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서 Jan 14. 2021

기생충이 불편한 이유

불편한 리뷰


기생충을 보고 혹시 불편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기생충을 극장에서 봤을 때 좋은 영화라는 생각과 불편하다는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은 나뿐만은 아니다. 내 주변 사람들은 '좋은 영화긴 한데, 극장에서 보고 나온 뒤에 찝찝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생충>의 서사는 기택의 가족들이 동익의 집에 침투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정작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동익(이선균)'과의 갈등이 문제가 아니라 지하 벙커에 기생하고 있는 인물과 '기택(송강호)'의 가족 사이에서 발생한다.


<기생충>에서는 현대의 계급 투쟁은 가지지 못한 자와 가진 자의 투쟁이 아니라 오로지 부자가 되기 위한 발악임을 보여준다. 이는 영화 내에서 종종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하에 거주하고 있는 ‘근세(박명훈)’는 지하에 거주하며 미쳐가고 있음에도 박 사장 '동익'을 존경한다.


과거의 귀족계급은 착취 혹은 태생적으로 가진 계급적 우월을 이용하여 부를 축적했다. 이는 일반인이 노력을 통해서는 얻기 힘들었다. 하지만 현대에서의 부의 축적은 종종 ‘노력의 결과물’, ‘재능’ ,‘운’ 등으로 치부된다. 현대사회에서 ‘부의 축적’은 오히려 ‘악’이 아니라 선과 악이 공존하는 모호한 성격을 띠고 있으며 선망의 대상이다. 그렇기에 과거와는 다르게 서로 연대하지 않고 가난한 자를 '게으르다'고 멸시하며 오로지 자신이 처한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 가진 자 혹은 선망의 대상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다. 



실제로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가난한 자들끼리 서로 뭉쳐서 연대하고 돕고, 명확한 적에 맞서서 싸우면 아주 좋은 상황일 텐데 현실에선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고, 가난한 자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상황으로 예상치 않게 전개된다. 그게 이 영화가 보여주는 독특하고 특이한 지점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우리들이 이 영화를 보고 불편하고 찝찝한 감정을 느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우리 자본주의 사회의 불편한 민낯을 직접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 영화 속 기택의 가족처럼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됐지’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서로 공감하고 연대하지 못한다.



두 번째는 캐릭터에 대한 이유다. 우리는 영화를 볼 때 자연스럽게 주인공에게 감정을 몰입한다. 여기서 주인공은 기택(송강호)과 그의 가족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일반적인 영화에서는 악역이 행하는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행동을 통해 욕망을 성취하려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택의 가족이 상황을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들에게 몰입한다. 그렇게 우리는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비도덕적인 행동을 일삼는 주인공 가족들을 응원한다. 우리의 도덕적 의식과 비도덕적인 기택의 가족을 응원하는 마음의 괴리감이 찝찝함과 불편함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런 캐릭터에 대한 장치와 현실에 대한 과감한 묘사를 통해 일부러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기택의 가족은 “계획이 뭔데?”,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등과 '계획'은 중요한 키워드로 영화 내에서 계속 언급된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단 한 번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으며 영화 끝까지 ‘기우(최우식)’는 집을 사서 아버지와 재회하겠다는 꿈같은 계획을 설계한다. 우리는 기우의 미래를 이미 얼추 짐작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계획은 대체로 이뤄지지 않으며 하물며 태생적으로 ‘흙수저’인 기우의 계획은 이뤄지지 않을 것을. 


봉준호는 해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아들 역의 기우는 자신이 그 호화저택을 사겠다고 선언하는데, 제가 직접 계산해보니 (평균) 월급을 사용하지 않고 전부 모아도 547년이 걸린다. 솔직하게 끝내고 싶었다. (중략) 누군가는 가장 어둡고 낮은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게 이 시스템이고, 가장 두렵고 슬픈 지점이다. 그게 이 영화가 말하고 있는 지점 같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기생충은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계속해서 우리가 마주한 이 사회를 숙명처럼 여기며 살아갈 것인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삶을 살 것인지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