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돌리기 1,2

by 윤경

1

비싼 인조 잔디가 으깨진다. 뒤통수를 스친 낡은 수건이 누군가의 손에 붙잡혀 구겨진다. 모두 같은 노래를 부르며 한 사람을 눈으로 좇는다. 그는 틈이 조여진 잔디 사이를 운동화로 찍어누르다 돌연 빈자리에 앉아버렸다. 온몸이 신호를 줬다. 나의 차례다. 손을 움직여, 수건을 잡아, 뛰어. 모든 동작이 일그러졌다. 둥글게 모인 사람들의 뒤만 밟는데, 꼭 앞에 서있는 기분이 들어 뛰는 법을 잊어버렸다. 팔과 다리의 순서를 머릿속에 적어둔 적이 없어서, 그래서 넘어진 거 같다. 땅에 온몸을 붙이고 눈을 떴을 때는 수건조차 잡히지 않았다. 아무도 없었다. 다시 눈을 감았다.


2

비싼 탈모샴푸를 짜낸다. 고학력 연구원들의 노고와 함께 한방 냄새가 비좁은 화장실을 가둔다. 먼 미래를 준비하는 유일한 행위이다. 보험을 들기엔 병에 들기 전에 죽고 싶은데 또 머리카락이 다 떠나버린 채로 살아갈 자신이 없다. 금이 간 세면대를 바라보다 오늘 있던 최악의 상황들을 머릿속에 스캔한다. 여러 장 복사해서 붙이다 보면 따뜻한 물이 끊기고 차가운 물이 나온다. 찬물에 입을 열면 나오는 신음이 이미 해가 져버린 오늘의 첫마디였다.

욕실에서 부엌까지 머리에서 흐른 물로 길을 만들었다. 온 집안에 덮인 불량 수건 중 하나를 골라 머리를 털어낸다. <한민혜 여사 팔순잔치를 죽하합니다> 잘못 염색된 '죽'부분에 의미 없는 침을 발라 엄지로 눌러낸다. 무릎만 한 냉장고에서 묶음으로 산 팩 우유를 따라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2분을 맞추고 1분을 앞에서 바라보며 비과학적인 선택으로 수명을 단축시킨다. 1분간 든 생각은 오직 이름뿐이었다.


한민혜, 박민혜.


민혜는 입 밖으로 제대로 된 단어를 내뱉는다. 한 번 인지된 소리는 범위가 넓어진다. 나의 입에서부터 옆집 세탁기 소음, 윗집 부부 싸움 소리까지 소리를 담지 않으려던 귀에게 직접 찾아온다. 작은 집 안에 남아있는 소리 중, 민혜는 한민혜라는 발음을 귀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