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언제나 응급 Jun 29. 2022

Season1. 코로나 일지

프롤로그

처음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그 당시 이야기를 매일 올리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고로 끄적여 옆으로 밀어두었던 이 글들은 코로나가 사그러지기를 기다렸다. 그렇지 않았으면 날 선 감정이 두드러진 글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둥글게 만들기 위해 여러 번 퇴고를 반복했지만 여전히 감정의 흔적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사회적 통용 가능 범위라 생각한다). 엹어지면 엹어졌지 여전히 깃들어 있는 나의 감정은 그때의 기억과 느낌을 떠올리게 하는 좋은 자극제이며 글의 목적이기 때문에 넘어가기로 했다.


 이 글은 지난 2년 간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마주친 코로나에 대해 때마다 기록했던 글들을 일기 형식으로 묶은 것이다. 코로나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아도 사방에서 흘러들어오는 지식에 신물이 나겠지만, 코로나 환자와 정책을 다른 시각에서,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상대적으로 멀어진 환자들에 대해 기록하고 싶었다. 안네의 일기처럼 생생한 표현도, 난중일기처럼 고뇌한 흔적도 도드라지지 않지만 기록하고 나눌 가치가 조금이라도 있지 않을까.


 전체 의료계가 아닌 응급실에 한정된 입장에서 돌이켜 보았기 때문에 지엽적 시각의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죽음 등 예민한 주제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응급실에 익숙해진 저자와 독자 간 주제에 대해 감정적, 이성적 차이에서 발생한 시각으로 글을 썼으니 어쩌면 저자가 사회 부적응자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좋은 점만 기록하고 기억하며 껄끄러운 점에 대해 대해 고뇌하지 않는다면 역사를 답습할 뿐이기 때문에 존재한다. 전 세계를 멈추고 공포를 떨게 만든 코로나와 맞서며 승전보보다 패배의 비보에 초점을 맞춰 다음엔 더 낫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했다. 그래서 이 글이 언젠가 혹은 언제고 응급실 근로자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P.S.

#2022.08.28

 프롤로그를 올릴 당시는 코로나가 수그러든 것처럼 보였지만 2022년 8월 현재 또다시 기승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지난 2년 간의 대처와 사뭇다른 느낌이다. 이 경험은 소위 그 이전의 코로나, 즉 코로나 1기에 대한 기록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코로나 2기에 대한 경험과 고뇌는 또다른 글이 될 것이다.



[ 사진 출처 : Fusion Medical Animation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