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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사김 Dec 21. 2022

전통시장 점포가 브랜드가 되는 법

골목상권에서 전국 상권으로

정치인과 어묵

 한 때 정치인들의 신선한 퍼포먼스로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전통시장에서의 어묵 먹방을 바라보는 최근의 시선은 친서민적으로 보이고 싶은 상투적인 “쇼”로 바라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전통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지원책과 법안의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더라도, 정부와 국회에서 그동안 들인 노력에 비해 전통시장 살리기의 효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사진=어묵 먹는 정치인, 출처: 연합뉴스]
[그림=전통시장 매출 비중 및 시장 수, 출처: 소상공인 진흥공단, 연합뉴스]

대표적인 규제책인 대형마트 휴업 및 출점 제한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 수는 줄어들고 있으며, 국내 소매업 내 매출 비중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온누리 상품권, 제로페이, 청년몰, 편의시설 현대화 등의 지원책도 전통시장을 살릴 비책이 되기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전통시장의 온라인 전환, 잘 되고 있을까?

 최근 전통시장 지원책의 키워드는 “디지털 전환”입니다. 쿠팡, 네이버, 배민, 11번가등의 대형 플랫폼 입점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도 적극 화답하여 플랫폼 내 전문관, 기획전을 운영하고 있으나 이 역시 실효성에 대해서는 물음표입니다.

[사진=소상공인 온라인 진출 지원내용, 출처=소상공인진흥공단, 쿠팡]

 첫 번째 이유는 상인들의 “이해 부족”입니다. 체계적인 입점 교육과 컨설팅이 뒷받침되더라도 당장 먹고살기 바쁜 점주와 전통시장 상인의 평균 연령(60세 이상)을 감안하면 디지털 전환은 쉽지 않습니다.

[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경영 실태조사 보고서2020, 출처=소상공인마당]

[출처=소상공인마당]

 두 번째 이유는 근본적인 상품 경쟁력입니다. 상세페이지 기획방법, 컨텐츠 제작 지원, 라이브 커머스 교육 및 인프라를 제공한들 차별화되는 특장점 없이 성공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소상공인입장에서는 “유명한” 플랫폼에 입점했으니 어느 정도 매출을 기대하겠으나, ‘전통시장 온라인 진출사업’ 결과에 따르면 플랫폼에 입점한 227개 점포의 매출이 0이고, 사업에 참여한 1,354개 점포의 총매출이 약 1,000만원으로 점포당 매출은 약 1만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출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류호정의원 국정감사자료, 21년 7월 기준)

[출처=중소벤처기업부 보도자료]

사업의 실수혜자가 소상공인이 아닌 플랫폼사업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번엔 전통시장의 온라인 전환 성공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는 전통시장과 플랫폼사업자가 결합하여 성공한 사례입니다. 19년 1월부터 시작해 약 170여개 지역시장이 입점하였으며,(22년8월 기준), 1호 시장인 암사시장의 경우 누적 주문건수 약20만건을 돌파하였습니다. 참여 매장 당 월 4~5천 건의 주문 수와 평균 25%의 매출 증가 효과를 이루었습니다.(출처:세계일보, 지디넷코리아, 이코노믹리뷰)

[사진=네이버장보기, 쿠팡이츠]

네이버라는 국내 최대 플랫폼의 사용자 기반에 모바일 친화환경, 결제편의(네이버페이), 표준화된 상세페이지는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의 안착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다만 제휴 라이더가 배달하기 때문에 가능지역이 주변 지역에 한정되며, 점포와 제품의 깊이 있는 설명이 부족한 점은 개선할 포인트입니다. 비슷하게 ‘쿠팡이츠’에서 진행하는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그램도 유사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카카오 메이커스의 ‘제가버치’ 프로젝트입니다. “제 값어치”를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 것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로 판로가 막힌 농어민을 돕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프로젝트는 전통시장 상인의 판로를 지원하는 “시장에 가면” 시리즈로 확대됩니다.

[사진=카카오메이커스 제가버치 '시장에 가면', 출처=카카오메이커스]

 현재까지 강화시장의 새우젓, 참기름, 제주오일장의 우도 땅콩, 톳, 마산시장의 멸치, 꼴뚜기 등을 진행하였으며, 1회당 평균 몇 천만원~ 매진상품의 경우 억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가면” 시리즈가 타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것은 4가지입니다.


1.  전국의 우수한 전통시장 제품을 찾아다니고 발굴하는 과정을 담당 MD가 직접 진행합니다. 

MD가 상품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품질을 확인한 제품이 선정되며, 구매자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카카오메이커스 중부시장에 가면 中, 출처=카카오메이커스]

대개의 전통시장 지원사업은 정부기관에서 모집한 업체를 ‘의무할당식’ 입점 지원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MD에게는 상품 선정, 구성, 가격 결정의 권한이 없고 제품은 오픈마켓에 입점될 뿐입니다. 따라서 기획전을 오픈해도 플랫폼 이름값에 비해 걸맞은 매출이 나오지 않고, 차별화된 제품 구색이 부족합니다. 소비자입장에서도 구매가 망설여지며, 품질에 확신이 없습니다.

