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잖아요

<백수 생활백서>

by 소망이 아빠


05.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잖아요


마주치는 사람들과 밝게 인사하고 얘기를 나눠보세요. 빵집 직원, 도서관을 청소하시는 어머니들, 아파트 경비 아저씨, 하다못해 도서관 매점에서 만난 비슷한 처지의 사람까지 반갑게 인사해보세요.

백수가 되면 알아요, 하루 종일 몇 마디 안 하고도 살 수 있다는 걸.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엄청 많아서 말을 걸면 예상보다 훨씬 반가운 대답이 돌아올 때가 많다는 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잖아요? 몇 마디의 대화로도 하루가 훨씬 풍성해질 수 있어요.


저는 빵을 좋아해요. 그렇다고 포카치아니 마카롱 같은, 왠지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빵을 좋아하는 건 아니고 빵집의 소시지 빵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정도지만요. 늘 같은 메뉴만 시키다 보니 가게 사장님, 아르바이트생과 안면을 트게 됐고 짧지만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곤 해요. 그런데 그 별거 아닌 시간이 제 하루에 생각보다 큰 활력을 줘요. 공부하러 가는 길에 들른 빵집에서 잠깐 이야기하고 웃는 게 백수의 마른 일상에는 나름의 즐거움이 되는 거예요. 단골에게 가끔 주는 서비스는 덤이고요.


한 번은 도서관의 휴게실에서 점심을 먹었어요. 정기적으로 도서관에 다니면 자주 봐서 얼굴이 익은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인데, 제 옆자리에 2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학생이 앉더라고요. 그래서 “디지털 자료실에서 공부하는 분 맞죠?”하고 말을 걸었어요. “네? 아, 네 맞아요. 하하.” 그 친구는 어색하게 웃었는데 얼마나 말을 안 했었는지 단내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곤 생각보다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무슨 공부를 하고 왜 하는지, 도서관은 주로 몇 시부터 오는지, 집은 어디며 어떻게 사는지 등을 들었어요. 그 이후로 마주치면 인사를 하고 가끔 밥을 같이 먹기도 해요. 마치 직장동료처럼,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하게 마주치는 사람이 생긴 거죠.


진짜 별거 아닌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라면, 서비스 직종에 근무하는 누군가는 사람에 치여 힘들어하듯 백수에겐 부족한 사회적 교류가 독이 될 수 있어요. 당장 아침에 갈 곳이 없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만나고, 이야기하고, 함께 밥을 먹을 사람들이 없다고 입을 닫지 마세요.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해 집을 나서고, 잠깐잠깐 마주치는 사람들과 밝게 인사해보세요. 가능하면 얘기도 좀 나눠보세요. 괜히 기분이 좋아진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훨씬 활기차고 건강한 백수로 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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