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이유
소소리한 언덕에
마파람이 불어온다
아람한 열매가
바람에 떨어진다
청설모가 잽싸게 물고 간다
샛바람에
감단개가 떨어진다
설익었다
청설모도 지나친다
벼룩잠으로 피곤한 몸을 일으킨다
새벽 4시 15분
거실의 불을 켜고
노트북을 열고
아침으로 먹을
꾸미를 챙긴다
꾸미를 안틀맞게 자른다
오늘도 아침밥을
설먹었다
벼룩잠으로 입맛이 사라진것인가?
난벌을 차려입고
새로운 만남을 위해
언덕을 내려간다.
새벽시간에
아름다운 우리 글을 만났다
“ㄱ”에서 “ㅎ”까지
“ㅏ”에서 “ㅑ”까지
표현 못하는 단어가 없다
처음과 끝이 만나
가-기
나-니
다-디
…
하-히
단어가 완성된다.
쓰임새가 많다.
내가 글을 쓰는 또 하나의 이유를
우리말의 아름다움 속에서
발견한다.
이 아름다운 말을 통해
글을 쓸 수 있다는
참을 수 없는 설레임이 생긴다
*소소리-높이 우뚝솟은 모양
*마파람-남쪽에서 부는 바람
*아람-충분히 익이 저절로 떨어질 정도가 된
*샛바람-동쪽에서 부는 바람
*감단개-꽃과 함께 떨어진 어린 감
*벼룩잠-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다가 자꾸 깨는 잠
*꾸미-국이나 찌개에 넣는 고기붙이
*안틀맞다-일정한 수효나 값의 한도 안에 들다
*설먹다-넉넉하게 제대로 먹지 못하다
*난벌-나들이 할 때 착용하는 옷이나 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