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귀천
인생은 소풍 같이 누구나 사는 동안 즐겁게 웃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남한테 피해 주지 않고 재미있게 잘 어울리며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이왕이면 인상 쓰며, 따지기보다 재미있게 잘 어울리며 살아가고 싶어 한다.
누구나 먼저 떠나간 친구들도 있을 테고, 아픈 지인도 있다.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에도 처음엔 놀라다가 시간이 지나면 차츰 잊어버린 듯 무디어진다. 잠시 왔다 떠나야 하는 인생은 소풍 같은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즐겁게 웃으며,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재미있게 살다 가면 좋겠다.
인생은 소풍 같은 여행길이다. 소풍은 즐거워야 하고 재미있어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시간에 따라 멈춤도 없이 앞을 향해 가야만 하는 외로운 소풍 길이다. 바람 같은 시간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소풍 길에 묵묵히 위안이 되고 의지가 되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 함께 아파하고 울어주며 위로가 될 사람이 함께하면 더욱 좋겠다.
인생길 가다 보면 서로 만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그러면서 사는 것이다. 잘난 자존심 내세우며 지나치게 용서와 이해하지 못하고 비판이나 미워하지 말자. 사랑하며 살아도 너무 짧은 우리네 인생이다.
어린 시절 소풍 가는 날은 손꼽아 기다리며 들뜬 기분으로 밤잠을 설쳤다. 소풍날 비가 올까 잠을 설치며 잠 못 이룬 적도 많았다. 학교를 떠나 공부도 안 할 수 있고 새로운 경험도 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가방 속에 김밥과 몇 개 과자뿐이었지만 마음은 부자였다. 배불리 못 먹던 어린 시절은 김밥이 최고의 맛있는 음식이었다. 책 대신 과자와 김밥으로 채워진 가방은 세상을 날것처럼 가볍기만 하였고 최고의 기쁨이었다.
숲 속에 숨겨진 보물 찾기와 둘러앉아 손뼉 치며 함께 노래하고, 술래잡기와 장기자랑은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기도 했다. 그땐 연필과 공책이 최고의 선물이자 상품이었다.
어릴 적 소풍을 떠올려 보면 시골 학교에서의 소풍날은 1년에 두 차례 정도로 갔었다. 대부분 농번기철로 벼를 심을 때와 벼를 베는 계절이었다. 부모님들은 새벽 일찍 농사일을 나가셨기에 요즘 같은 풍성한 도시락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당시 소풍이라는 행사에 빼놓을 수 없이 등장하는 것 중 하나는 삶은 계란 정도였다. 요즘 마트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시골에서는 닭을 키워야 얻을 수 있었던 아주 귀한 것이었다. 소풍 가는 날은 많은 상인들이 학교 주변에서 장사진을 쳤다. 일부는 소풍 행렬과 함께 소풍장소까지 따라오기도 했다.
그때 찍은 소풍 사진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남녀 모두가 차렷 자세로 발을 가지런히 모은 모습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소풍은 어린 시절 잠깐이지만 기쁨을 주었던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인생 소풍에 대해 천상병 시인은 ‘귀천’에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이라고 시로 잘 표현했다.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사람은 태어나고 죽는 것이 필연인데 미처 깨닫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차라리 그냥 하루하루 즐겁게 소풍 온 기분으로 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이 살아온 생전의 시간을 아름다운 소풍이라고 소박하게 표현했다. 아름답고 즐겁게 인생을 살아가자고 우리에게 인생 소풍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해주고 있다. 천상병 시인은 항상 감사와 기쁨으로 우리들을 위로해준다.
누구나 영원토록 이 세상에 남고 싶다며 미련을 못 버린다. 하지만 때가 되면 떠나야 하는 세상이다. 미련이야 많겠지만 남겨진 사람들 걱정 말고 떠날 땐 미련 없이 떠나자. 후회 없이 미안해하지 말고 떠나자. 그래야 이 세상 사랑했던 사람들과 아름다웠던 순간들 영원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리라.
어릴 적 학교 시절 단체 소풍은 매년 갔던 행사였다. 그 시절의 소풍은 재미있었던 기억보다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어릴 적 소풍은 참 재미없는 단체 소풍이었다. 매년 비슷한 곳에 보는 건 항상 같고 별다를 게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저 하루 수업 안 하는 게 좋은 일이었다. 지금 기억으로 그 소풍에서 보고 즐긴 것뿐 별로 얻은 게 없었던 어릴 적 소풍이었다.
그러나 인생 소풍은 다르다. 재미있게 놀아야겠다. 어차피 소풍인데. 세상에 놀러 온 건데. 소풍 끝나고 돌아가서 아름다웠다 말할 소풍인데. 무얼 그리 집착하고 무얼 그리 망설이며 무얼 그리 기다리며 있을 필요도 없는 건데 말이다.
인생은 소풍이라고 이야기하면, 팔자 좋은 사람들 이야기라고 반박을 한다. 칭찬해 줘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심을 품는다. 인생은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고달픔도 있다. 고단함 가운데 감사함을 발견하는 것이다. 누누가 한번 왔다 가는 인생 밝은 쪽으로 감사와 기쁨 쪽으로 살다 보면 인생은 소풍이 된다.
세상 모든 분들의 즐거운 소풍을 응원하고 삶에 축복이 넘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