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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틸의 '제로투원' 사고법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라"

by 이도한

피터 틸(Peter Thiel)의 제로 투 원(Zero To One)



파레토의 법칙

일상생활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경제학 법칙이 있다. 바로 파레토 법칙, 80대 20의 법칙이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는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며 고안된 개념이다.


비즈니에선 매출의 80%가 전체 고객의 20%에서 발생하고,

개인의 생산성 측면에선 업무 성과의 80%가 중요한 20% 업무에서 나오고,

경제학적 관점에선 전 세계 부의 80%가 상위 20% 사람들에게 집중되어 있고,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선 프로그램 오류의 80%가 전체 코드의 20%에서 발생한다는 개념이다.


이렇듯, 파레토 법칙은 우리 삶의 일상적인 부분부터 거시경제까지 폭넓게 적용된다.


조금 더 쉬운 예시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학창 시절, 흔히 '팀플'이라고 불리는 팀 프로젝트를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나는 그 어린 나이에 이미 조직에서의 파레토 법칙을 체감했다.


많은 경우 팀 프로젝트 전체 결과의 80%, 아니, 사실 그 이상은 조직원의 20%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학교에서 벗어나 회사생활을 해보니, 우리가 '사회'라고 부르는 이곳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페이팔 마피아의 주역이자 실리콘 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 겸 창업가인 피터 틸은 '제로투 원'이라는 책에서 창업과 투자의 세계에서도 파레토 법칙(틸은 '거듭제곱의 법칙'이라고 칭하지만, 큰 의미는 비슷하다)이 적용된다고 주장하며, 상식의 틀을 처참히 깨부순다.


피터 틸(Peter Thiel), 그는 누구인가?

피터 틸과 그의 저서 제로 투 원

페이팔(PayPal) 공동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함께 1998년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을 설립했고, 이후 2002년 이베이에 15억 달러에 매각함.

팔란티어 테크놀로지(Palantir Technologies) 공동 창업자: 빅데이터 분석 기업으로, 정부와 기업에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제공 중이며, AI 시대의 미래 선도 기업으로 촉망받고 있음.

페이스북(Facebook) 초기 투자자: 2004년 50만 달러를 투자해 첫 외부 투자자가 되었으며, 이후 막대한 수익을 창출함.

발라클라바 캐피털(Valar Ventures) 및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 운영: 스타트업과 혁신적인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털 운영 중.

틸 펠로우십(Thiel Fellowship) 운영: 대학을 중퇴한 젊은 창업가들에게 창업 자금을 지원하고 있음.


잡스나 빌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또는 일론 머스크같이 일반 대중들에게 친숙하지 않을 뿐,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머스크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대우받는 인물이다. 그러니 틸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해도 좋을 것 같다.



경쟁은 미덕이 아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모든 순간은 단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앞으로 그 누구도 컴퓨터 운영체제를 만들어서 제2의 빌 게이츠가 될 수는 없다. 검색엔진을 만들어서 제2의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이 될 수도 없으며, 또다시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어 제2의 마크 저커버그가 될 수도 없다. 이들을 그대로 베끼려는 사람이 있다면 정작 이들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이다.

물론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의 모형을 모방하는 게 더 쉽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일을 다시 해봤자 세상은 1에서 n이 될 뿐이다. 익숙한 것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서 세상은 0에서 1이 된다. 창조라는 행위는 단 한 번 뿐이며, 창조의 순간도 단 한 번뿐이다. 그 한 번의 창조로 세상에는 낯설고 신선한 무언가가 처음으로 생겨난다.


틸은 적어도 창업가들이 '혁신'을 표방하며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놓을 때, 다른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모방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그것은 결코 혁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남들을 모방해서는 결코 비즈니스 세계에서 '창조적 독점'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틸은 프랑스 출신의 철학자 겸 인류학자인 '르네 지라르'에게 큰 영감을 얻고 '독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독점'이 기업의 개인적인 관점은 물론, 사회 전반적인 측면에서도 이롭다고 주장한다.


