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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사김 Mar 20. 2023

컬리와 젠트리피케이션

지속가능한 성장, 로컬이 미래다.

“역삼역으로 가주세요."

친구의 제안에 도착한 곳은 테헤란로 한복판의 건물이었습니다. 꼭 봐야 하는 공연이 있다고 했습니다. 친구 말대로 대체불가한 그룹이긴 했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스타일인데 노래 같기도 하면서 아닌 듯하고 말하는데 리듬이 있는. 읊조리는데 운율감이 느껴지고 웃기면서 진지한 듯했습니다. 공연 중 백댄서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쇼킹했습니다.

이거 뭐지??

이딴 걸 보자고 황금 같은 시간을 사용하다니..

좋아하고 싶지 않은데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멜로디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이 그룹은 추후 대중음악 명반 100에 선정될 정도로 음악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았으며, 너무 만족스러운 앨범을 완성했다는 이유로 해체했습니다.


 샛별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는 기업가치 4조의 평가를 받을 정도로 큰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현재는 식품을 넘어 뷰티영역까지 확대하며, 한 순간 몰락한 타 커머스업체와 달리 지속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월 방문자수는 약 4백만으로 추정됩니다. 출처:similarweb]

 컬리가 시장에 안착하게 된 것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1. 차별화된 상품 큐레이션

 마켓컬리의 상품선정기준은 유명합니다. 커미티(품평회)가 있는 날이면 MD들은 야근을 하며 먹어보며, 의견을 나눕니다.  

“사실 이건 진짜 덕후들이 하는 사업이라는 걸 고객들이 바로 알아보셨다고 생각해요. 저나 우리 팀이 먹어보지 않은 상품은 한 개도 판 적이 없어요. 맛과 가격과 스토리를 보면서 우리가 소비자로서 이 상품에 감동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요."
-김슬아 대표 인터뷰, 창업가의 브랜딩(우승우,차상우 지음) 中

검증된 브랜드의 채널인 대형마트와 달리, 숨어 있던 스몰브랜드를 소개하는 큐레이션 채널로서 역할을 했습니다. 컬리에서만 볼 수 있는 제품은 큰 차별화 요소.


2. 스토리가 있는 상세 페이지

 한 때 “컬리처럼 사진 찍어 주세요”라는 말이 유행일 정도로 제품 이미지에 집중했습니다. 누구나 아는 브랜드를 파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품의 이미지와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어필포인트였습니다. ‘


칼국수’라는 키워드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국내 유명 쇼핑몰에서 검색했을 때 등장하는 1위 상품의 썸네일 이미지입니다. 배경 없이 상품 전면 이미지를 보여주는 소위 '누끼' 이미지입니다.  

[각 사 칼국수 추천 1위 제품 썸네일, 좌=SSG, 중=홈플러스, 우=쿠팡]

상대적으로, 컬리는 조리된 사진을 썸네일로 사용했습니다. 브랜드의 이야기와 제품 구성 그리고 맛있게 먹는 법에 대한 소개를 통해 고객이 상품에 대해 더 공감할 수 있는 컨텐츠에 집중하였습니다.

[출처=컬리]

3. 성공한 브랜딩

특정 쇼핑몰을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나요?

컬리는 브랜딩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사례입니다. ‘전지현’이라는 모델이 브랜드 인지에 큰 역할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보라색으로 대표되는 시그니처 컬러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품질과 서비스에 진심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출처=컬리]

커저버린 컬리의 선택은?

[컬리 매출 실적, 출처=비즈니스워치]

 시작은 강남 엄마, 2030의 쇼핑채널이었으나, 이젠 컬리는 메이져 커머스플랫폼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SSG, 쿠팡과 경쟁하길 주저하지 않습니다. 매출이 조 단위를 향할 무렵부터 상품구성의 변화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켓컬리’ 내 비식품류(가전, 생활용품 등)의 확대가 눈에 띄며, CJ, 오뚜기, 동원 등의 대기업 브랜드 상품이 다수 입점되었습니다.  

22년에는 뷰티컬리 론칭과 함께 서비스 명을 컬리로 변경하여 ‘식품과 화장품’ 양축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슬아 대표는 마켓컬리의 성공 경험을 뷰티컬리에서도 적용하려 합니다. CEO임에도 브랜드 운영과 프로모션에 깊이 관여하는 동시에, 컬리만의 브랜드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만, 올리브영이라는 기존 강자와 대비하여 체험을 위한 오프라인 공간의 부재와 유명 브랜드 위주의 프로모션은 아직 차별화를 이루어내기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입니다.


 이러한 방향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어떨까요? 먼저 네이버 검색량을 살펴보겠습니다. 컬리에 대한 검색량은 성장하는 매출규모에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20년 12월을 정점으로 23년 1분기의 검색량은 60%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뷰티컬리의 검색량은 상대적으로 아직 미미합니다.

