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생활백서>
06. 끝낼 때를 아는 것도 용기
"만약에 끝까지 안 되면 어떡할 거야? 나야 물론 네가 잘 되길 바라는데... 워낙 힘들잖아 다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맥주를 한잔 하는데 한 친구가 조심스레 묻습니다.
"야! 안 되긴 왜 안 돼! 흠이는 곧 하고 싶은 거 할 거야!"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잠깐의 정적을 채워주네요. 두 친구 모두 제겐 소중한 친구들입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제가 가는 길을 걱정하고 응원하는 거죠.
꿈을 위해 먼 길을 가고 있는 사람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뭘까요?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것일까요?
저는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한 문장을 놓고 몇 년을 고민한 끝에 회사를 그만두었고, 지금은 그 일을 할 수 있는 (적어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특정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시간이 참 빨라서, 벌써 꽉 채워 9개월이 되었네요. 시작한 지 3개월쯤 됐을 때, 한 회사 공채의 최종 면접까지 올라간 적이 있었어요. 몇백 명의 지원자를 가르고 갈라 결국 2명이 채용됐었죠. 최종면접의 결과를 확인하던 날, 제 가슴은 단 1초도 쉬지 않고 미친 듯 뛰었습니다. 그리고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하는 격려를 가장한 불합격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 비로소 그 움직임이 잦아졌어요.
그날, 전 두려웠어요. 목전까지 다가와 손에 잡힐 듯했던 꿈이 순식간에 증발하는 걸 보며 '끝내 이루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깊은 곳에 머물러 있던 생각이 드러났거든요.
그 이후로 벌써 6개월, 그간 크고 작은 회사의 공채를 몇 군데 거쳤어요. 금방 떨어진 곳도 있고 꽤 많이 올라간 곳도 있었지만 어쨌든 지금도 <백수 생활백서>를 쓰고 있죠.
그런데 지금은 제 꿈을 이루지 못할까 봐 두렵지는 않아요.
이루게 되면 더없이 행복하겠지만 또 인생은 이어지겠죠. 순간의 환희는 시간을 먹고 옅어질 테고, 어느 길이든 어려움과 고민들이 있을 테니까요. 반대로 이루지 못해도, 그래서 한동안 어쩔 수 없는 패배감을 느껴야 한다고 해도 인생은 이어지겠죠.
꿈꾸는 사람에게 가장 두려운 건,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 후회를 갖고 끝을 맺는 거예요.
'아, 그때 좀 더 열심히 할 걸... 무기력에 허우적 댈 시간에 더 노력할 걸...' 하면서요.
실패 자체가 두려운 것보다 실패 후에도 후련해지지 못하고, 꿈을 꿨던 모든 과정이 후회로 남을까 봐 두려워요.
지난겨울, 날씨도 마음도 한창 혹독했던 시절에 저는 스스로 한 가지 약속을 했어요.
'봄까지 약 100일 동안만 진짜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자.'
'되든 안 되든, 진짜 후련하게 털고 새로운 길을 갈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하자.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다.'
그리고 준비해야 하는 것들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매일 얼마씩을 했는지 체크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벌써 100일이 넘었네요.
저는 지금 한 곳의 채용 과정에 참여하고 있어요.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으로서 일하기에, 제 소견으론 적합한 곳인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가 마지막이라고 스스로 정했어요. 지난겨울, 100여 일을 바라볼 때 이 회사의 공채 시즌을 고려하기도 했고, 그동안 '기대, 희망, 환희, 절망, 무기력, 겸손, 다시 희망'의 과정을 거쳐 왔기에 '이제 다 왔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되든 안 되든, 제 도전의 시간이 후반부에 다다랐음을 자각하고 있는 거죠.
이왕이면 이번에 꿈을 이뤘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렇지 못한다고 해도 당당히 끝내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를 합니다. 마지막 점을 찍을 때 아쉬울지언정 후회는 남지 않도록, 아직 꿈을 꾸고 있는 지금 최선을 다 하고 있어요. 다양한 분야에서 꿈을 꾸고 계신 분들께 감히 권합니다. 꽤 먼 길을 왔다고 생각하신다면 끝을 정해두고 전력으로 도전하세요. 그 길 끝에 설사 성공이 없더라도, 후회도 없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