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등 뒤에 끈 하나가 달려있을 것만 같다.
삶을 깨뜨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너무나도 나를 사랑했다. 그랬기 때문에 삼층 건물, 낡은 방에서 몇 번이나 서성거리며 머리부터 바닥에 던지는 상상을 했다.
나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그곳이, 죽지 않은 봄 안에 새로운 꽃잎처럼 흩어지기를. 그래서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기를. 그러나 죽는 순간까지 남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토록 사랑하는 꽃잎에 젖을 순간은 가슴 안에만 담아두었다.
봄은 죽지 않았고, 벌거벗은 나무의 머리에는 이제 꽃이 피기 시작했으며ー불어오는 바람의 향기는 그리움을 담고 있다. 타인이 아닌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등 뒤에 들러붙은 손길을 느꼈고, 그가 전하는 사랑은 몹시도 달고 아픈 동시에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 동안 충동에 빠져 있었고, 돌아올 수 없을 만큼 복잡한 길을 헤치며 살아왔다. 아니,정말 살아있었는지도 모르겠어. 반쯤 죽은, 사람의 눈이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얼굴을 하고 이제껏 걸어왔으니.
그러니까, 이 끔찍하고 흉측한 감정을 무어라 표현할지도 모르고, 쭉 혼자인 채로, 사랑하는 나를 앞에 둔 채로, 더 이상은 괴롭지 않을 마지막 낙하를 결심했다.
그러나 오늘은 다를지도 모른다는 마지막 희망을 쥐고, 또 다르게는 절망으로 변모하는 그것을 쥔 채로 머리 안이 더럽혀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내가 저 밑으로 몸을 던지면, 내게 나름의 구원을 행한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까.
확실하지 않은 것이 두려웠다. 삼 층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을 때, 내게 아직 숨이 붙어 있다면.
틀림없이 흩어져야 했을 고통이 아직 남아 있다면.
그런 결과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잠들어야 한다는 사실도 모르지 않았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여기에 남아 있었어.
너무 오랫동안 깨어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