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온 일문은 침대에 누워 농부할배가 했던 마지막 말을 떠 올려본다.
"땅은 생명이다. 생명의 베레쉬트란다."
"베레쉬트가 뭔가요?"
일문이 묻는다.
"베레쉬트는 설명할 수 없는 시작이지. 무엇이라 정의되면 그 또한 진정한 베레쉬트가 아닐 게야.
노자의 도에서 말하는 도가도 비상도道可道非常道라 할 수 있다. 그냥 알게 될 거다. 일문아.
땅이 생명의 베레쉬트라면 하늘은 영의 베레쉬트다. 하늘의 영과 땅의 생명이 만나 인간이라는 베레쉬트가 나온 거다. 눈에 보이는 우주라는 것은 인간 속에 있는 베레쉬트가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지만 물질계와 정신계를 담고 있는 커다란 그릇과도 같다. 그 그릇에 무엇을 담고 무엇을 할지는 인간에게 달렸다.
하지만 인간들은 자신의 베레쉬트를 잊고 있다."
"어떻게 하면 베레쉬트를 알게 되나요?"
일문이 묻는다.
"기도해라."
"기도요? 저는 종교가 없는데요. 누구한테 기도를 하죠?"
"누구에게 기도하는 게 아니다. 종교와도 상관없고.
너 안에 있는 베레쉬트가 들을 수 있게 묵상하는 것부터 시작해라.
기도의 진리는 하나다.
바로 진실된 마음!
우리가 알고 있는 종교나 무속신앙 등
이 모든 것은 같은 진리를 말하고 있다.
그것의 표현방법이 다를 뿐이고 베레쉬트의 다른 이름이다."
"저는 기도를 해 본 적이 없는데요?"
조용히 듣던 일문이 말하자 농부할배 아니 목음선생은 지그시 일문의 눈을 바라보고 다시 말을 잇는다.
"아니 일문이는 기도를 꾸준히 해 왔을 것이다. 동네 공원에서 수련을 해 왔을 것이다."
목음선생의 말을 듣던 일문이 깜짝 놀라 묻는다.
"할아버지께서는 어떻게 제가 공원에서 참장站樁 수련을 해 왔다는 것을 알고 계시죠?"
입가에 가는 미소를 띤 목음선생이 말을 한다.
"하늘은 필요한 순간에 인연을 만나게 하고 공부를 이어 갈 수 있게 하지.
너의 튼튼한 하체와 강한 힘을 보고 추측한 거라 해두자."
뭔가 알쏭달쏭한 목음선생의 말이지만 일문에게는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럼 제가 하는 수련으로 베레쉬트를 찾을 수 있나요?"
"전에 하던 수련이 몸을 단련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마음을 수련해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 네가 하던 수련을 하되 이제는 베레쉬트가 무엇인지 묵상해라.
순수한 마음으로 기도하다 보면 어느 순간 네 몸은 반응할 것이고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게야.
그러면 그때 다시 나를 찾아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