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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한 Jan 01. 2024

운명이란 존재하는가, '마크툽'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필사와 함께

새해를 맞이하며 그동안 좋은 책을 읽고 필사해 두었던 파일을 발견했다. 우연히 읽게 되었다가, 인생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책을 꼽으라고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게 되어버린 책, 연금술사의 내용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삶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방황하고 있는 느낌이 들고 불안할 때면 나는 꼭 이 책을 찾았었다.


미래를 생각하면 막막했던 군 복무 시절, 첫 직장을 퇴사했던 시절, 혼자서 여행을 갔던 순간에도 나는 이 책과 함께였다. 살다 보면, 삶이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는 때가 있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명확한 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도무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알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할 때가 있다.


물론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결코 삶의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다. 어찌 보면 이 책은 종교적인 책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삶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인 가치관이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바로 '운명'은 정해져 있고, 인간 개개인의 삶에는 제각기의 '자아의 신화'가 존재하며, 그 '자아의 신화'를 따르는 것이 행복을 위한 길이라고 끊임없이 전한다. 그리고 삶이라는 여정은 결국 자신만의 '자아의 신화'를 찾는 여행이고, 그 '자아의 신화'라는 보물은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에 존재한다는 내용이다.


나는 '운명론'에 대해서는 입장이 확실하지 않다. 말 그대로, 잘 모르겠다. '운명'이라는 것이, 인간 개인의 삶이 거시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주장에도, '운명'이라는 것은 없고, 결국 세상만사는 연속된 우연의 산물이라는 주장에도 전적으로 동의하지도, 반박하지도 못하겠다. 그만큼 인간이라는 존재는 세상의 원리와 규칙을 완벽하게 밝혀내기에는 부족하고 나약한, 미완성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 듯싶다.


과학이라는 도구로 세상의 모든 원리를 밝혀낼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리고 유물론이 등장한 이래 사회는 그러한 믿음을 쭉 유지해 왔지만, 결코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현대과학의 정점인 양자역학이 제시하는 것들도 결국 현상의 관찰일 뿐, '왜?'라는 질문에는 그 어떤 고등한 지식으로도 명쾌하게 답할 수 없다.


나는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특정 종교를 가진 사람도 아니다. 엔지니어링을 전공했으며, 생물학, 화학에 대한 고등교육을 받았다. 양자역학이 현재 시점 기준에서 세계의 현상들을 가장 명확하게 설명하는 학문이라고 깊게 믿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러한 지식들은 결코 삶의 방향과 목적을 알려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들은 그 방향을 찾기 위해 유용하게 쓰이는, 그리고 아주 강력한 도구이자 수단일 뿐이다.


살다 보면, 아무리 치밀한 계획을 하고 강한 의지력을 발휘해도, 삶이 생각지도 못한 길로 흘러 들어가는 경험을 끊임없이 한다. 삶은 결코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삶의 매 순간 결과보다 그 과정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히 삶이 결정론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더 친숙한 '운'이라는 말을 생각해 보면 더 와닿을 수도 있겠다. '운'은 결코 우리의 의지대로 통제할 수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다. 그러나, 세상의 거의 대부분은 '운'이라고 불리는, '우연'처럼 보이는 어떤 것에 의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


많은 사람들은 '운'의 존재에 대해서는 쉽게 받아들이지만, '명'이라는 한 음절을 더 붙여서 '운명'이라고 하면, 결정론적이라는 느낌을 받고는 방어적으로 그리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운'이 존재한다면, '운명'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은 또 무엇일까? 물론, 모든 행동과 사소한 현상들 하나하나가 정해져 있을 리는 없다. 나는 사이비 과학을 경멸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어떤 거대한 흐름과 인간이 결코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는 무엇인가는 존재하는 것만 같다.


