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예술? 예술적 과학!
과학자들만큼이나 자연을 관찰하고 그로부터 영감을 받아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 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예술가들이다.
그중 특히나 건축가들은 언제나 ‘자연’이란 테마를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는 듯하다. 아무래도 다른 어떤 예술 분야보다 스케일이 크다 보니 자연스레 자연과의 관계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연일 타는듯한 강렬한 열기의 태양빛을 받으며 지내다 보니 문득 떠오른 곳이 있다. 세계적 건축가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의 한 골목 ‘파세오 데 그라시아’가 바로 그곳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연이어 지어졌지만 완전히 다른 두 건물. 까사 바요트(1904-1906)와 까사 밀라(1906-1912)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까사 밀라는 별다른 장식 없이 유려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보는 각도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햇살을 받아내고 있는 자연의 건물이다. 이에 반해 각종 유리와 뼈 등으로 이 세상 텐션을 넘어서는 화려한 벽을 가진 건물이 까사 바요트의 특징이다.
두 건물의 차이는 바로 건물이 바라보는 방향이었다.
까사 밀라는 남향(남동향) 건물이다.
즉 온몸으로 하루의 해를 받으며 올록과 볼록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자체만으로 파도치는듯한 생동감이 넘치는 건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까사바트요는? 바로 북향(북서향).
북향의 부족한 빛을 최대한 활용해 존재감을 뽐내려는 건물이 까사 바요트의 실체이다.
이렇듯 태양의 움직임에 맞추어 건물을 설계한 가우디의 과학적 면모는 또 다른 곳에서도 드러난다.
성가족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아치 설계에도 또 하나의 자연의 힘이자 원리를 응용하고 있다. 바로 중력이 그것이다.
아치의 곡선을 설계할 때 가우디는 밧줄을 늘어뜨린 후, 장력과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늘어져 그리는 밧줄의 곡선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리고 이 곡선을 상하반전시켜 카테나리 아치라는 가장 안정적인 아치의 곡선을 설계한 것이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예술가이자 멋진 자연과학자라 해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