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적어 내려가야 한다.
글을 한시도 손에서 놓아서는 안 된다. 아침이 지고 밤이 돌아와도, 반대로 밤이 지고 아침이 돌아와도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쓴다. 그럴 수밖에는 없다. 사랑하니까.
노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말 농땡이일지도. 그렇지만 글을 쓰는 것은 즐겁고 머릿속 어딘가의 생각이 형태를 갖추고 손끝에서 태어나는 순간은 몇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수단을 통해 생각을 터뜨리는 순간에는 한계라는 이름을 가진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 나는 지금 글과는 거리가 먼 곳에 몸을 담고 있지만 그래도 글을 쓰는 것을 손에서 놓고 싶지는 않다. 떠오르는 생각을 자꾸만 터뜨리고 싶다. 지금 이곳에 살아있다는 것을 자꾸만 알리고 싶다. 그렇게 해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뚜렷이 느끼는 순간이 좋다. 아픈 무언가를 꺼내지 않아도 스스로의 생명을 알아챌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이쪽 세계에서는 농땡이일지 몰라도 저쪽 세계에서는 나름의 이름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 좋았다. 양쪽을 넘나드는 순간이 좋다. 결국 내 껍데기는 여기에 놓여 있지만 혼은 두 세상을 넘나들고 있다. 글을 쓸 때마다 붙잡혀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감정과 연관 지어 섞는다.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 중 지금의 감정과 가장 닮은 눈을 하고 있는 것을 찾는다. 들어맞는 것을 발견하면 그것을 글로 녹여낸다. 모든 표현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그것은 내가 된다.
글은 나를 담는 카메라와 같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한 편의 영화와 같이, 한 장면 한 장면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 어딘가에 닿는다.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
나에게서 태어난 글은 그것으로 힘을 얻고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