흔히 우리는 시장을 누군가가 '독점'하면 가격을 왜곡하고, 결국 시장의 균형을 무너뜨린다고 배우고, 독점은 해로운 것이고 경쟁은 자연스럽고 이로운 무언가라고 주입받는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틸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세상에 총 100개의 기업이 있다고 할 때, 100개의 기업이 각각 다른 분야에서 독점하는 사회 A와,

1개의 선도기업과 그 선도기업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베낀 99개 기업이 존재하는 사회 B를 생각해 보면,

어느 사회가 더 창의적이고 발전적으로 진화할까?


창조적 독점이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은 지속 가능한 이윤을 얻는 것이다. 경쟁이란, 아무도 이윤을 얻지 못하고 의미 있게 차별화되는 부분도 없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경쟁이 건강하다고 믿는 걸까?

그것은 경쟁이 단순히 경제학적 개념이나 개인 또는 기업이 시장에서 겪어내야 하는 불편함이 아니라 하나의 강박관념, 즉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는 이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사고를 왜곡하고 있다. 우리는 경쟁을 설파하고, 경쟁은 필요한 것이라고 뼛속 깊이 새기며, 경쟁이 요구하는 것들을 실천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경쟁 속에 갇힌다. 경쟁을 더 많이 할수록 우리가 얻는 것은 오히려 줄어든다.


즉, 틸은 경쟁을 미덕으로 보는 사회에 강한 의문을 던진다. 특히, 그는 무의미한 경쟁만을 부추기는 기존의 교육 체제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심지어 그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창업하기 위해 대학교를 중퇴한 퇴학생들에게 창업 자금을 지원해 주는 '틸 펠로우십'이라는 장학 재단을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간단명료한 진실을 우리는 모두 무시하도록 훈련받았다. 교육 시스템은 경쟁에 대한 우리의 집착을 반영하는 동시에 부추기고 있다. 성적이라는 것 자체가 각 학생의 경쟁력을 정확히 측정하는 도구다. 가장 높은 성적을 받은 학생은 지위와 자격을 부여받는다. 우리는 각 학생의 재능이나 의사와는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과목을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가르친다.

그 결과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맞지 않는 학생들은 열등하다는 기분을 느껴야 하는 반면, 시험이나 과제와 같은 전형적인 측정 방식에 뛰어난 학생들은 이토록 작위적으로 구성된 현실을 기준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게 된다. 희한하게도 학교의 이런 현실은 바깥세상의 현실과도 비슷하다.


한국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틸이 말하는 미국의 교육 시스템보다도 훨씬 더 획일화, 정형화되어 있다. 학생들은 똑같은 책상에 앉아서 똑같은 수업을 듣고, 똑같은 의문과 똑같은 정답을 생각하도록 강요받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이 나오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학생들이 이 토너먼트에서 더 높이 올라갈수록 사정은 더욱 나빠진다. 엘리트 학생들은 자신 있게 계단을 올라가다가 결국은 자신의 원래 꿈을 포기해야 할 만큼 치열한 경쟁 단계에 이르게 된다. 고등학교 때 높은 목표를 세웠던 학생들은 대학과 대학원에 가면 경영 컨설팅이나 투자은행 같은 아주 뻔한 커리어를 놓고 똑같이 똑똑한 또래들과 치열한 라이벌 경쟁을 펼쳐야 한다. 기존 체제에 편입되는 대가로 학생들은 인플레이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치솟는 수십만 달러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 우리는 대체 왜 이러고 있는 걸까?


페이팔을 설립해서 팔고 난 후 2004년에 나는 옛 친구 한 명을 우연히 마주쳤다. 내가 대법관 보좌관에 지원할 당시 그 준비 과정을 도와주었던 친구였다. 우리는 거의 10년 만에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 친구의 첫마디는 “잘 지내?”나 “세월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군” 따위가 아니었다. 친구는 활짝 웃으며 이렇게 물었다. “어때 피터? 보좌관이 안 돼서 정말 기쁘지 않아?” 이제 이렇게 결과를 다 알고 나서 생각해 보면, 우리 둘 다 내가 최종 경쟁에서 탈락한 게 오히려 잘된 일임을 안다.


