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짐.
나는 사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과 중에 갑작스럽게 멍 때리며 오늘 하루를 돌아보는 것도 좋아하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멍하게 있는 것도 좋아한다.
얼마나 사색을 좋아하냐면
일례로 누군가와 데이트할 때 어떤 데이트를 좋아하냐는 말에 카페 창문 앞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해 상상해 보는 데이트를 좋아한다고 까지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관계에 있어서도 참 많이 생각한다.
사실 어쩌면 관계라는 주제는 내가 가장 생각을 많이 하는 주제일지도 모르겠다.
부모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연인과의 관계, 자식과의 관계
특히 좋은 일보다는 불편했던 일,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 사색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에 대해 내가 가장 빠르게 찾는 해결책은 사색이다.
사색하며 해결책을 찾고 있는 나를 보며 누군가는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아?' '왜 그렇게 스스로를 괴롭혀?'라고 묻지만
사실 사색하는 시간은 나에게 전혀 스트레스가 아니다.
(물론 겉에서 보기에 스트레스처럼 보인다면 뭐 그건 어쩔 수 없다.)
도리어 혼자 사색할 시간이 없어 스트레스받았던 경우가 더 많다.
가만히 있었던 일에 대해 복기해 보고
그 순간 내가 느꼈던 감정을 정리해 보고
상대방이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런저런 이유들을 추측해 보고
상대방의 감정과 표정을 떠올려보고
그래서 그 순간 내가 느꼈던 기분도 다시 떠올려보고
나는 처음에 왜 그 대사? 단어를 언급했나 생각해 보고
맨 처음에 일이 발생한 상황도 다시 찾아보고
그러다 보면 다른 누군가와 겪은 비슷한 일도 생각나고
그 상대와 있었던 또 다른 갈등도 생각이 난다.
그렇게 사색하며 생각하며 여러 일의 꼬리를 물다 보면
내가 가장 속상해하고 힘들어하는 일의 모습이나
상대가 가장 예민하고 불안한 상황을 찾게 될 때가 있다.
그러고 나면 메타인지가 발동하여 나의 모든 것들을 엮어낸다.
그렇게 나 자신과 상대방에 대해 깊이 알게 되는 기분이 든다.
그럼 왜인지 모르게 성숙해진 것 같은 기분과 나 자신이나 상대방과 좀 더 친밀해진 기분이 든다.
그리고 아직 상대와 완전히 갈등을 해소하기 전에도 그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한 나만의 실마리(보석)를 발견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사색한 후에는 상대와 관계없이 나혼자 불편했던 일이 절로 해결되기도 하고
상대와 이야기가 필요한 일도 보다 편안하게 나눌 수 있게 된다.
사색을 좋아하다 보니 때로는 조금 특이한 상상을 하기도 하고
아주 과거의 일까지도 꼬리를 물며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나 자신이나 주변 사람, 사회의 일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생각해보고 정의내리게 될 때도 있다.
그런 일련의 생각 과정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어 이야기를 꺼내보면
아니 왜 과거의 일까지 들추냐며 이해 못 하는 이도 있지만
내 이야기의 흐름 속에 내가 말하고 싶은 감정이나 생각을 나보다 더 잘 찾아주는 이도 종종 나타난다.
그런 사람과 함께 하는 순간은 별 걸 하지 않아도 신이 난다.
삶의 지루함이나 나태함마저도 사색과 대화 속에서 사라져 간다.
나의 사색을 누군가와의 공통된 즐거움으로 공유해 가는 기분은 나에게 있어 너무나 큰 행복감을 선사한다.
과거를 회상하고 되새기고
현재를 살아가는 에너지를 주고
미래를 꿈꾸는 힘을 준다.
그래서 오늘 이 순간도 나는 사색한다.
사색할 수 있는 순간이 하루 하루 많이 주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