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e Blue Dot

運命

by 목인

“태어난 순간에 내 삶은 결정되는가?”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상자 안에서 살아 있음과 죽어 있음이 동시에 성립하는 중첩 상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고 관측이 이루어지는 순간, 고양이의 운명은 단 하나로 확정된다.

인간 역시 태어나기 전까지는 무수한 가능성 속에 놓여 있지만, 출생의 순간 현실이라는 무대에 서게 된다.

그때부터 삶의 궤적은 특정한 질서를 따라 움직인다.

동아시아에서는 태어난 년·월·일·시를 천간지지로 기록하고 설명해 왔다.

태어난 천간지지 여덟 글자를 수많은 가능성이 현실로 응축되는 지점으로 해석하며,

개인의 기질과 잠재력, 그리고 한계가 드러나는 틀로 이해되었다.

양자역학의 중첩성과 붕괴가 보여주듯,

태어난 순간은 가능성이 현실로 확정되는 사건이며,

태어난 시간의 좌표인 년·월·일·시 여덟글자는,

그 확정된 구조를 읽어내는 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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