여기까지 보면, 틸이 말하는 '독점'이란 결국 '혁신'과 동의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단순히 가격을 조작하고 시장 균형을 파괴하는 의미의 독점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도전하지 않은 분야에 과감히 뛰어들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틸이 말하는 독점이며, 오직 독점만이 피로한 경쟁에서 벗어나게 하고, 잉여 자원과 에너지를 무의미한 '경쟁'이 아닌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에 쏟을 수 있도록 한다고 그는 강력히 주장한다.


독점기업이 아닌 회사들은 정반대의 거짓말을 한다. “우리는 이쪽을 꽉 잡고 있어요” 기업가들은 언제나 경쟁의 크기를 축소해서 말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점이야말로 신생기업이 저지를 수 있는 큰 실수다. 신생기업들은 자신이 속한 시장을 극도로 좁게 묘사함으로써 자동적으로 시장 지배자가 되고 싶은 치명적인 유혹을 느낀다(반대로 독점기업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 그들은 거대한 독점 사실을 자랑했다가는 감사를 당하고, 조사를 받고, 공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구글과 같은 독점기업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독점기업은 경쟁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직원들이나 제품에 더욱 정성을 쏟을 수 있다. 또 더 큰 세상에 미치는 자신들의 영향력에 관해서도 더욱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구글의 모토인 ‘사악해지지 말자’는 브랜드 전략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고도 윤리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공한 기업들이 누리는 특권이기도 하다.


요즘은 많은 부모들이 졸업생들에게 안정된 길을 가라고 격려한다. 베이비붐이라는 기이한 역사가 만들어낸 이 불명확한 낙관주의자 세대는 힘들이지 않는 진보에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자신들에게는 그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945년생이든, 1950년생이든, 1955년생이든 할 것 없이 베이비붐 세대라면 모두 만 18세가 될 때까지 세상은 해마다 나아지기만 했다. 그리고 그런 발전은 ‘그들 자신의 노력과는 아무 상관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기술적 발전은 저절로 가속화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베이비붐 세대는 엄청난 기대를 갖고 성장했으나, 그 기술 발전을 어떻게 실현할지에 관한 구체적 계획은 없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라


미래 가치를 높이는 법에 대해 가장 흔히들 내놓는 대답은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라는 얘기는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최고의 벤처 투자자들조차 포트폴리오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거듭제곱의 법칙을 이해하는 투자자들은 될 수 있는 한 적은 곳에 투자하려고 애를 쓴다.

반면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일반인들이나 관행적 투자를 일삼는 금융권에서 포트폴리오를 짤 때는 다각화된 투자가 힘의 원천인 것처럼 생각한다. 여기저기 작게 투자할수록 미래의 불확실성에 더 잘 대비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포트폴리오가 아니다. 이런 사실은 신생기업 창업자에게도, 그 어느 일반인에게도 마찬가지다. 기업가가 스스로를 다각화할 방법은 없다. 동시에 수십 개의 회사를 경영하면서 그중 하나가 성공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일반인들 역시 만약을 대비해 수십 개의 커리어를 쌓아놓고 자신의 삶을 다각화할 수는 없다.


틸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라는 전통적인 관념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그가 말하는 거듭제곱의 법칙(파레토의 법칙과 일맥상통하는 의미로 해석된다)에 따르면, '어느 한순간이 다른 모든 순간들보다 중요하다'.


