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출근하지 않는다는 것,
무기력의 함정

<백수 생활백서>

by 소망이 아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세요.
아침을 챙겨 먹고 집을 나서세요.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세요.

어린 시절, 방학식 날 받았던 <바른생활>에 나올 법한 말입니다. ‘철수와 영희’만큼 뻔하지만 백수의 일상에서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에요. 무기력에 빠지는 건 순식간이지만 빠져나오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거든요.


무기력에 빠지는 과정을 한 번 볼까요? 취업 준비생 B 씨의 얘깁니다. 얼마 전에 보고 온 1차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B 씨, 지난 몇 주를 불태웠던 만큼 상심도 큽니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집니다. 평소 같으면 벌써 도서관 책상 앞에 앉아 있을 테지만 그냥 뒹굴 거리고만 싶어요. 그렇게 하루가 지나갑니다. 죄책감이 느껴지지만 도저히 공부를 할 기분이 아니에요. B 씨는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며 넷플릭스를 봅니다. 멍하게 화면만을 응시합니다. 자다 깨다 하며 오후를 보냈더니 밤에는 잠이 오질 않고 허리랑 목, 어깨도 아픕니다. 어느덧 새벽 1시, 배가 고파서 라면 하나를 끓여 먹고 포만감을 빌려 잠에 듭니다.


다음날 아침, 평소 같으면 7시쯤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을 텐데 9시가 넘어 일어나 더부룩한 속과 찌뿌듯한 관절 마디마디를 느낍니다.

‘도서관 가야 하는데...’

하지만 몸이 무겁습니다. 부은 얼굴을 돌려가며 띵 한 머리를 달랩니다. 여전히 아무것도 하기 싫고 다운되었던 기분도 회복이 안 됩니다.

‘나가야 되는데... 나가야 되는데...’

같은 생각을 반복하며 결국 전날과 같은 하루를 보냅니다. 오후 해가 넘어갈 때쯤,

‘그래, 휴식도 필요하지.’

하고 스스로를 달래지만 휴식과 무기력은 엄연히 다르다는 건 이미 느끼고 있습니다. 어차피 공부 안 할 거면 신나게 놀기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도 저도 아니었으니까요.


직장인에게 출근시간이란 때로 수갑과도 같죠. 새벽 몇 시까지 술을 먹었든, 컨디션이 좋든 나쁘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가야 하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술이 떡이 되어 출근을 해도 오전 10~11시가 되면 정신이 돌아옵니다. 찬바람도 쐬고 커피도 마셔 가면서 하루의 긴장을 되찾는 거죠. 자신의 시간을 컨트롤하며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 백수에겐 꼭 필요한 긴장이에요. 마냥 쓰러져 있으면 힘은 더 많이 빠지고 일상이 금세 무기력에 빠질 테니까요.


건강하고 행복한 백수가 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러자면 무기력에 빠지지 않도록 늘 주의해야 해요. 무기력에 빠져 일상이 무너지는 순간 내 상황이 한없이 비관적으로 느껴지고 설정해놓은 목표도 허상처럼 생각되니까요.


아침 일찍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집을 나서세요. 공부를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운동을 하든, 친구를 만나든, 새로운 동네를 한 없이 걷든, 뭐든 다 좋아요. 건강하고 다채로운 하루를 살아내세요. 상황에 관계없이 내 마음을 지키는 훈련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시간이에요. 그리고 그 시간들이 쌓이면 곧 원하는 곳에 다다라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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