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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Dec 06. 2021

제로 웨이스트 3년 차의 돈을 쓰는 기준

내가 번 돈, 나의 가치에 소비한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나의  제로 웨이스트 시작은 조금 어설펐고 부족했다. 어떻게 말하면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 어설픈 시작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지금은 주변에서 조금 별나다, 대단하다, 신기하다, 진상이다 등등 다양한 말을 듣고 있지만 확실한 건 기존의 생활 방식에서 많이 벗어났다는 것이다. 소소한 일상의 변화중 가장 영향력이 큰 변화는 돈을 쓰는 기준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1. 포장의 상태

이전에는 가격과 상품의 질을 먼저 봤다면 지금은 물건의 포장 상태를 먼저 본다. 아무리 필요하더라도 포장이 플라스틱으로 너무 과하다면 구매를 보류하게 된다. 예를 들면, 마트에서 배추를 살 때 한쪽은 깔끔하게 손질되어 비닐에 예쁘게 포장이 되어 있고 한쪽은 손질은 물론 포장도 아무것도 되어있지 않을 때 심지어 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포장되어 있지 않은 쪽을 구매한다. 포장되어 있지 않은 제품을 찾을 수 없다면 최대한 포장이 덜 되어있거나 재활용이 쉬운 제품을 선택한다.


2. 식물성 제품

나의 제로 웨이스트 이유는 중 하나는 탄소 절감이다. 그리고 동물성 식품의 대부분은 식물성 식품보다 탄소 배출이 높다. 우유 대신 두유 또는 오트 우유.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 닭고기 대신 식물성 대체육, 버섯, 또는 두부. 가격이 비싸지만 일반 치즈보단 비건용 치즈, 일반 립밤보단 비건 립밤. 최소한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을 사용한다.


3. 화장품의 미니멀리즘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고 지출내역의 가장 큰 변화이자 제일 바꾸기 힘들었던 건 화장품이었다. 원래부터 피부가 예민해서 조금만 안 맞는 제품을 쓰면 바로 트러블이 났다. 그렇게 몇 년을 유목민처럼 화장품을 바꿔가며 쓰다가 겨우 나에게 맞는 화장품들을 찾았지만 그런 제품들은 모두 플라스틱 통에 포장되어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일단 개수를 줄이는 것이었다.

토너-앰플-로션-수분크림(+마스크 팩)이던 기존 루틴을 과감히 토너-수분크림으로 줄였다. 마스크 팩은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고 단 한 번도 구매하지도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나마 사용하는 토너와 수분크림은 항상 대용량으로 구매해 최대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인다.

화장을 할 때도 선크림-팩트(파운데이션 스펀지+쿠션)-아이섀도 4가지-아이라인-마스카라-아이브로우-립밤-립스틱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파운데이션-아이섀도 2가지-아이브로우-립밤만 사용한다. (스웨덴에 있다 보니 선크림으로 튕겨내는 자외선조차 아까워졌다.) 화장기술이 늘면서 더 많은 수를 쓰던 화장보다 지금이 더 자연스럽고 나에게 어울린다.

그 외에 피부관리는 딱히 하지 않는다. 유일한 사치는 플라스틱 통에 든 클렌징 오일. 우연히 내 피부와 너무 잘 맞는 제품을 찾아서 화장을 하지 않은 날도 클렌징 오일로 세안을 하고 1년에 1병 정도 사용한다. 그 외의 세안에는 세안용 비누를 사용해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이 정도만 해도 지금까지 피부가 더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빠지지 않았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화장품을 줄여서인지 모르겠지만 피부 트러블도 거의 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아서 수분관리만 신경 쓰면서 다른 관리의 필요성을 딱히 못 느끼는 중이다.


4. 환경적 책임을 지는 회사의 제품

하나하나 따져가며 소비하지 않지만 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한해서 환경적 책임을 지는 회사의 제품을 소비한다. 포장을 재활용이 쉬운 재료를 사용하거나, 사용 후 남은 통을 회수한다거나, 제품 생산과정을 발전시켜 탄소 배출을 절감한다거나, 수입의 일부를 환경을 위한 활동에 기부한다거나가 내가 돈을 더 주고서라도 이용하는 회사들의 기준이다.


5. 제로 웨이스트를 불편해하지 않는 가게들

제로 웨이스트를 하면서 내 가방에는 실리콘 빨대, 텀블러, 프로듀스 백, 빈 도시락통이 항상 들어있다. 장을 보러 갔을 때 프로듀스 백을 내밀며 이곳에 담아 달라 요청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담아주는 분과 낯선 모습에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괜히 한 마디 하는 사람이 있다. 후자는 이후 절대 다시 안 간다. 안 그래도 품이 드는 제로 웨이스트에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추가하고 싶지 않다. 또, 음식을 포장 주문하며 도시락 통을 내밀 때도 마찬가지다. 흔쾌히 받아주는 가게들에는 꼭 그곳만 가는 충성심을 발휘하지만 가게 입장에서 불편해한다면 서로 속 편하도록 두 번 다시 찾지 않는다.

일전에 스타벅스가 한참 동안 텀블러를 받지도 매장용 유리컵/머그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눈물을 머금고 스타벅스를 찾지 않았다. 그 어느 곳의 커피보다 스타벅스의 커피를 좋아했지만 스타벅스가 다시 텀블러를 받고 매장용 유리컵/머그를 사용할 때까지 매장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어떨 때는 이 전보다 비싼 제품을 구매해 돈을 더 쓰게 되지만 어떨 땐 애초에 구매하는 개수가 적어져 돈을 덜 쓸 때도 있다. 이 전보다 딱히 크게 불편해지지 않은 것 치고 나에게서 나오는 쓰레기의 양은 눈에 띄게 줄었다. 처음엔 불편했던 것도 지금은 익숙해져 남아있는 건 하루하루 내 모습에서 느끼는 뿌듯함이다. 돈에 매달려 돈을 위한 소비보다는 나의 가치를 위한 나만의 소비를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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