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돌리기 15,16,17

by 윤경

15

민혜는 민혜의 수건이 담긴 박스를 들어 옮겼다. 가벼웠다. 터진 우유 때문에 더 무거워져야 하는데, 무언가 빠져나간 것 같다. 민혜의 집 문을 열고 경찰들이 들어갔다. 소란스러워지자 동네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민혜는 아무 목적 없어진 수건을 가져가야만 했다. 이 수건은 이제 쓸모가 없다.

급하게 나오느라 불도 끄지 못한 가게 앞에 세연이 앉아있다. 불이 켜져 있어서 기다려봤다는 말에 내내 불이 꺼져있던 민혜의 집이 생각났다. 세연을 가게에 들였다. 어떤 말이라도 수건에 뱉어야만 했다.



16

민혜는 카탈로그를 펼쳐서 세연 앞에 놓아준다. 카탈로그에 적혀있는 알록달록한 문구들보다, 잠시 보인 민혜의 손에 적힌 문구 <세연아 태어나줘서 고마워>가 눈에 보인다.


세연이가 또 태어났나 봐요.


세연은 카탈로그를 넘기는 민혜의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린다. 민혜는 그제야 세연과 눈을 맞춘다. 세연에 눈에 담긴 것을 수건으로 닦을 수 있을지 가늠이 안된다. 저도 세연이거든요. 세연의 세도 세상할 때 세일까. 어떤 세상이 얼룩졌을까.


17

<오늘도 행복하세요>

세연은 처음엔 그냥 혼자 쓸 수건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그냥 쓸 수건에 문구를 고민하지 않는다. 세연은 카탈로그를 넘기다가 다시 제일 첫 장, 당일 제작 가능이라 쓰여있는 나염 수건을 고른다. 종이에 문구를 적는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세연은 수건에 자신의 이름을 넣지 않는다. 이름 없는 수건을 만들어본 적 없다. 맞은편에서 거꾸로 적히는 글씨를 읽다 고개를 들었다. 이렇게만 적어도 되나요? 안될 건 없죠. 세연은 종이를 받아 들고 기계 앞에 섰다. 컷팅 종이를 오렸다. 염료가 수건 사이로 스며들었다. 새벽이 오고 있는데 집에 갈 수 없었다. 그 누구도 혼자가 되면 안 될 것 같았다. 민혜 본인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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