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이 ‘말’ 해준다면?

행복의 재정의

by 이가영

내가 살아온 시간은 ‘바람’과 닮았다.

정확히는 ‘풍파’의 그 세찬 바람 말이다.


어릴 적부터 하루 아침에

생각해보지 않은 환경에

놓이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가고싶은 곳을 찾기보다

빨리 적응해 순풍에 몸을 맡기려 애를 썼다.


착한 아이, 자랑스러운 딸, 좋은 친구

유능한 인재, 존경받는 리더,


나는 계속 이리 저리 휘날려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도 순풍을 타기만 하면

그 곳엔 행복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것만 참으면 행복이 있을까? 이걸 해결하면 행복하겠지? 여기까지 달성하면 그 너머엔 분명 행복이라는 게 있을거야.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면? 내가 좋은 환경에 있다면? 내가 이 환경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래. 내 사람들의 나의 품 안에서 든든하게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게 할만큼 성공한다면. 나 역시 버겁지 않게 책임질 수 있다면 거기엔 정말 행복이 있을거야.


그렇게 행복을 좇아 휘몰아쳤던 시간,

하루라도 빨리 닿고 싶어 이 악물고 애를 썼다.


가끔 찾아오는 평안의 순간이

가장 불안하게 느껴질 만큼.


아이러니하게도

토네이도를 세차게 맞고

기어코 내 가장 소중한 걸 잃고 나서야 알았다.

행복은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것이었구나.


매일 도처에 그득히 널려있었던 행복을 다 제쳐두고

그동안 애꿎은 곳에 집중했다는 사실도.


내가 보낸 시간이 세찬 바람이었다면.

내가 보낼 시간은

늦여름의 선선한 바람이고 싶다


내가 하는 일이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내 곁에 있는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아낌 없이 사랑하고 믿고 지지해주며


그렇게 내가 알게 된 행복을 전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내 삶의 임무라면 더없이 충만한 삶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