연금술사라는 책은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영적인 것에 깊게 매료된 저자의 주관적인 색깔이 강하게 묻어있는 책이기에, 누군가에게는 약간은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누구나 '나는 왜 사는가', 더 구체적으로는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와 같은 질문들을 끊임없이 하며, 그 해답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그 물음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책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1. 책 이름 : 연금술사




2. 저자소개

파울로 코엘료는 브라질의 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가 기술자가 되기를 원했다고 한다. 그의 청소년기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세 번이나 입원했을 정도로 분노와 우울증의 연속이었다. 그는 연극 감독이자 배우, 기자, 브라질 록음악의 큰 손으로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영적 탐구의 매력에 빠진 그는 동양 종교에 빠져들고, 세계 여행을 하며 1986년에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 순례를 하게 되며, '순례자'라는 책을 내게 되고, 1988년 '연금술사'를 발간한다. 연금술사는 한 권의 책이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책으로 기네스북에 오르며 큰 성공을 한다.




3. 담고 싶은 구절들 (출처 :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문학동네, 2018.)


결정이란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었다. 어떤 사람이 한 가지 결정을 내리면 그는 세찬 물줄기 속으로 잠겨 들어서, 결심한 순간에는 꿈도 꿔보지 못한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목숨이나 농사일처럼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것들을 잃는 일이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은, 우리의 삶과 세상의 역사가 다 같이 신의 커다란 손에 의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단숨에 사라지는 거라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지


그러나 따지고 보면 자아의 신화를 좇기 위해 가지고 있는 양들을 모두 팔았던 그날부터가 이미 커다란 도박이었다. 낙타몰이꾼이 얘기한 대로 내일 죽는 것이나 다른 날 죽는 것이나 매한가지였다. 하루하루를 살거나 이 세상을 뜨거나 어느 한쪽을 위해 있는 것이었다. 모든 것은 단지 이 한마디에 달려있었다. ‘마크툽’(* 마크툽 : 모든 것은 이미 기록되어 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게 된 것은 내가 꿈을 꾸었고 어느 늙은 왕을 우연히 만났고, 크리스털을 팔았고, 사막을 건너왔고, 부족들이 전쟁을 선포했고, 연금술사를 찾아 그 우물가에 갔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모든 천지만물의 섭리가 나를 그대에게 이르도록 했기 때문이오.


그대 뒤에 두고 온 것들은 생각지 말게. 모든 것은 만물의 정기 속에 새겨져 영원히 거기에 머 물테니. 


만일 그대가 찾은 것이 순수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것은 결코 썩지 않고 영원할 것이네. 그리고 그대는 언제나 되돌아갈 수 있지만, 그대가 본 것이 별의 폭발과도 같은 일순간의 섬광에 지나지 않는다면, 돌아가도 빈 손일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그대는 폭발하는 빛을 본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고된 삶을 살아갈 가치가 있는 거지.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삶의 중요한 길목에서 내가 잘못된 길로 접어들려 할 때, 어떤 사물이 혹은 누군가가 ‘우주의 언어’로 내게 일깨워주려 했지만, 나의 눈과 귀가 어두워서 그것을 식별하지 못한 것일 테니 말이다.


우리는 단순하게 사는 법을 잊어버렸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간혹 별빛이 비치는 오아시스 앞에 앉은듯한 고요한 순간이 찾아와도 우리는 그것이 우리 삶의 다음 단계로의 이행을 예비해 주는 귀중한 순간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항상 똑같은 사람들하고만 있으면, 그들은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해 버린다. 그렇게 되고 나면, 그들은 우리 삶을 변화시키려 든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이 바라는 대로 바뀌지 않으면 불만스러워한다. 사람들에겐 인생에 대한 나름의 분명한 기준들이 있기 때문이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무언의 언어가 있는 게 틀림없어. 난 양들과 함께 지내며 그걸 알았고, 이젠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거야.’


‘만약 내게 무언의 언어를 해독할 능력이 있다면, 이 세계 전체를 해독할 수 있을 거야.’


세상 만물은 모두 한 가지라네.


