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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한 Jul 03. 2024

직장에서 살아남기

전장 속 태풍의 눈으로

외부적인 환경들은 끊임없이 우리의 삶을 흔든다.

직장은 작은 사회이다.

터무니없이 작다.

나를 담기에도, 이 세상을 담기에도 한없이 작다.


하지만 그곳에선

하루에도 수없이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난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영향을 받는다.

때로는 흔들리고, 지치기도 하고, 영감을 받기도,

부정적인 에너지를 잔뜩 머금기도 한다.

때로는 우리 자신을 더욱 충만하게 한다는 사실도

결코 부정할 수 없다.


자기 충족감과 효능감, 모멸감, 자괴감, 회의감, 행복과 슬픔, 자존감, 수치심, 긴장감, 조급함, 두려움, 인간적인 정, 배신감. 이 모든 것들이 뒤섞여 있는 용광로와 같다.


겉으론 평온해 보이지만 우리는 매일 전쟁을 하고 있다.

모두가 그렇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쟁을 하는

용맹한 전사들이다. 걔 중에는 비겁한 이들도, 반대로 진실로 용맹하고 정의로운 이들도 있다.


무얼 위해 우리는 이토록 작은 사회에서, 이 작은 전쟁터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온갖 것들을 희생하며 이곳에 몸 붙이고 있는가.


월급이라 불리는, 다달이 보급되는 식량들과 물자들, 생필품들, 그리고 알량하기도 한 소속감, 전우애, 사회적인 시선과 품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명예라는, ‘직장인‘이라는 훈장 때문인가? 반대로 이러한 것들을 얻기 위해 우리가 희생해야 할 반대급부들은 무엇인가?


이곳은 치열한 전쟁터이다. 오직 각자만이 살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선택받기 위해 각자의 최선을 다하며, 이기심은 당연한 곳이다.


더 큰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언제까지나 이곳에 머무를 수는 없다. 언제까지나 저 무능한 사령관들의 지시를 따르고, 그 무능한 지시에 나의 생존을 맡길 수 없다.


전장은 총성과 비명소리로 가득하다. 우린 때로는 휴전을 즐기며 춤추고 노래하기도 한다. 축제를 즐기기도, 먹고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은 무료하며 공허하다. 우린 누굴 위해 싸우는가? 우리가 목숨을 바쳐 싸우려는 상대는 우리의 적인가 혹은 무능한 우리의 사령관들의 적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그보다 더 위에 있는 누군가가 우리의 머릿속에 주입한 이데올로기의 적인가?


태풍이 몰아친다.

우리가 입고 있는 군복은 비명 치듯 펄럭거리고, 모래바람이 온 하늘을 뒤덮는다. 왱하는 소리가 고막에 이명을 일으킨다. 대부분의 현명하지 못한 사람들은 혼비백산이 되고, 이성적인 사고를 중단한 채, 그저 우리 뇌 깊은 곳에 존재하는 파충류의 뇌에 행동을 맡기고, 본능대로 움직인다.


현명한 사람은 그 사태를 가만히 지켜본다. 태풍의 주위는 혼란스럽지만, 그 한가운데 태풍의 눈은 한없이 고요하다. 우리는 모두 태풍 같은 전장 속에 살 수밖에 없다. 삶은 고통이고,세상은 항상 혼란스러웠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한 외부 환경에 지배당하고, 배를 드러내고 누워버린다면 우리는 그저 그런 존재가 될 뿐이다. 어딜 가나 시끄러운 태풍이 불고 있다. 그것은 피할 수 없으며, 우리가 선택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몸을 어디에 위치시킬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온전히 우리의 선택이다. 휩쓸리는 저들의 감정에 동요되지 말고, 태풍의 눈으로 들어오자.


출근할 때는 태풍 속에 몸을 맡기게 되더라도, 퇴근할 때쯤이면 태풍의 눈으로 들어오자. 모든 근심과 걱정들은 그 전장에, 태풍이 불고 있는 저 바깥에 두고 오자. 이곳은 고요하다.


나는 나로 존재한다.

누군가의 자식이기 전에,

누군가의 피고용인이기 전에,

나는 그저 나일뿐이다.

그 누구도 나의 허락이 없다면

그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잔뜩 챙겨서 나가자.

죽은 전사들의 시체 품 속에는 현금과 총, 보석과 귀금속,

그 사람의 추억이 깃든 사진, 식량들이 있다.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리고 남아있는 전우들에게

진심으로 축복을 빌며, 어서 이곳을 떠나자. 우리는 대항해야 할 더 크고 강력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무능한 사령관들의 적이 아닌, 진짜 우리의 적들이 있는 전장으로 가야 한다. 도대체 우린 지금 누굴 위해 싸우는가.


직장이 아닌 직업을 가져야 한다.

그 누구도, 그 어떤 회사도 평생 나를 품어줄 수 없다.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가.

당장 대안이 없다면 그것을 머릿속에 각인해야 한다.


반강제로 훈련된 새로운 차원의 지식들,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는 노하우,

인간관계를 현명하게 하는 노하우,

누군가에게 유독 돋보이는 여유와 유쾌함,

정치와 배신과 보복의 메커니즘,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방법론들,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사람들의 특징,

업무 자동화와 법인이 움직이는 시스템,

돈이 어떻게 흐르고 어디서 새어나는지에 대한 감각,

이곳에서 목숨을 부지하며 생존한 사람들의 비참한 말로,

이곳에서 더 큰 곳으로 나아간 사람들의 공통점,

규칙적인 생활과 그로 인한 장점과 단점,

나에 대한 이해, 나의 결핍, 나의 인정욕구, 나의 장단점,

사람들 앞에서 나의 의견을 설득하는 방법과 효과적으로 피력하는 법, 때로는 논리적인 설득보다 사소한 감정적인 부분을 통해 설득하는 법, 시간과 노동력을 아웃소싱하는 법 등등.. 얻어갈 수 있는 것투성이다.


그다음 스텝은 다음에 생각하자.

한 번에 한 가지에 집중하자.

One thing


인생은 수많은 점들을 찍어나가는 과정이라 하였다.

그 점들이 충분히 많이 쌓이면,

언젠가는 선으로 연결되고,

면으로 조합되는 순간이 오리라.

오만하게 처음부터 선을 그리려고 시도하지 말자.


초연하게 그저 하얀 도화지와 같은

이 아름다운 삶에 수많은 점들을 찍어보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결코 시선을 이 한없이 작은 곳에 두지 말자.


선이 아닌 점을 그리는 와중에도,

점이 아닌 선과 면을 상상하며 살아가리라.

미시적인 행위를 하면서도,

거시적인 세상에 시선을 두고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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