[출처=네이버 데이터랩]

블로그나 커뮤니티에서 언급되는 컬리의 긍정 키워드 비율은 80%로서, 제품의 맛과 관련된 언급이 가장 많았습니다. 작년 기준으로는 컬리의 간편식이 브랜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식품에서 컬리의 위상은 아직 공고해 보입니다.

[마켓컬리 관련 긍/부정 키워드 맵, 23년 3월기준 출처: 썸트렌드]
[간편식 브랜드평판 22년 4월 빅데이터 분석, 출처 : 한국기업평판연구소]


정리하면, “식품 간편식의 강자로서의 컬리의 위상은 여전하나, 신사업 뷰티나 새로운 이슈에 대한 반응은 아직 크지 않다”가 아닐까 합니다.


컬리와 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의 상징이 된 가로수길은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대기업의 진출과 동시에 소규모 로컬 브랜드가 사라지면서 예전의 명성을 타 지역에 빼앗긴 사례입니다. 타 지역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매장을 방문하기 위해 굳이 갈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로수길 사진, 출처=뉴스원]

마찬가지로 컬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조심해야 합니다. 

초기에 소비자가 열광했던 이유가 특색 있는 지역기반의 식품이나 스토리가 있는 스몰 브랜드에 기인한 바가 컸는데, 여느 쇼핑몰에서 볼 수 있는 대기업 브랜드의 비중이 커진다면 고객입장에선 “왜 컬리여야 하는가”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컬리입장에서는 검증된 빅 브랜드는 매출 개선을 위해 필요합니다. 방문한 고객의 바스켓을 늘리는데 일반적인 제품이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컬리만의 상품을 보러온 김에 담아 가는 매출과 더불어, 컬리에 가면 굳이 SSG나 쿠팡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22년 컬리 매출 1위 품목이 연세우유 x 마켓컬리 전용우유이며, 판매량 상위 품목을 ‘사미헌 갈비탕’, ‘홍루이젠 샌드위치’, ‘금미옥 쌀떡볶이’ 등의 스몰브랜드가 차지한 것을 보면 고객이 원하는 컬리의 정체성은 명확해 보입니다. 스토리가 있는 컬리만의 전용상품, 즉 차별화된 PB(NPB)가 핵심 경쟁력이자 정체성입니다.

[컬리 PB제품들, 출처=컬리]

http://www.food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342


 대중화, 보편적 쇼핑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작년 “스타벅스”의 사례는 컬리가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출시할 때마다 품절사태를 빚었던 굿즈상품이 '품질'문제로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습니다. 무엇보다 스타벅스 팬덤, 매니아의 마음을 돌아서게 만든 부분은 꼭 명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더구나 대중화한다는 명목으로 특유의 매장 정체성을 변경한 사례는 대표적 실패사례로 평가받습니다. 매장 분위기가 바뀌자 “커피의 맛이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스벅다움‘ 즉, 자기다움을 잃는다는 것은 브랜드 생명에 치명적입니다.

[스타벅스 매장이미지와 굿즈, 출처=스타벅스]

 최근에 “무신사 냄새”로 이슈가 되었던 사례는 상대적으로 나은 경우입니다.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특정 계층에 압도적 지지를 받게 되며 오히려 개성이 없고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역설적으로 정체성은 유지했으나 해당 브랜드가 대세가 되어 대체불가하기 때문에 밈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거 노스페이스, 버버리 역시 브랜드가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서 브랜드 가치 하락과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되었습니다만 타겟에 맞는 신상품과 마케팅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습니다.


 BTS가 글로벌 팬덤을 얻으면서 일부 초기 ‘아미’들은 BTS가 바뀌었다,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를 하지만 전체 팬덤의 크기를 보면 잃은 팬덤보다 얻은 팬덤의 크기가 훨씬 큽니다. 중요한 것은 BTS만의 메시지, 음악을 통해 꾸준히 성장하고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팬덤이 유지되면서도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도 인디밴드에서 전국적 대중밴드로 성장하면서도 특유의 컬러를 잃지 않은 것이 포인트였습니다.


최근 컬리가 대기업과 협업하는 행보는 칭찬할만합니다. 컬리 Only상품으로 색깔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만, 컬리는 “예전보다 MD를 만나기 힘들어졌다, 마진이 너무 높아져 거래가 힘들다”는 스몰브랜드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야 합니다. 물류센터 케파문제로 신상품 입점이 쉽지 않고, 검증된 제품이나 기입점 제품의 관리가 더 편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 브랜드보다 손이 많이 가고, 라인 확대나 프로모션 대응에서 서툰 그들이지만, 스몰& 로컬브랜드야말로 컬리의 정체성이자 차별화의 핵심입니다. 이들 브랜드를 외면하는 순간 젠트리피케이션이 찾아올 것입니다.

컬리다움을 잃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는 대한민국 대표 플랫폼으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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