“그런데 아저씨는 왜 지금이라도 메카에 가지 않는 거죠?”, “왜냐하면 내 삶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 바로 메카이기 때문이지. 이 모든 똑같은 나날들, 진열대 위에 덩그러니 얹혀 있는 저 크리스털 그릇들, 그리고 초라한 식당에서 먹는 점심과 저녁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바로 메카에서 나온다네. 난 내 꿈을 실현하고 나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 자네는 양이나 피라미드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고 그걸 실현하길 원하지. 그런 점에서 자넨 나와 달라. 나는 오직 메카만을 꿈으로 간직하고 싶어. 마음속으로는 벌써 수천 번 사막을 가로질러 성스러운 반석이 있는 광장에 도착하고, 율법에 따라 그 바위를 만지기 전에 광장을 일곱 바퀴 돌고 있는 나 자신을 눈앞에 그려보았지. 나는 이미 내게 일어날 일이며 내 앞에 기다리고 있는 일, 그리고 함께 나눌 대화와 기도까지 상상해 보았어. 다만 내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커다란 절망이 두려워 그냥 꿈으로 간직하고 있기로 한 거지",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꿈을 보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가 찾은 보물은 이 낯선 땅에 오게 된 것, 도둑을 맞아 빈털터리가 된 것, 그리고 다시 한 푼도 축내지 않고 양 떼를 두 배로 불리게 된 것인지도 몰랐다.


"마크툽. 굳이 번역하자면 ‘기록되어 있다’는 뜻이지."


때로는 인생의 강물을 저지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한 시간들과 그동안 배운 모든 좋은 것들은 그에게 그리움으로 남을 것이었다. 안타까운 한편으로, 처음 가져보는 강렬한 자기 확신의 느낌이 기분 좋게 몸을 감쌌다. 세상을 정복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보물을 찾으러 가겠다고 결심했을 때만 해도 크리스털 상점에서 일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지. 마찬가지로 이 대상들을 따라 사막을 건너기로 한 것도 내가 결정한 일이긴 하지만 앞으로의 여정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거야.’


하지만 산티아고는 그가 말하려고 하는 게 무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한 가지 일이 다른 일에 연결되는 신비로운 사슬에 관한 이야기였다. 바로 그 사슬이 산티아고로 하여금 양치기가 되게 하고, 똑같은 꿈을 계속해서 꾸게 하고, 아프리카에 가까운 도시로 가게 하고, 광장에서 늙은 왕을 만나게 하고, 가진 것을 모두 털리게 하고, 크리스털 상인을 만나게 하고, 그리고... ‘자신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자아의 신화는 더욱더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로 다가오는 거야.’ 산티아고는 이제 무언가를 조금 알 것 같았다.


“난 이 사막을 벌써 여러 번 건넜다오.”, “사막은 너무나 거대하고 지평선은 너무 멀리 보여요. 사람들은 자신이 아주 미미한 존재란 걸 느끼게 된다오. 그래서 오래도록 침묵하게 되는 거요.”


산티아고는 사막이 처음이었지만 낙타몰이꾼이 이야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예전에 그 역시 바다나 불꽃을 바라볼 때면 그 광대한 알 수 없는 힘에 몰입되어 침묵 속에 잠겨 있곤 했었다.


난 음식을 먹는 동안엔 먹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소. 걸어야 할 땐 걷는 것, 그게 다지. 만일 내가 싸워야 하는 날이 온다면, 그게 언제가 됐든 남들처럼 싸우다 미련 없이 죽을 거요. 난 지금 과거를 사는 것도 미래를 사는 것도 아니니까. 내겐 오직 현재만이 있고, 현재만이 내 유일한 관심거리요. 만약 당신이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게요. 그럼 당신은 사막에도 생명이 존재하며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사들이 전투를 벌이는 것은 그 전투 속에 바로 인간의 생명과 연관된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요. 생명은 성대한 잔치며 크나큰 축제요. 생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직 이 순간에만 영원하기 때문이오.


“저기가 오아시스요” 낙타몰이꾼이 별 있는 쪽을 가리키며 그에게 말했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지금 당장 저곳으로 가지 않는 거죠?”, “지금은 잘 시간이니까.”


