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생활백서>
02. 출근하지 않는다는 것, 그 달콤함
“딱 일주일만 무인도에 가 있고 싶다!”
한창 회사 일로 바쁘던 시절에 가졌던 소원입니다. 특별히 아름다운 곳이 아니어도 되었고 하고픈 액티비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아무도 없는 곳, 전화조차 터지지 않는 곳에서 딱 일주일만 있고 싶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던 때라 소위 ‘소셜 디톡스’가 간절했어요.
그러던 중 하루의 연차를 썼습니다. 몇 주를 벼르고 별러 갖게 된 소중한 연차였어요. 신청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누가 제 일을 대신해주는 구조가 아니어서 일을 미리 다 처리해야만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울리는 핸드폰 때문에 모처럼의 시간을 방해받았을 테니까요. 아무튼, 그렇게 찾아온 하루를 여유롭게 보냈습니다. 9시쯤 일어나 동네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습니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느긋하게 돌아다녔죠. 몇 명 없는 상영관에 다리를 쫙 뻗고 앉아 그 시간을 만끽했습니다.
백수의 특권은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에 다니던 시절을 생각하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에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기까지 할 겁니다. ‘안정감’이 그리워서 특권이 특권으로 느껴지지 않을 테고요. ‘남들은 일하는데 나는 논다.’, ‘얼른 따라가야 하는데 나는 놀고 있다.’ 하는 생각들로 오늘을 충만하게 살지 못하기 쉽습니다. 해보니까 정말 그렇더라고요. 단 하루의 연차를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인데도 막상 시간이 생기니까 불안하기 그지없습니다.
‘남들은 일하는데 나는 논다.‘
그런데 바꿔 말하면,
‘남들이 일할 때 나는 논다. 놀 수 있다!’
당연한 거지만 결국 해답은 마음속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마냥 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며칠 신나게 논다고 결과가 크게 달라지나요? 마음을 편하게 먹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왕 시간이 주어진 거, 시시하게 놀지 말고 진짜 멋지게 놀아야 해요.
여행을 하고 싶었나요? ‘조급함’에 빠져 구직 사이트를 뒤지기 전에 떠나세요. 비수기의 이점을 십분 활용해 항공권을 끊고 잠잘 곳을 예약하세요. 배우고 싶은 게 있었나요? 한 달이라도 한번 수강해보세요. 시간이 없고, 일과 관련이 없어서 생각만 했던 것들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몸을 만드는 건 어떤가요? 어느덧 두툼해진 배를 다시 날렵하게 만들고 ‘나 아직 한창이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끼는 거예요. 그렇게 내 하루, 내 시간을 구성해보는 거예요.
무엇이 되었든,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것들을 적극적으로 해보세요. 이왕 놀 게 된 거 (‘논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더라도) 제대로 놀고 나서 또 힘차게 달리면 돼요. 무기력해지기 쉬운 시기를 활기차게 보내고 다시 달릴 힘을 얻는 거예요.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보며 사람들은 종종 ‘멋지다.’고 하며 부러워하죠. 거기에 따르는 돈이나 시간에 대한 부러움일 수도 있지만, 남들은 다 일할 때 ‘내 시간’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에 대한 부러움이 더 크지 않을까 싶어요. 두려워하지 않고 멋지게 누리는 용기에 대한 찬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