[전통시장 기획전 페이지 中, 출처=쿠팡]

2.  제품의 특장점을 뽑아내고, 컨텐츠로 구현하는 과정 또한 플랫폼업체에서 진행합니다.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시장상인을 교육 또는 지원하여 만드는 것보다 양질의 컨텐츠가 생성됩니다. 소개된시장 상인의 이야기는 브랜딩의 요소가 됩니다. 만들어진 컨텐츠는 전통시장 상인이 소유하여 재사용, 재가공 가능하기 때문에 상인 입장에서는 브랜드 구축 관점에서도, 판로 확대 관점에서도 플랫폼의 깊이 있는 도움을 받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시장에 가면 상세페이지 中]

전통시장 지원을 바라보는 소상공인협회 관계자의 이야기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탁상행정에 20년째 실패한 전통시장 지원책, 현장 중심으로 악순환 끊어야..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의 대표적인 지원책 중 하나인 ‘대형 온라인 플랫폼 입점’ 사업은 상인들에 대한 경쟁력 있는 아이템 확보 지원은 뒤로한 채 무리한 입점만을 추진해 결국 입점 상인 대부분이 경쟁에서 밀려 안 하느니만 못한 지원책으로 전락했다. [출처=아주경제]

즉, 상품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플랫폼 입점에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상품 경쟁력은 품질과 차별화된 특장점, 그리고 이를 온라인으로 구현하는 컨텐츠라 할 수 있는데 전문가가 직접 핸들링을 해주니 실질적인 지원책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전통시장 상인 입장에서는 상품등록법, 컨텐츠 기획하는 법, 라이브쇼핑 교육 등을 지원받아도 플랫폼 입점 성공이라는 1단계 성공 이후 온라인에서 지속 성장하기 위한 펀더멘털을 구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3. 주문제작 방식이라 재고 걱정이 없습니다.

 홈쇼핑이나 오픈마켓 딜을 진행하려면 MD와 협의한 최대치 물량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판매가 부진할 때 처리해야 하는 재고는 오로지 상인의 몫인데, 판매된 만큼만 생산할 수 있으니 재고 부담이 적습니다. 생산자가 대응가능한 수량과 일정에 따라 고지되는 물량은 일종의 "한정판"효과를 주어, 매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갓 생산된 따끈한 제품을 받아보게 되니, 신선도와 품질에서 유리합니다.


4.  '탐색형' 채널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픈마켓이나 대부분의 쇼핑 플랫폼이 검색 기반 “목적성” 쇼핑을 지향하는데 반해 카카오 메이커스는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구매하게 되는 “발견형” 커머스 채널입니다. 쉽게 말해 검색창에 특정 키워드를 통해 상품을 찾는 것이 아닌 플랫폼이 고객에게 신상품을 제안하는 큐레이션 채널입니다. 온라인 채널은 내가 검색한 제품, 빅데이터 기반으로 제품을 보여주기 때문에 새로움을 찾는 재미가 덜 합니다. 반대로 오프라인 쇼핑의 장점은 의외성에 있습니다. 전통시장에서 만날수 있는 "구경하고 맛보고 의외의 제품을 발견하는 재미"를 ‘시장에 가면’ 시리즈를 통해 구현합니다.

[오프라인 쇼핑의 장점은 '의외성'에 있습니다. 출처=셔터스톡]

 많은 중소기업, 소상공인에게 들었던 애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원해주는 교육내용도 이해하고, 코칭 방향성에도 동의를 하나 “내가 직접 하려면 너무나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소상공인이 제품 기획에서 마케팅, 영업, 진열 등 모든 영역의 전문가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분들이 좋은 제품 만들기에 집중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전통시장 살리기의 핵심은 “자생력” 구축입니다.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아직 가지고 있는 자원이 많지 않고 인프라가 없는 소상공인에게 카카오 메이커스 제가버치 “시장에 가면” 시리즈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소상공인이 어려워하는 것의 첫 바퀴를 함께 굴려주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마케팅 전문가가 업체와 밀착되어 제품의 컨셉을 만들고 최종 결과물까지 도출하여 호평을 받고 있는 정부지원사업 사례, 대형 유통채널의 영업을 개척해주는 판로지원사업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출물을 도출할 때에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납니다.

[사진=경동시장 내 스타벅스 경동시장1960, 금성전파사, 출처=비즈니스워치,에너지경제]

 노브랜드, 스타벅스만 앵커 테넌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토리가 있는 노포, 해당 지역만의 차별화된 제품을 보유한 매장은 지역시장은 대표하는 '브랜드'로서의 기능을 합니다. 이러한 점포 '브랜드'는 고객을 유인하는 '앵커테넌트'로서의 기능을 한다는 것은 증명된 사례입니다. 속초중앙시장의 ‘닭강정’, 광장시장의 ‘빈대떡’, 여수 ‘돌게장’을 경험하기 위해 방문한 소비자는 해당 지역상권의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제품 경쟁력과 스토리를 가진 전통시장 점포가 발굴될 때 개별점포는 골목상권에서 전국 상권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앞으로 전통시장 성공모델이 많이 발굴되어 영속하는 전통시장 브랜드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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