사막은 우리에게서 남자들을 데려가놓고는 좀체 돌려주는 법이 없어요. 그러나 그건 우리도 알고 있고, 웬만큼 익숙해져 있는 사실이지요. 떠나간 남자들은 비를 뿌리지 않고 지나가는 구름 속에도 있고, 바위틈에 사는 짐승들 속에도 있고, 땅속에서 샘솟는 풍요로운 물줄기 속에도 있어요. 그들은 모든 것의 일부분이며, 마침내 만물의 정기로 변하는 거예요. 몇몇 사람은 되돌아오기도 하지요. 그러면 다른 여자들도 언젠가는 자신이 기다리는 남자도 돌아오리라는 기대로 함께 행복해해요. 전에 그런 여자들을 보면 그들의 행복이 부러웠어요. 하지만 이제는 내게도 기다릴 누군가가 생겼어요. 나는 사막의 여자이고 그게 자랑스러워요. 내 남자 역시 모래언덕을 움직이는 바람처럼 자유로이 길을 가길 원해요. 구름 속에서, 짐승들에게서, 샘줄기 속에서 내 남자를 볼 수 있길 원해요.


하지만 포도주는 알라의 율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악이 아니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악일세.” 연금술사가 술을 권하며 말했다.


병사가 전투를 앞두고 휴식을 취하듯 그대도 쉬게. 하지만 그대의 마음이 있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게. 그대가 여행길에서 발견한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때 그대의 보물은 발견되는 걸세.


“파티마는 사막의 여자일세. 남자들이란 떠나야만 한다는 걸,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도 떠나야만 한다는 걸 알고 있는 사막의 여인이란 말일세. 그대만 보물을 만난 게 아니네. 그녀 또한 자신의 보물을 만났지. 바로 그대일세. 그녀는 이제 그대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네.”, “제가 이곳에 남기로 한다면요?”, “그 후 일어날 일을 그대에게 말해줌세. 그대는 오아시스의 고문이 될 걸세. 그대에게는 많은 양과 낙타를 살 수 있는 충분한 돈도 있어. 그리고 그대는 파티마와 결혼하게 되지. 처음 일 년간은 두 사람 모두 행복할 것이네. 사막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오만 그루의 야자나무를 한 그루 한 그루 알아가게 될 걸세. 그 나무들이 어떻게 자라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를 어떻게 보여주는지도 깨닫게 될 것이네. 그러면서 표지를 이해하는 능력도 조금씩 나아질 걸세. 사막은 가장 위대한 스승이기 때문이지. 이 년째 되는 해, 그대는 보물의 존재를 기억하게 될 것이네. 표지들은 집요하게 보물의 존재에 대해 말하기 시작할 테고, 그대는 그것을 잊으려 무진 애를 쓸 걸세. 그대는 그대의 지식을 오직 오아시스와 오아시스 주민들의 행복을 위해서만 쓰겠지. 부족장들은 그것을 고맙게 생각할 것이고. 그대의 낙타들은 그대에게 부와 권력을 가져다줄 것이네. 삼 년째 되는 해에도 표지들은 그대의 보물과 자아의 신화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할 것이네. 그대는 밤마다 오아시스를 배회하고, 파티마는 자신이 그대의 길을 가로막았다는 자책감을 번민하는 슬픈 여인이 될 것이네. 그럴수록 그대는 그녀를 더욱 사랑하고, 그녀도 그대를 변함없이 사랑할 것이야. 그러다 어느 순간, 그대는 그녀가 한 번도 그대에게 오아시스에 머물러달라고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될 걸세. 사막의 여인은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줄 알기 때문이지. 그러니 그대는 그녀를 원망할 수 없을 것이네. 하지만 숱한 밤, 모래사막과 야자나무 숲을 배회하면서, 그대는 그대의 길을 계속 갈 수도 있었다고, 파티마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좀 더 믿어도 좋았으리라고 생각하게 되겠지. 그대를 오아시스에 머물게 한 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그대 자신의 두려움이었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럴 즈음, 표지들은 그대의 보물이 영원히 땅속에 묻혀버렸다는 걸 알려줄 것이네. 사 년째 되는 해, 표지들은 그대를 떠날 것이네. 그대가 들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부족장들은 그걸 알아차리고 그대에게서 고문의 자리를 빼앗아갈 걸세. 그때쯤 그대는 아주 부유한 상인이 되어 있겠지. 하지만 그대는 밤이면 사막의 야자나무 숲을 서성거리며 번민하게 될 걸세. 자아의 신화를 이루지 못했고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아프게 깨달으며 말이지.