정말로 자기 회사를 차린다면, 그때는 회사의 운영 과정에서 거듭제곱법칙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씩 뿐이다. ‘하나의 시장이 다른 모든 시장보다 더 나을 것이다.’ 보통 하나의 유통 전략은 다른 모든 유통전략을 압도한다. 시간도, 의사결정도 모두 거듭제곱법칙을 따른다. 따라서 어느 한순간은 다른 모든 순간들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수많은 의사결정들을 내린다. 무엇을 먹을지, 누구를 만날지,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어떤 곳에 갈지, 무엇을 살지, 어떤 배우자와 살아갈지 등등. 이 수많은 결정들이 과연 동일한 수준의 가치를 지닐까?


조금 더 쉽게 생각해 보자. 우리는 배우자를 선택할 때, 오늘 무슨 음식을 먹을지 결정할 때와 똑같은 만큼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나? 혹은 직업을 선택할 때, 머리 스타일을 어떻게 바꿀지 결정할 때와 같은 수준의 고민을 하고 있나?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거듭제곱의 법칙(파레토 법칙)을 이미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수많은 투자자들은 그저 언론과 사회에서 똑같이 읊어대는 앵무새 같은 목소리를 곧이곧대로 믿으며 평생을 모아둔 돈을 투자할 때는 반대의 논리를 적용하고 있는가?


물론, 이 책에서 틸이 말하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라'라는 구절의 의미는 잘못 해석될 여지가 크다.

'그건 도박이나 마찬가지잖아'라는 반문을 당하기 쉽다. 하지만, 틸이 말하는 '한 바구니'는 철저한 분석을 거친 후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정확한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거듭제곱법칙을 부정하는 세상은 신뢰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들은 눈에 띄는 경우가 거의 없고, 심지어 숨어 있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반면 거듭제곱법칙을 따르는 세상이라면, 당신이 내린 결정이 앞으로 그래프 상의 어느 점을 이루게 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진짜 진실은 아직 찾아내지 못한 숨겨진 비밀들이 많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비밀들은 오직 그칠 줄 모르고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만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삶에 적용해 보기

나는 대학생 때부터 투자를 해왔다. 그간 수많은 기업들을 매수하고 매도했다.

네이버 종토방에서 들리는 멍청한 뉴스를 듣고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기도 해 보았고,

유튜브에서 전문가라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결정을 내리기도 했었고,

기술적 분석과 흔히들 가치투자라고 하는 재무제표 분석을 통한 매매도 해보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총손익은 플러스였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들을 쏟아부어서 얻었던 수많은 종목에서의 수익은

이 책을 읽은 후 선택적으로 투자했던 혁신적이고 독점적인 기업들에 투자해서 얻었던 수익의 반의 반도 안된다.


틸의 인사이트는 주식 투자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삶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여지들이 많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우리가 맺는 모든 관계에 같은 에너지를 투자해선 안된다.

우리에게 의미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관계에 가장 큰 에너지를 집중하고, 그 외엔 최소한의 시간과 에너지만 투자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롭다.


한 사람이 일생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와 시간이라는 자원의 총량은 한계가 정해져 있다.


계란을 절대 한 바구니에 담으면 안 된다며, 분산투자를 한다는 명목하에 그 자원들을 수많은 무의미한 일들과 큰 의미가 있는 일들에게 동일한 가중치를 적용하여 사용한다면, 그 결과는 결코 유쾌하지는 않을 것 같다.


수많은 정보와 소음의 바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에 특히나 필요한 능력은 선택과 집중이다.


세상 사람들은 결코 선하지 않다. 꽤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이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거짓 정보를 마치 진실처럼 믿을 수밖에 없게끔 만들기도 하며,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와 관심을 야금야금 약탈하기도 한다.


유튜브와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들은 숏폼을 통해 우리의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여 챙겨간다. 우리가 그저 기계적으로 영상을 넘기게 부추기고, 가능한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그동안 우리가 그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제공했던 취향과 관심사에 대한 데이터를 적극 활용한다. 그렇게 그들은 돈을 벌면서도 우리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확고한 신념이나 가치관으로 굳건히 중심을 잡은 채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그저 다른 누군가가 그려놓은 길을 따라 살아가기 쉬운 세상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에게도 기계적으로 분산투자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를 위한 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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