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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한 Jun 12. 2023

흉터가 생긴다는 것

방어기제와 피해의식

사람들은 저마다의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우리는 상처를 감추고 보호하기 위해

내면에 단단한 보호막을 형성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외부의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처에 붕대를 둘둘 말아 휘감는다.


상처가 난 그곳에 똑같은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노력들을 한다.

이러한 방어기제는 살아가는 데에 필수적이다.

무방비하게 외부에 상처를 노출시키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우리 몸이 그렇듯,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으로 인해,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우리 마음에 생긴 상처는 몸에 난 상처보다도

우리를 더욱 지독하게 괴롭힌다.


갈기갈기 찢겨나갔던 그 마음에

더 이상 자극을 주지 않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를 방어기제로 무장한다.


특히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아물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기간 동안

필사적으로 상처를 보호하려고 애쓴다.


그것은 때때로 광기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그리고 꽤 많은 경우,

이는 지나친 피해의식으로 번진다.


사람에게 학대당했던 강아지가

자신을 쓰다듬으려던 사람의 손바닥을 보고

미친 듯이 짖으며 몸을 숨기듯,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경계하며

혹시 그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까 하며

몸을 숨긴다.


그 사람의 의도와 관계없이 일단 의심한다.

결과적으로 소중했던 그 사람에게

같은 상처를 안겨준다.

그리고 선의를 가진 그 사람은

상처받고 지쳐서 떠나간다.


시간이 지나 그 사람의 손바닥은

우리를 따뜻하게 쓰다듬으려 했다는

사실을 깨닫더라도,

때는 이미 늦었다는 지각은

다시 한번 자기혐오로 우리를 몰아넣는다.


몰지각하며 피해의식으로 둘러싸였던,

꼬일 대로 꼬였던 자신이 혐오스러울 지경이며,

스스로에 대한 회의에 빠진다.


피해의식은 우리를 괴물로 만든다.

피해의식을 가진 사람의 삶은 고통스럽고,

한계가 명확하다.


우리의 사연과 슬픔은

결코 그 결과에 정당성을 실어주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모든 상처와 사연들을

이해해 줄 수는 없다.


피해의식은, 그것으로 인해 수많은 것들을

잃어보고 나서야 사라져 준다.

본래 삶이란 것은 불공평하고 불합리하다.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내 삶에 돌연 들이닥친

불행과 고통의 소용돌이는 내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간다.

아주 잔인하고 큰 상처를 남겨놓고


더구나 그 상처를 치유하는 기나긴 과정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일부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 누구도 대신 책임을 짊어져줄 수 없다.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돌연 우리 삶에 들어왔다가

수많은 것들을 앗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불공평한 일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약한 자기 연민과 자기 동정이라는

늪에 빠져 살 수는 없다.

피해의식을 바로잡는 것은 생각보다도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시간이 꽤 지나,

완전히 상처가 아물었다고 착각할 때쯤에도,

불쑥불쑥 그것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결국 시간이 지나 상처는 아물어도,

그 자리에 남은 흉터는 고스란히 그 자리에 존재한다.


붉은 상처와 달리

우리 몸과 마음에 남은 거뭇한 흉터들은

더 이상 현재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언젠가 그것 또한 나였다며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우리 몸에 남은 흉터들은 우리 삶을 대변한다.

우리가 걸어온 삶의 여정들 사이에

얼마나 많은 역경들이 있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우직하고 단단한 소나무 껍질에 남은 흉터들처럼,

우리 몸과 마음에 남아있는 흉터들은

우리가 얼마나 단단한 사람인지

얼마나 많은 비바람과 고통을

감내했었는 지를 보여준다.


수없이 남은 잔인한 흉터들에도 불구하고,

여실히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큰 축복이며,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동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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