그대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그대의 마음이 모든 것을 알 테니. 그대의 마음은 만물의 정기에서 태어났고, 언젠가는 만물의 정기 속으로 되돌아갈 것이니.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이었다. 예전에는 마음이 늘 어디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더니,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서라도 어느 한 곳에 이르기를 원하고 있었다. 어떤 때는 향수로 가득한 이야기들을 오래도록 털어놓게 하고, 또 어떤 때는 사막의 해돋이에 동요되어 소리 죽여 흐느끼게 했다. 보물 얘기를 할 때면 거세게 뛰다가도, 그의 눈이 사막의 끝없는 지평선을 따라가다 길을 잃을 때면 다시 잠잠해졌다. 하지만 그가 연금술사와 단 한마디 말도 없이 길을 갈 때조차도 마음은 결코 고요히 있는 법이 없었다.


“제 마음은 변덕스럽습니다. 꿈을 꾸는 듯하다가도 동요하고, 이제는 사막의 한 여인과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녀 생각에 빠져 있을 때면, 마음은 이것저것 물어대며 숱한 밤을 잠 못 들게 합니다.”, “좋아. 그건 그대의 마음이 살아있다는 증거라네. 마음이 그대에게 말하려는 것에 귀를 기울이게.”


“제 마음은 참으로 간사합니다. 마음은 제가 이대로 계속 가는 걸 원치 않아요.”, “바로 그걸세. 그건 그대의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일세. 그대가 마침내 얻어낸 모든 것들을 한낱 꿈과 맞바꾸는데 두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제가 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거죠?”, “그대가 그대의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없기 때문이네. 아무리 그대가 듣지 않는 척해도 마음은 그대의 가슴속에 자리할 것이고 운명과 세상에 대해 쉴 새 없이 되풀이해서 들려줄 것이네.”, “제 마음이 이토록 저를 거역하는데도요?”, “거역이란 그대가 예기치 못한 충격이겠지. 만일 그대가 그대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대의 마음도 그대를 그렇게 놀라게 하지는 않을 걸세. 왜냐하면 그대는 그대의 꿈과 소원을 잘 알고, 그것들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도 알 것이기 때문이네. 아무도 자기 마음으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는 없어. 그러니, 마음의 소리를 귀담아듣는 편이 낫네. 그것은 그대의 마음이 그대가 예기치 못한 순간에 그대를 덮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야.”


그는 사막을 걷는 내내 자기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마음이 부리는 술책과 꾀를 알게 되었고, 결국은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두려움이 가시고,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사라졌다. 어느 날 오후, 마음이 이제는 행복하다고 그에게 말해주었다.


‘내가 때때로 불평하는 건, 내가 인간의 마음이기 때문이야. 인간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지. 인간의 마음은 정작 가장 큰 꿈들이 이루어지는 걸 두려워해. 자기는 그걸 이룰 자격이 없거나 아니면 아예 이룰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영원히 사라져 버린 사랑이나 잘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던 순간들, 어쩌면 발견할 수도 있었는데 영원히 모래 속에 묻혀버린 보물 같은 것들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두려워서 죽을 지경이야. 왜냐하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아주 고통받을 테니까’, 마음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 마음은 고통받을까 두려워하고 있어요.”,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나쁜 거라고 그대의 마음에게 일러주게. 어떠한 마음도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설 때는 결코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것은, 꿈을 찾아가는 매 순간이란 신과 영겁의 세월을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일세."


‘그래, 무언가를 찾아가는 매 순간이 신과 조우하는 순간인 거야. 내 보물을 찾아가는 동안의 모든 날들은 빛나는 시간이었어. 매시간은 보물을 찾고자 하는 꿈의 일부분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어. 보물을 찾아가는 길에서, 나는 이전에는 결코 꿈꾸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했어. 한낱 양치기에게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일들, 그래 그런 것들을 감히 해보겠다는 용기가 없었다면 꿈도 꿀 수 없었을 것들 말이야.


