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는 동안 쓰였다.
신인 작가의 첫 책에 네 분이나 추천사를 써 주셨습니다. 강력한 응원과 격려 속에서 나는 떨림과 설렘, 그리고 아주 작은 두려움 사이를 오가며 하루를 건넙니다. 이 마음은 환희라기보다 책임에 가깝고, 기쁨이라기보다 다짐에 가깝습니다. 문장이 누군가의 손에 건네질 때 그 손의 온도를 먼저 떠올리게 되고, 그 온도를 배반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합니다.
추천사는 위로가 아니라 더 정직해지라는 주문처럼 읽히고, 허락이 아니라 대충 쓰지 말라는 경계선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밥상을 떠올리고, 견디는 시간을 꺼내어 조심스럽게 닦습니다.
이 책이 누군가의 밤을 조금 덜 외롭게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문장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작은 목소리로 문장을 이어가며, 그 목소리를 믿어준 네 분의 마음에 다시 책상 앞으로 불려옵니다.
1. 남경읍 (배우)
배우가 힘든만큼 관객은 즐겁고,
배우가 흘린 땀방울의 숫자(양) 만큼
관객은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배우 생활 50년 동안 깨달은 것이다.
배우의 길은 지름길이 없는 것 같다.
좋은 연기를 위한 수많은 반복 연습은
고통과 땀방울을 요구한다.
지루한 반복과 그것을 견디는 힘.
그리고 그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을 담은 연기.
그래서 얻어지는 관객의 감동.
<견디는 동안 쓰였다>는
작가의 글에서 고통과 땀방울을 느낄 수가 있었다.
고통과 땀방울은 다시 말해서 견디는 것이다.
그리고 견딘다는 것은 곧 내공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작가의 글을 대하면서
깊은 사유와 성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2026년 2월
배우 남경읍
2. 홍일표 (서정 시인)
"이 책은 힘이 세다."
솜사탕처럼 가벼운 감성 에세이도 아니고,
어설픈 철학적 잠언으로 현실을 잊게 하는 도피성 책도 아니다.
유년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삶을 응시하는 마음의 풍경이 다양한 무늬로 담겨 있다.
작가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을 관통한 순간들에 대한 섬세한 성찰의 기록이다.
화려한 기교나 난삽한 언술 대신
삶의 이면을 드문드문 살피는 진솔한 시선과
정직한 목소리가 빛을 발한다.
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정련된 사유 또한 곳곳에서
진중한 무게로 다가온다.
이경화 산문집 『견디는 동안 쓰였다』는 요란한 과시와 수다의 시대에
“견딤이 축적된 흔적”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산문집이다.
3. 이현곤 (변호사)
삶을 통과해온 사람이
다른 삶을 바라볼 때 나오는
아주 담백하고 따뜻한 문장이었습니다.
삶은 아름다움과 슬픔,
행복과 고독이 함께하는 여정입니다.
이 책은 그 길 위에서 저자의 진솔한 고백을 담아내며,
독자에게 잔잔한 위로를 건넵니다.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진 우리이지만
그 고백은 마음을 이어주고
“혼자가 아니다”라는 깨달음을 전해줍니다.
이 책은 독자에게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고독 속에서도 따뜻한 빛을 발견하게 할 것입니다.
— 이현곤 변호사
4. 배정록 (문인)
둥근 소반 사이에 두고 할아버지와 아이가 있다.
소반 위에 남은 동그랑땡 하나
"할아버지 이거 더 먹어도 돼? 아님, 반으로 나눌까"
불면 날릴 것 같은 아이가 오십 넘은 어른이 되어
고요의 우물로 두레박을 내린다.
멈춤과 움직임이 있고 채움과 비움이 있다.
수도승의 잠언집처럼 철학가의 철학서처럼
고뇌와 성찰 후 얻게 되는 우주가 또 있다.
그러나 작가는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선명히 속 드러나는 고드름처럼
바람 앞에 자신을 내보이고 있을 뿐
작가는 말한다.
<나는 이제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살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가 잠시 앉아도 되는 자리를 남기며 살아가고 싶다.>
밥상에도 우주가 있다시던 할아버지,
그 말에 귀 기울이던 소녀가 이제 그 나이의 어른이 되어
고요의 우물에서 두레박을 올린다.
꽃이 되었다.
병석에 누운 엄마 곁의 아홉 살 소녀
꽃잎 날린다.