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졌을 땐, 앞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 아니, 오히려 가지 않아야 한다.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 또는 멈춰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눈을 가려 빨간 불을 보지 못하고 달려든다면, 큰일이 날 것이다.
삶도 그렇다.
빨간 불이 켜졌을 때 멈추어 숨을 고르고 있던 것을 후회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오히려 다행임을 느껴야 한다.
자전거를 탈 때에 내리막길에서 더 빨리 내려갈수록, 오르막길을 오르기 쉬워진다.
어떤 추락이 빨랐다면, 그만큼 반등하고 더 오르는 것도 쉬워진다.
그런 때가 왔다.
긴긴 방황 끝에.
청룡의 해의 첫 달은, 내가 2024를 살고자 하는 완벽한 모습이었다.
건강을 챙겼고, 박진감 넘치는 도전도, 빛나는 우정도, 가득찬 사랑도.
감사도, 인정도, 성장도 배움도.
모두 있었다.
태워주신 마이바흐를 타고 노을이 비치는 그 조수석에서,
대표님은 말씀하셨다.
"네가 열심히 하니까 그만큼 기회를 잡은거야. 사업하는 사람은 딱 보면 될 놈 안 될 놈 보여."
어릴 때 10번도 넘게 읽은 책 '마시멜로 이야기'의 한 장면 같았다.
될 놈이 되고 싶다.
모든 건 그렇다.
결국 되고 말면, 과거의 나까지도 될 놈이 된다.
12월의 그 탈바꿈에서, 잠깐 느꼈던 좌절이,
너무 다행인 운명이어서.
정말 짜릿한 건, 이게 정신승리가 아닌 팩트라는 것.
사실 그때 그 순간 바로 느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이 순간을 회고하며 다행이다라고 말할 것을.
오히려 고맙다고 이야기할 것을.
이렇게 글을 쓰고, 누군가에게 말하는 모습이 보였다.
밑바닥까지 찍으니 역시 반등하는 것 같다.
올해는 청룡처럼 비상할 것이다.
검은 토끼의 해에는 쉼 없이 뛰었다.
이제 그 뿌린 씨를, 거둘 차례다.
12월 30일. 반 년 동안의 노력이 기회를 잡은 날.
1월 4일. 그 기회를 처음으로 느낀 날.
1월 17일. 말만 하던 걸 실행할 동료를 만난 날.
1월 28일. 도전의 첫 발을 디딘 날.
그 밖에 내가 1년 동안 만나 온 인연들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귀인이 되어주신다.
남은 11개월은 더 놀라울 것이다.
1월 까리따스 수녀회 피정의 주제는 '빛'이었다.
내가 뽑은 초의 말씀은, "너에게서 내 영광이 드러날 것이다"였다.
올해는,
나에 대한 확신으로 나아가고
그래왔듯 나를 잘 돌보고
배움에 있어 눈이 반짝이고
나누되 나눈 것을 떠벌리지 않고.
사랑하고, 더 이해하고,
부족함에 해이해지지 않고 노력해야겠다.
이 글을 보는 모두 청룡의 해,
원하는 하늘에 승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