그날 오후 내내 그의 마음은 평온했고, 그는 아주 편안하게 잠들었다. 다음날 눈을 뜨자, 그의 마음은 만물의 정기로부터 나온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모든 행복한 인간이란 자신의 마음속에 신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고 마음은 속삭였다. 연금술사가 말했던 것처럼, 행복이란 사막의 모래 알갱이 하나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고 했다. 모래 알갱이 하나는 천지창조의 한순간이며, 그것을 창조하기 위해 온 우주가 기다려온 억겁의 세월이 담겨 있다고 했다.


‘지상의 모든 인간에게는 그를 기다리는 보물이 있어. 그런데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그 보물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아. 사람들이 보물을 더 이상 찾으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어린아이들에게만 얘기하지. 그러고는 인생이 각자의 운명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그들을 이끌어가도록 내버려 두는 거야. 불행히도, 자기 앞에 그려진 자아의 신화와 행복을 따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 사람들 대부분은 이 세상을 험난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세상은 험난한 것으로 변하는 거야. 그래서 우리들 마음은 사람들에게 점점 더 낮은 소리로 말하지. 아예 침묵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우리의 얘기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기를 원해. 그건 우리가 가르쳐준 길을 따라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지.’ 마음이 그에게 속삭였다.


“어째서 마음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는 거죠?”, “그럴 경우,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마음이기 때문이지. 마음은 고통받는 걸 좋아하지 않네.”


누군가 꿈을 이루기에 앞서, 만물의 정기는 언제나 그 사람이 그동안의 여정에서 배운 모든 것들을 시험해보고 싶어 하지. 만물의 정기가 그런 시험을 하는 것은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네. 그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것 말고도, 만물의 정기를 향해 가면서 배운 가르침 또한 정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일세.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하고 마는 것도 바로 그 순간이지. 사막의 언어로 말하면 ‘사람들은 오아시스의 야자나무들이 지평선에 보일 때 목말라 죽는다’는 게지.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 산티아고는 자기 고향의 오랜 속담 하나를 떠올렸다. ‘가장 어두운 시간은 바로 해뜨기 직전’이라는. 


“제정신이세요? 어쩌자고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그대에게 아주 간단한 세상의 법칙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네. 눈앞에 아주 엄청난 보물이 놓여 있어도, 사람들은 절대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네. 왜인 줄 아는가? 사람들이 보물의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이지.”


다른 사물의 자아의 신화를 방해하는 자는 그 자신의 신화를 결코 찾지 못하는 법이지.


자아의 신화는 사는 자는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고 있다네.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 하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일세.


그대가 실패하더라도, 자아의 신화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르고 죽음에 이르렀던 무수한 사람들보다는 훨씬 낫네. 정녕 걱정하지 말게. 대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의 생명을 더욱 돌아보게 만드는 법이니.


마침내 모래언덕에 올라섰을 때, 그는 뛰는 가슴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보름달과 사막의 순결한 흰빛으로 환히 빛나는, 신성하고 장엄한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그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자아의 신화를 믿게 되고, 늙은 왕, 크리스털 상인, 영국인 그리고 연금술사를 만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신께 감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은 결코 자아의 신화와 결별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 준, 사막의 한 여인을 만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했다.


오랜 세기를 건너온 피라미드가 저 높은 곳에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만일 그가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오아시스로 되돌아가 파티마와 결혼하고 평범한 양치기로 살아갈 수도 있을 터였다. 그러고 보면 연금술사는 만물의 언어를 알고, 납을 금으로 변하게 만드는 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막에서 계속 살고 있었다. 연금술사는 자신의 학문과 기술을 그 누구에게도 과시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산티아고 역시 자아의 신화를 찾아 오랜 여행을 하는 동안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웠고, 그가 꿈꾸던 모든 삶을 살았다.


목숨을 잃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돈으로 죽음을 미룰 수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


산티아고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피라미드를 바라보았다. 피라미드는 그를 향해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고, 그 역시 피라미드를 향해 미소를 보냈다. 솟아오르는 기쁨으로 가슴이 터져나가는 것 같았다. 이제 그는 자신의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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