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의 가치
그동안 시간을 가치 있게 쓴다는 기준이 독서나 글쓰기, 새로움 영감을 얻는 것처럼 나에게 인풋이 남는 것들로 생각해 왔다.
그러다 요 며칠, 새로운 시도를 해보며 생각이 깨졌는데.
첫 번째는 때 지난 아기 용품을 무료 나눔을 한 것.
평소라면 제값을 톡톡히 받고 팔거나 겨우 이 돈 받느라 품을 팔아야 하다니 한두 번이라도 더 놀게 두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하며 한켠에 두었을 텐데. 살짝만 방향을 바꾸니 새로운 마음이 생겨났다.
우리 아기가 재미지게 놀고 잘 썼던 물건들이 깨끗할 때 필요한 아기에게 가서 즐거움을 준다며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일까.
우리는 집이 정리정돈돼서 좋고 물건은 귀하게 사용해 줄 제 주인을 찾아서 좋고 가져간 사람은 돈을 더 필요한 곳에 쓸 수 있어 좋고 모두 모두 너무 좋으니 여기에 굳이 가격을 매기지 않아도 충분히 가치 있겠다.
그렇게 육퇴를 마친 일요일 밤, 물건을 정리해 구석구석 깨끗이 닦아 사진을 찍어 올려 나눔을 했다. 덕분에 월요일은 아침부터 밤까지 따숩고 행복했다.
두 번째는 오직 엄마께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낸 것.
그동안, 엄마를 위해 무얼 사드리거나 어딜 가거나 기쁘게 해 드리려고 노력했지만 엄마를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내 생각만큼 기뻐해주지 않는 모습이나, 불평하는 모습에 역시 엄마랑은 안 맞아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어제, 엄마를 위해 예약해 두었던 검안을 하러 가는 날. 전날 체기가 있어 컨디션이 좋지 않으셨고 소낙비까지 쏟아져 시간 안에 못 갈까 마음이 불안했다. 엄마도 취소했으면 하는 눈치.
잠시 갈등을 했지만 이내 마음을 굳혔다.
“가자. 조금 늦더라도 가자. 다녀오면 분명히 좋을 거야. “
걱정과는 달리 시간 안에 도착했고 비는 금세 그쳐 도착할 즈음엔 날씨가 쾌청했다.
그리고 컨디션 난조였던 엄마는 30분 남짓의 집중도 높은 검사를 받으면서도 점점 미소가 번지셨다.
왜였을까? 아직 안경을 바꾸지도 않았는데 무엇이 달라진 걸까? 그 이유는 생각해 보다가 크게 부끄러워졌다.
- 이곳이 많이 불편하셨겠어요.
- 다시 한번 해볼까요? 자 다시 해볼게요
- 잘 맞는 안경 쓰시면 안불편하실 거예요,
- 하고 싶은 것 모두 하세요
알아차려주고, 기다려주고, 응원해 주고 온전히 엄마에게 쏟아주신 박사님의 30분이 엄마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던 것.
검사가 끝나면 바로 출근할 계획이었지만 한 시간만 더 엄마에게 집중해 보기로 했다. 엄마 속을 편안하게 해 줄 메뉴를 골라 여유로운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고 보니 둘만의 외식은 얼마만인지.
식사하는 한 시간 동안 엄마는 함께 산 2년 중 제일 환하게 웃으셨다. 그리고 늘 튕겨나갔던 불편한 주제들도 뾰족하지 않고 동글동글하게 내 생각과 엄마의 생각이 맞춰져 갔다.
나에게 주어진 24시간. 일과 육아, 잠을 빼고 남은 시간을 모두 나에게 쓴다 해도 늘 모자라보였는데,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고 그들을 위해 썼을 때 그 가치가 2배, 3배로 커지는 경험을 하며 다시 한번 ‘같이의 가치’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