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가 지배시장이 된 이유(2)
OTT 시장 확대의 이유 중 하나는 콘텐츠 소비 트렌드의 변화이다. 최근 영상 콘텐츠 소비에 있어 스낵컬처(Snack culture)라는 트렌드가 유행하고 있다. 스낵컬처란, 과자를 먹듯이 짧은 시간 안에 문화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중국의 영상 플랫폼 틱톡(Tik Tok)에서 만들어져 최근 들어 유튜브,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숏폼(Short-form)이 스낵컬처의 대표적 예시다. 숏폼의 평균 영상 길이는 15초 ~ 1분이다. 평균 10분 ~ 13분 정도를 남짓하던 유튜브 영상들의 재생 시간 평균은 점점 단축되어 지금은 1분 남짓의 숏폼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정보를 찾고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해 기승전결이 담겨있는 10분 ~ 13분의 영상보다 핵심만 등장하는 숏폼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자신이 원하는 재미와 정보를 얻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감소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대중들은 문화콘텐츠를 소비할 때마저도 가성비를 따지기 시작하며 이른바 코드커팅(Cord-Cutting)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동일한 맥락 안에서 OTT가 문화콘텐츠 시장의 거물이 된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 OTT 시장에서 자체 제작하는 콘텐츠와 TV 프로그램을 비교해 보자.
다음은 넷플릭스에서 유행한 시리즈 중 하나인 『D.P』의 회차 목록이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총 6화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16부작인 미니시리즈부터 그 이상을 넘어가는 기존의 TV 프로그램보다 훨씬 압축된 것을 볼 수 있다. 이 말인 즉, 16회 혹은 그 이상의 회차를 통해 풀어가는 스토리를 OTT 자체 제작 시리즈들은 비교적 적은 회차들을 통해 풀어간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볼 때 OTT 시리즈들은 스토리를 이해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데 있어 소비되는 시간이 적고, 이로 인해 TV 프로그램들보다 대중들에게 더 선호됨을 추측할 수 있다. 결국 OTT의 성장 배경 중 하나는 대중들의 가성비에 대한 니즈 충족에 있는 것이다.
시공간적 제약의 극복 또한 OTT 시장 성장의 배경이 되었다. 문화콘텐츠 소비에 있어 시공간적 제약의 정도는 콘텐츠 소비의 매개체가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휴대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TV와 컴퓨터는 휴대가 가능한 태블릿, 휴대폰보다 시공간적 제약이 강할 수밖에 없다. TV 프로그램 또한 TV의 시공간적 제약에 종속되어 OTT 콘텐츠보다 제약이 강하게 나타난다. 가령, 카페에 태블릿을 지참해 커피를 마시며 OTT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지만 TV를 들고 가서 TV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는 없다. 요약하자면 OTT 콘텐츠들은 기성 프로그램들보다 공간적 제약이 적은 것이다.
더불어 TV 프로그램은 방송사에서 정해진 편성표에 의해 방영시간이 결정되고 시청자들은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본방송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OTT 플랫폼에서는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시청할 수 있다. 이 점에서 OTT 콘텐츠들은 기존의 TV 프로그램들보다 시간적 제약도 더 적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시공간적 제약의 극복은 콘텐츠 시장 속 OTT 플랫폼들의 지배력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