다. 기본적으로 준비해 간 교육과 친선활동을 한다. 위생교육이며 태권도,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 장기자랑을 한다. 한류의 영향인지 한국 가요와 댄스를 곧 잘 따라 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이들에게 cpr를 교육시키고 부목처치와 직접 천으로 운반구를 만들어 환자를 이송하는 교육도 실시했다. 다음은 교내 청소와 나무 심기다. 학교 밖에는 바람과 해일을 막기 위해 방풍림을 심었다. 그리고 대표적인 봉사 활동으로 학교담장과 화장실에 페인트칠을 했다. 베트남 하노이에 갔을 때는 담장에 청소년적십자 60주년 심벌과 양국의 국기도 그려 넣었다.
#희망의 눈동자
베트남이고 인도네시아며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고 붙임성이 있었다. 우리를 보면 웃으며 달려온다.
아이들은 휴대폰으로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 스스럼없이 다가와서 포즈를 취한다.
나는 유독 아이들의 눈동자에 꽂혔다.
이 아이들의 밝은 눈동자에서 지금은 가난하지만 미래의 희망을 느꼈다.
지금도 아이들의 사진을 보노라면
이들이 잘 성장해서 이 나라 미래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믿음이 든다.
#감사하며 봉사하며 산다
봉사여정의 마지막은 참가자들이 모여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참가자 중 나이 드신 봉사자 대부분은 자신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달성했다며 미소를 띠며 좋아했다. 젊은 봉사자들은 가슴 절절하다. 비참할 정도의 위생상황에 충격을 받았고 앞으로 다짐도 쏟아냈다. " 쓰레기 더미, 더러운 물, 악취 속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사하는 삶을 살겠습니다."라고 말한다.
한 참 해외봉사 붐이 일던 때가 있었다. 공항에 배낭을 멘 청소년들이 우글거렸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 이유가 대학입시 반영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니, 시대착오적인 정부정책과 우리 국민들의 인식부족에 애가 탈뿐이다.
젊은이들의 봉사는 삶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 해외봉사는 가난과 빈곤을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어렵고 힘든 처지의 지구촌 사람들을 이해하게 하고, 세계시민으로서 인식과 나눔을 배울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지도밖으로 행군하라!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는 재난이 일어나고 있다. 근래에 아프간 무력충돌,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에서 최근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에 이르기까지 인도적 위기는 증가하고 있다. 다행히 이를 극복하는데 전 세계적인 관심과 도움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적십자의 구호 봉사활동은 단연 독보적이다. 특히 전쟁 및 무력충돌 지역은 제네바협약에 의해 적십자만이 활동할 수 있다. 적십자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각 국의 적십자사와 적신월사 등 국제적십자 네트워크를 통해 이들을 돕고 있다.
지구역사에서 교통과 통신의 혁명적 발전은 지구촌을 하나로 만들었다. 특히 전쟁이나 대형사고, 대형재난,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은 어느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은 전 세계의 연대와 협력을 요구한다. 기후위기, 탄소중립, 미세먼지 등의 어젠다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따라서 지구촌은 공동운명체로 세계시민으로서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6. 25 당시 많은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이제는 우리 젊은이들이 인도적 위기에 처한 지구촌 가족들을 위해 도움을 주는데 앞장서야 하지 않겠는가?
'바람의 딸'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 제목이 말하듯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를 향해 진군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