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관상 이야기
존경받는 성직자의 얼굴에는 이 세상과의 단절이 아닌, 깊은 참여가 보입니다. 세상을 등지지 않고 다만 그 속에서 자신을 비우고 낮추며 살아온 이들의 얼굴입니다. 욕망이 많은 사람의 얼굴은 언제나 들떠 있고 눈동자가 바쁘며 말이 가볍습니다. 그러나 존경받는 성직자의 얼굴은 그런 흔들림이 없습니다. 마음의 중심이 기도에 닿아 있는 이들은 눈빛 하나에도 절제와 자비가 서려 있습니다.
이마는 평평하게 넓고 맑아야 하며, 격렬한 삶의 드라마가 지나간 흔적보다는 깊은 사유와 고요한 묵상의 흔적이 있어야 합니다. 이마에 격렬한 주름이 많다면 내면의 싸움은 많았지만 아직 정리가 안 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존경받는 성직자는 수많은 질문과 고민을 통과하고 나서야 ‘한 마디의 침묵’이 가장 크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이마 위에 새겨진 고요한 선들은 철학의 무게이자 기도의 깊이입니다.
미간은 시원하게 트여 있어야 하며, 찡그리거나 눌린 자국이 없어야 합니다. 이것은 신을 믿되 고집하거나 독선에 빠지지 않고, 타인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여백이 있는 사람의 얼굴입니다. 미간이 좁고 주름이 깊은 경우, 자신이 신의 대리인이라 착각하고 타인을 심판하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참된 성직자는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사면 받은 죄인’임을 압니다. 그 인식이 미간의 고요함으로 드러납니다.
눈은 정직하고 흔들림 없는 것이 좋습니다. 크고 반짝이는 눈보다, 작더라도 깊고 단단한 눈이 더 신뢰를 줍니다. 눈동자는 늘 중심을 보고 있어야 하며, 사람의 말보다 사람의 진심을 들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눈빛이 지나치게 날카롭거나 번득이는 경우는 판단이 앞서고 권위가 과도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존경받는 성직자의 눈은 물처럼 투명하여 상대가 자신의 부끄러움을 숨기고 싶지 않게 만듭니다.
콧대는 과하게 솟지 않고 부드러운 직선으로 이어져야 하며, 콧망울은 도톰하게 퍼져 있어야 합니다. 콧대가 너무 날카롭고 뾰족한 경우에는 사람을 통제하고 장악하려는 기질이 있습니다. 하지만 존경받는 성직자의 코는 물러날 줄 알고, 권한을 나누며, 자신보다 타인의 안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의 코입니다.
입은 작지 않으나 절제되어 있으며, 입꼬리는 아주 미세하게 올라가 있어야 합니다. 이 입은 많은 말을 하지 않고도 많은 위로를 건넵니다. 설교보다 한 마디의 침묵, 책보다 한 번의 고개 끄덕임이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음을 아는 사람입니다. 입술이 얇거나 단단하게 다물려 있다면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온 사람일 수 있지만, 존경받는 성직자는 단단하되 부드럽습니다.
귀는 크고 귓불이 도톰하며, 귀가 머리에 잘 붙어 있는 경우가 좋습니다. 이것은 타인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자세를 상징하며, 경청하는 능력은 성직자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항목입니다. 들으면서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되 그 사람의 말에 책임을 함께 지려는 태도입니다.
얼굴의 전체 인상은 정갈하고 고요해야 하며, 혈색이 강하지 않아도 빛나는 느낌이 있어야 합니다. 얼굴색이 검거나 칙칙해도 마음이 밝으면 인상이 살아납니다. 이것은 일시적인 외모보다 오랜 시간 형성된 인격의 힘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이러한 얼굴은 본인의 의지로 꾸며낼 수 없습니다.
긴 고통을 통과한 자, 오랜 사랑을 실천한 자, 자신보다 타인을 앞세운 자, 그런 이들의 얼굴에만 조용히 피어납니다.
존경은 위엄에서 나오지 않고 사랑에서 나옵니다.
권위는 무게에서 오지 않고 신뢰에서 비롯됩니다.
이런 얼굴을 가진 성직자는 교회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지탱하는 사람입니다.
교리를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